[책]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접근 3 - 서론:핵심개념의 사례예시

내담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해서 내 개입이 적절한지 파악하기

같은 개입법도 내담자마다 다르게 반응이 나타난다 (예: 자기개방, 조언)

테레사: 핵심개념의 사례예시

강압적인 관계로 성적학대를 당한 내담자에게 정보제공의 압력을 넣기보다는 메타의사소통으로 어떤 부분이 말하기 힘든지, 어떤 부분이 걱정이되는지, 얘기하기 편해지려면 어떤게 필요할지를 나누다보면 스스로의 의사를 존중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내용.

 

이러한 교정적 정서체험이 있어야 상담의 효과가 나온다는 것.

 

이 책에서 그 사고과정/패턴을 이해하고 공감반응을 제공하여 이해받는 느낌을 주고, 새로운 대안행동을 연습해보는거까지 다룬다고 하니 매우 희망적이다 ㅎㅎ

 

오늘은 여기까지!

[책]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접근 1 - 서론:과정영역

7th 에디션, Edward Teyber, Faith Holmes Teyber 저.

이제 출근하면 하루에 30분 정도 책을 읽어서 공부하려고 한다. 예전에 공부하는 직장인들이 대단해보이고 다른 종족인거처럼 느껴졌는데 필요하니까 해야겠고 이 시간만큼 집중하기 좋은 때가 없다 싶다. 변화한 나를 바라보는게 대견하고 기특하고 기분이 좋다. 이런 느낌 계속 지속하면 좋겠다. 스터디도 좋지만 혼자서 하는 것도 좋아하는구나 싶다 ㅎㅎ


PART1 서론 및 개요

Ch.01 대인과정접근

  • 초보 상담자는 수행 불안과 싸운다.

너무 맞말..........
진심 그거때문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기는 너무 괴롭잖아. 그리고 성장하면 되는데 그걸 안해야할 이유는 없지.

여기서도 초보상담자는 종종 수행불안, 자신의 부적절함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한다고 써져있다. 실수를 매우 걱정하거나 해서 내담자에게 도움받고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고 나온다. 다행인 건 미국에도 그런 사람들이 즐비하다는 것, 내가 특별히 부족해서 그런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 나온 초보상담자의 말들이 하나같이 주옥같다. '내담자에게 나쁜일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 내가 진짜 많이 드는 생각이다. 나도 자신이 없어 그들에게 안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할까 걱정인 것이다. 내담자를 깊이 들어가볼 수 있는 만큼 그들을 파괴할까 무서운 것이다.

나중에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보이는 것도 너무 힘들고 절망스럽다는 말에 흠뻑 공감된다. ㅠㅠ

이 책은 상담자 발달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는 것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어찌보면 지금의 부족함에 타당화를 해주는 위로인 것이다. 최소 3-5년은 있어야 직업적 정체성이라던가 편안함을 느낀단다. 나는 이제 1년이 좀 넘었으니 멀었다 ㅎㅎ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의 비현실적 수행기대보다는 어떻게 수행하지보다 무엇을 배우는지에 초점을 맞추라고 한다. 실수에 대한 비난을 듣고 완벽을 요구받아온 사람일수록 비방어적으로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것도 나다 ㅋㅋ큐ㅠㅠ 그치만 나는 피드백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자책을 많이하거나 그 피드백을 어떻게 적용할지 몰라서 그렇지 ㅎㅎ.. 실수가 부적합함을 나타내는게 아니라고 말해주지만 그건 수퍼바이저의 전달방식에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또, 내담자가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에 더 주의를 집중하라고 한다. 너무 나한테 몰입하면 이걸 놓치지.

마지막으로 수퍼바이저나 교육자로부터의 지지를 받고 실제적인 안내와 지침을 받으라고 한다. 이런게 사실 진짜 필요한거 아닌가 싶다. 지금 나한테 제일 필요한 것이다 ㅠㅠ

여기서 예시로는 수퍼바이저의 영상을 보고 효과적 반응방법이나 회기 진행방법을 역할연습해보라고도 한다. 실제 시연이 효과적인거다!

