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딧세이

별점: ★★★☆☆
한줄평: 당신은 집에 갈 준비가 되었는가. 순리를 따를 것인가, 맞설 것인가.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사실 난 놀란 감독의 국내 명성에 비해 그 감독 작품을 막 좋아하진 않는다. 본 것도 인셉션,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정도. 남자분들 중에서 놀란 좋아해서 덩케르크, 테넷 막 들입다 파고 그런 분들 계시던데 암튼 뭔가 놀란은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장르인듯.


감독빨도 있겠지만 위대한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나온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 원전의 깊고깊은 인류 초기 이야기이니 안보면 섭섭할거 같았다. 안그래도 정신분석 세미나에서 이 영화를 다음주까지 보고 오라 하셔서 좋다 싶었다.



호프를 본 뒤라서 그런가.
그냥 그랬다.



아는 이야기이고 아는 엔딩.
너무 유명한 배우들을 기용해서 몰입감이 일단 좀 떨어짐. 앤 해서웨이는 너무 예쁘심.


인물에 몰입할 정도로 한 인물이 오래 조명되지 않는 거도 내가 좋아할 포인트가 아녔고,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들 간의 암묵적 신뢰의 관습을 깨버린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걸 강조하느라 그 외의 부가적인 부분은 뭉그러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게 감독의 의도이기도 한 거 같다. 그 부분이 좋았던 부분이었으니까.


오디세우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와 그의 부하들이 어떻게 같은 시련 속에서 삶과 죽음의 갈래길을 선택해나가는지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메세지 같다.

그리고 아테나의 속삭임으로 죽은 자들에 대해 지나친 책임감은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걸 영화는 계속해서 보여준다.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다는 것.


칼립소에서 메세지는 직설적으로 전달된다.
싸우지 마라.
통제하지 마라.
그저 너를 내맡기고,
살아남는데 집중해라.


그건가.
삶이란,
그런거였을까.


요즘 내가 맞닥뜨린 고민과 같은 지점이라 참 오묘했다.


뭔가 전쟁같은게 일어날 때 우세한 세력이 되고 싶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힘을 갖고 싶었다.
높은 지위도, 많은 돈도, 그래서 원했다.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하지만 인간은 내몰려진다.
원치않고 예상치못한 상황 속에 뒹굴게 된다.
그걸 통제하고 내 의지대로만 하려고 애를 써도 결국은 진만 빠지기도 한다.



그럼 내맡긴다는 건 뭔가.




부하들은 신을 경배하고,
오딧세우스는 신에게 맞서려한다.


하지만 부하들은 본능을 따르고 의문을 품지 않고 자기를 통제하진 않는다.
오딧세우스는 신들의 규칙을 읽고, 상황을 파악하며, 의문을 품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자기를 통제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내맡긴다는 것과는 정반대처럼 보이는 주인공에게 영화는 무엇을 보여주는 걸까.



그리고 그 끝에 오딧세우스 본인이 하는 말이란건
결국 과거 행동들에 대한 죄책감, 책임감.
다만 후회는 아니다.

망자들의 외침에 답하는 모습에서도 후회나 사죄는 없다.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인다. 다만 그 후에 그들을 위해 행동할 것을 약속하고 지켜낸다.



책임감을 지는 것은 어른스러운 것이다.
그것이 진정, 한 독립된 인간을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내 통제 밖에 있다.
그래서 그리스 인들은 신을 믿었고,
종교는 21세기에도 존재한다.
모든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세상이다.
그런 게 삶이다.


그걸 받아들이고,
이 삶이란 바다에 몸을 내던지고
맡기되
자신의 머리로 의문을 품고, 상황을 파악하고, 행동하고 나아가면서, 저지른 일들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자신이 속한 곳에서 했어야할 것들을 하면서,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가는 것이 결국 인생이란 메세지로 들렸다.


결국 아테네가 묻는 질문, 너는 왜 집에 가려하지 않느냐, 집에 갈 준비가 되었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현실의 내 자리에서 질 준비가 됐냐는 질문이었다. 많은 이를 죽이고, 죽도록 만들고, 사람들간에 불신을 심고, 문명을 무너뜨리는- 이렇게 꼭 거창하지 않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한 행동이지만 타인을 고통스럽게, 원한에 차게 한 모든 것에 대해서 말이다.





오펜하이머랑 비슷하다 하는데
오늘 들어보니 AI시대의 초입에서 미국 대기업들이 만드는 한 문명의 붕괴를 본 감독의 마음이 담긴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우리는 현대 인류 문명의 제일 마지막 향유자가 될지 모른다. 완전한 붕괴 