 

효과적 상담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념적 틀이 필요하다는 말로 이 꼭지는 마무리된다. 즉, 사례개념화를 할 수 있는 상담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 이것도 극공감백배다. 응원과 지지를 해주지만 뭐가 문제인지, 그걸 어떻게 풀어야할지 감이 안와서 붕붕뜨고 시간만 흐르는 상담을 하고 있는 나로써는 너무 너무 필요한 내용이다. 책에서도 틀이 없는 안내자로서의 상담사는 '매 회기 겨우겨우 이어가거나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로 ㅠㅠ 뼈를 때리는 말을 하고 있다.

 

  • 상담자가 사례개념화와 상담초점을 갖고 있을 때 더 효과적이다

사례개념화는 상담의 초점이다. 이게 없으면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선 공감, 진솔성, 온화함과 같은 핵심조건을 언급하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 것이다.

"무엇이 정말로 잘못되었으며, 그게 어떻게 시작되었고, 변화에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료화'해 상담의 초점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한다.

크...........하나하나 버릴게 없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부분이 내가 자주 막히는 부분이다.

 

책에서 사례개념화를 위해서는 초보상담자가 다양한 이론적 틀을 탐색하는게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아무거나, 자기 수퍼바이저 꺼라서 와 같은 이유말고 '자신의 개인적 가치, 삶의 경험과 일치하는' 다양한 내담자에게 적용 가능한 틀을 스스로 통합해내야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이 맘에 들었다. 나의 삶의 가치와 방향성이 있는데 거기에 일치해야 쓰는 나도 납득되고 자신감이 생길거 같다.

스스로 선택하고 통합하라는 말도 좋다. 어차피 상담자는 자기 스스로의 몸 하나만 가지고 상담실에 들어간다. 내가 내 머리로 생각해내고 체감하고 경험하고 통찰해내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분야나 마찬가진데 여긴 더더욱 그렇다. 내가 생각해보고 이렇게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게 잘한 일이란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이 책은 제목과 같이 '대인과정'으로 그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고 하며 이로써 내담자에게 "회복적 경험을 제공하고 스스로 더 일치하고 확실하며 유연한 자기진술"(p 9)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강조를 둔다고 한다.

상담에서 보이는 내담자의 관계 패턴은 결국 그들의 발달상 문제, 충족되지 못한 욕구의 연장선으로 나타난 증상이라는게 이 책의 기본 전제다. 지금 수련중인 기관에서도 그런 얘길 많이 해왔어서 쉽게 수용가능한 내용이었다.

 

  • 핵심개념

이론적 틀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개념 3가지를 소개하는 꼭지다.

(1)과정(Process)영역

상담사-내담자 관계에서 대화 '내용'이 아닌 상호작용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지각을 하는지, 노쇼를 하는지, 여러 주제를 빨리 언급해서 넘기고 있는지 등등 메타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내담자가 상담실 밖에서 어떻게 대인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를 '지금-여기'에서 캐치하고 상담주제로 다루는 것이다.

초보자는 이게 공손하지 않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거처럼 느껴져 불편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완전 내 얘기다. 수퍼바이저의 도움과 지지를 받고 수행불안이 줄면, 이런 것들을 조금씩 써보는 탐색 기간을 가져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도 상담자와의 관계가 자신이 상담받으러 오게 된 바로 그 문제를 재연/실연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재연은 예측가능하고 규칙적인 현상이라고 언급된다 > Ch.3에서 연결되서 다룬다고 함!

 

(2)교정적 정서 경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 CEE)

언어적 통찰보다는 경험적, 행동적, 생생한 재학습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 말로 내담자를 이해시키려고 하기보다 상담자와의 관계 그 자체에서 기존에 예상하던 관계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나도 상담에서 이걸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게 제일 크게 와닿았던거 같다. 상담선생님이 우리 엄마나 가족들과 다른 반응을 해주고 그래도 괜찮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니까 나 자신에 대한 용서가 보다 더 쉬워지고 나 스스로의 욕구를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책에서도 이를 "내담자의 오래된 관계 패턴에서 일상적으로 받아온 반응과는 다른 새롭고 좀 더 만족스러운 반응을 제공할 때 이루어진다"고 표현했다.

다른 말로는 회복적 관계 경험(애착중심상담), 생생한 학습/노출시다(행동치료)라고도 한다고 함!

위에서 언급한 과정영역이랑도 닿아있는데, 결국 부적응적 관계패턴으로 상담자와의 관계를 맺기 때문에 스스로의 갈등을 상담실에서도 상징적으로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걸 상담자는 다르게 반응함으로써 내담자가 변화를 체험하면 '고정된 인식의 틀이 확장하여 더 유연해지고, 현실적'이게 되며 스스로의 관계패턴을 변화하기 쉬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초보자는! 뭐가 적절한 반응인지, 내담자의 부적응적 패턴에 휩쓸리는 반응인지조차 잘 구분이 안가고 모르겠다리 ㅠㅠ 

적절한 반응이 뭔지 알려면 사례개념화도 명확히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게 지금 내가 잘 안되는 거고 ㅠ 한발 더 나아가 그게 뭔지 알아도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좀 실마리가 잡히길..

 

결국 내담자는 말이 아닌 행동을 믿는다고 나오는데, 이건 대인서비스 전체에서 다 적용되는 말이다. 아니, 모든 인간관계에서.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거나 예의바른 척, 공감하는 척하고 있어도 태도나 느낌에서 결국 결정된다 말이다.

그래서 상담이 더더욱 어려운거 같다. 내 내면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데 말이지.

사람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참 어려운거 같다. 그러는 분을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내담자의 경험적 재학습을 해야하는 이유는, 이게 되면 더 큰 대인관계 안전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서고, 그건 이전의 두려웠던 예상되던 반응으로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되는 것이고, 새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 지평이 열리는 일이라고 서술되어있다.

참 부모가 해줬어야 하는 안전지대 역할을 한다는 건 이런 의미인가보다.

오늘은 여기까지 :)

30분 읽기 시작일로써 정리까지 한시간 좀 넘게 걸렸는데 괜찮은거 같다 ㅎㅎ

올해 말까지는 좀 지속하면 좋겠다.

아자아자 :)

 

 

 

 

Soul. 2021

영화 소울 보고 쓰는 일기

분명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에는 엄청난 울림을 느꼈는데 집에 돌아오니 쏟아지는 정보와 할일과 유혹에 순식간에 사그러 들었다.
그게 안타까워서 얼른 쓰는 일기.

영화 보는 약속 시간을 꽤나 지나 도착했다. 요즘 24시간을 집에서만 보내고 있어선지, 할일이 많아선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살고는 있는거 같은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마냥 일상이 증발하는 기분이다. 하루에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 데 해가 지고 어둑해지고 어느새 나는 아까 나온 것 같은 침대에 다시 눕고 있다. 이런 기분이 너무 싫어서 매일 한 일을 기록하는데 집착하기도 했다.

어제도 하루종일 프로젝트 업무, 알바 업무를 하고 졸업 준비의 압박을 느끼며 해야할일이 끝없이 쌓이는 걸 지켜보며 쿠키런으로 회피를 했었다. 주말에 밀린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해서 영화약속은 까맣게 잊고 잡아둔 할일이 많았었다. 약속이 기억났을 때의 멘붕이란, 솔직히 영화 보가는게 반갑지 않았다. 지금 이럴 땐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예매는 했으니까, 쌓인 일들을 빨리 해치우고 나가야지 하는 마음에 토요일 아침에 알림을 맞춰두고 일어났다. 오전에 스트레칭 5분도 못하고 알바 보고서 하나 쓰고 제출, 오늘 저녁에 있을 회의 자료 정리하고 블랙 커피 한잔 들이킨 다음에 바로 나왔다. 그런데도 늦고 말았다.

오는 길 내내 화창한 겨울 하늘에 햇빛이 따스했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었는데 그 때 먼저 든 생각은 지하철이면 가는 길에 뭐라도 읽고 할일 하나라도 했을 텐데였다. 가면서도 온라인 강의를 들을까 하다가 시끌시끌한 버스 소음에 어차피 못들을 거 같아서 그냥 게임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낮에 멀리 나가는 중인데도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별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게임의 다음 동작, 다음 퀘스트를 틀에박힌 로봇처럼 계속해서 했다. 나는 수레바퀴 아래에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는 제시간에 시작하지도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고 극장에 별 시덥지 않은 광고가 나오는 걸 보고 있었다. 유튜버나 인스타 웹툰 광고까지 나오다니 수입이 안나와 어렵긴 한가보다 하는 그런 어른스런 생각같은 걸 하고 있었다. 폰은 꺼서 가방에 두었다. 그래도 엣날 사람이어선지 극장이나 공연장에 가면 스포트라이트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스포주의, 강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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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디즈니 고성과 삐걱거리는 사운드로 시작한 영화는 결국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보고 말았다.
끝나고 사람들 평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이 충격이었을 정도로 나에게는 좋았고 좋았다.

무엇이 기억나냐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려다 보이는 지구이다. 이 지구가 얼마나 아름답고 ‘가고 싶은 공간’으로 그려지는가. 그 지구로 향해 날아가는 떨림과 설렘, 신남도 마찬가지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인 마음이라는 것도 전 지구적으로 우리가 연결되어있고 같은 마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TCI성격검사에 거대한 것과 내가 연결된 느낌을 가지는지 측정하는 지수가 있는데 나는 이 부분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기억이 났다. 평소에도 전 생명과 나, 전 지구와 나, 우주와 나를 생각하며 사는 내게 이런 대형 스크린에 온통 까만 공간 속에 빛나는 지구는 더더욱 잊을 수 없는 형상이다.

영화에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인 ‘음악’도 참 좋았다. 재즈도 원래 좋고, 피아노는 더더욱 좋지만 그보다 그 이 너머의 세계를 상징하는 사아~~~~~ 하는 테크니컬 사운드가 뇌리에 꽂혔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음악이 자신의 삶의 불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의 삶을 음악으로 증명해내려는 의지와 욕구가 이 스토리를 긴장감 늦추지 않고 흘러가게 해준다. 그런 조가 죽음 이면에서 맞이한 세상은 무채색의 공간일 뿐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다채로운 음이 아닌 사아~~~~~~ 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소리로 대표된다. 유 세미나에서도 도란도란 귀엽게, 웃기게 대화하다가 제리가 웃으면서 차원의 문을 열면 다시 사아~~~~~~~ 하는 사운드가 나오면서 ‘죽음의 공포감’이 한번에 내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진다. 소멸의 청각화. 그 따뜻한 공간의 아기자기한 사운드와 대비시키는 연출이 인상깊었다.

재즈는 주어진 화음 위에 즉흥적 멜로디를 얹어 자유자재로 그 순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순간을 만드는 예술이다. 그런 재즈가 이 영화의 또하나의 주인공임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웃긴 것은 그 변칙적이고 유일무이한 것 같은 악흥의 순간을 지향하는 재즈 뮤지션이 되자마자 맞닥뜨린 현실은 내일도, 모레도 같은 시각, 같은 공간에서 연주를 해야하는 ‘일상’이다. 그 사실에 조는 뭔가 큰 변화가 있었을 줄 알았어요 하면서 허망함을 느낀다. 그런 조에게 영화는 사실 극적인 변화 따위 없다는 것, 바다를 찾아 헤매던 물 속의 물고기가 사실은 그 바다 속에 있다는 것을 들려준다. 사실 그 말만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다. 연인도 가정도 없는 조가 죽음에서 탈출하고 다른 영혼의 배지를 갖고 뛰어들 정도로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 꿈이 현실이 되는 그 순간이 빠른 편집으로 끝나자마자 어둡고 조용한 아무도 없는 집의 방문을 열면서 그 허탈감과 고독감이 극도로 커진다.

처음에 왜 극적일 수 있는 성취의 순간을 길게 잡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즈 음악을 좀더 몰입해서 담을 수도 있었을텐데, 오히려 음악에 몰입하게 해주는 순간은 영화 초입에 오디션 장면이다. 그때는 피아노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건반 하나 하나에서 울리는 음이 알알히 박혀 맴도는 장면에 푸른 빛과 보랏빛은 내게 명장면 중 하나이다. 만약 이 영화가 음악영화라던가 성장영화였으면 그 성공의 순간에 극적으로 길게 머물렀을테다. 이 영화가 클래식 연주자의 이야기가 아닌 것도 너무나 좋다. 그랬다면 잘했다, 못했다, 틀렸다, 맞았다를 떠올리며 스토리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즈는 연주자의 것이고 그 순간의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그걸 잘했다 못했다의 의미를 따지는 건 의미없다고 본다. 그래서 조의 인생공연은 사실 우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 순간을 만들었다. 이 점은 사실 조가 놓치고 있던 성취의 다른 아름다운 이면이기도 하다. 매일 반복되는 것이 좀비같은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사실 매일 같은 음악을 같은 사람들과 연주해도 절대 같지 않다. 그날의 비트와 컨디션, 멜로디가 다르다. 재즈라면 더더욱. 어느 관객에게는 유일한 공연일 수도 있는 그 모든 공연이 다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다. 아주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은 거꾸로 보면 모든 것이 특별한 것이다.

영화는 소울22를 통해 그 메세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솔직히 최고의 장면은 여기다. 단풍나무 씨앗이 팔랑팔랑 떨어지고 가을 하늘이 살짝살짝 비치는 단풍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그 사이로 햇살이 따스하게 내 눈에 내리쬐는 순간. 손에 떨어지는 까슬하고 단단한 작은 씨앗. 아 이거만 써도 눈물이 나네. 이 작은 감각들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지금 이 일기를 쓰는 타자의 겉 표면에 있는 아주 느낌좋은 요철, 팔꿈치의 뻐근함, 내가 좋아하는 잠옷바지가 다리에 닿는 느낌, 젖은 머리가 목 뒤에 닿는 감촉. 오늘 영화를 보기를 참 잘했다. 보고나서야 이런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어서 내가 하루를 증발한 것처럼 느꼈구나하고 깨달았다. 영화에서 삶과 영혼이 분리되어 집착에 빠져있는 괴물들이 나오는데 딱 핸드폰 게임에 빠진 내가 그 꼴이다. 오늘 버스에 탄 나 말이다. 현실에 내 몸에 Here and Now에 있지 못하고 생각이 어디론가 가버리거나 핸드폰으로 중요하지도 않고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좀비처럼 보고 있는 나는 영혼이 삶과 분리된 상태였다. 모든 것이 반복되는 새로울 것 없는 집이란 환경에서 주어진 일만 처리하거나 게임으로 도피하는 ‘어른’이 내게 신생아나 다름없는 소울22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분좋은 울림으로 머리를 친다. 특히 나는 내가 가진 내 맘에 드는 장점으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감각하고 현실을 언제나 새롭게 느끼는 것을 꼽았던 사람이다. 그런 나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지금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그랬다. 나 그런 사람인데. 평면 스크린에서 나오는 햇살과 건물 코너에 이는 바람을 보고 내가 속한 현실의 감각할 수 있음을 소중히 해야지 하고 느끼다니. 와우.


영화에 이 외에도 너무 많은 메세지가 담겨있어서 일일히 쓰기가 어렵다. 아기의 시선으로 느낀대로 표현하기, 솔직하게 표현하기.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어보기(이발소씬), 즐거운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에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알기(지하철환풍구씬, 지하철음악가씬),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의 멋짐(아니 이건 솔직히 무슨 마법이라도 건 것 같았다. 계단에서 연주하는 코니가 순간 정말 너무 멋져보여서 그 시선을 어떻게 화면에 담았는지 신기했다). 마지막에 조가 그 허탈함 가운데 소중한 것들을 늘어놓고 결국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그에게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의 중심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좋았고, 몰입의 순간이 복선이 되어서 조와 22를 연결해주는 것도 좋았다. 조의 연주장면이 불편했던 것은 상처받은 22를 냅뒀기 때문에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게 다 해결되고 끝까지 삶을 살아본 선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삶이란 매일매일의 순간 그 자체가 의미있던 거라는 걸 깨닫자마자 그 기회를 건네줄 수 있는,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마음이 든 것도 감동적이다. 그대로 죽음을 맞이해도 성인동화로서 충분했을 거 같은데 꿈과 희망의 애니메이션은 그런 조에게도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아마 그는 선생님과 연주자의 역할을 둘다 충실히 해내며 유쾌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연애도 할거고 말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고, 상쾌한 바람과, 빗방울이 튕기는 소리를 들으며 살 것이다. 엄마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곁에 있어드리고 아이들의 반항에 쩔쩔매기도 하고 성장을 지켜보기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여러 사람의 이름들을 보면서 이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한 영혼들이고 그들이 이렇게 머리 싸매고 앉아서 소중한 영화를 만들어 내게 전해줬다는 사실도 감동적이었다. 예전에 나는 디즈니 픽사 영화 크레딧을 볼 때마다 내가 저 자리에 가야하는데, 하며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곤 했다.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 생각도 떠올랐는데 바로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의 소중함과 즐거움도 떠올랐다. 꼭 무언가를 해내고 싶으면 도전해보기, 하지만 그만둬도 괜찮고 다른 것을 해도 괜찮다는 것. 그 여정 전부가 삶의 의미 그 자체라는 것.

쭉 늘린 발가락 끝의 시원한 감각을 느껴본다.
오늘 하루도 좋은 기억을 만들었다.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동한다.

정말 신이 있다면 삶을 주심에 감사를.


삶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단조로운 일상만을 반복하며 시간을 날리고 있는 아빠와
무언가 엄청난 것이 되려고 노력하느라 전전긍긍하고 행복하지 않은 내 친구 W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요즈음 세상에 삶의 의미를 곧추 세우고 만들어가는 것이 지상 최대 명제인 것처럼 돌진하고 투쟁하고 좌절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꿈이 없는데, 하고 자신을 모자란 것처럼 느끼는 쭈굴쭈굴한 사람들 두 종류가 우리 주변에 가득하다. 그 둘 모두에게 전해주는 따뜻하고 울림있는 메세지. 소울.


그 외.
- 성격이 태어나기 전에 형성된다는 게 심리학에 나오는 얘기 같아서 재밌었음
- 테리가 서류철 가나다 순으로 다 뒤지는 게 싸늘하면서도 짜릿했음
- 제리들이 대화하는 게 너무 부드럽고 온화해서 긴장 안해도 되는게 편안했음
- 사실 한줄요약하면 엄청 뻔한 메세지, 그래서 여운이 휘발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포스터에 별 설명이 없었던 듯.
- 한글 많이 나와서 반가움. 이건 한국 사람이면 다 인정할 듯.
- 개인적으로는 인사이드아웃보다 더 좋다. 그 땐 안 울었음;
-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이 느낌을 잊을 거 같다. 그래서 졸린데도 쓰는 일기.
- 웃긴게 아까도 계속 게임하고 싶었음. 중독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 OST정주행해야지
- 여전히 픽사, 디즈니 일해보고 싶긴하다
- 그 너머의 세계로 그려서 종교적 논쟁을 벗어난 것, 영혼은 민트색이라 인종에서 벗어난 것, 인류 공통의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는 것도 내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일어서자 걷자 숨쉬자 눈 뜨자 by 테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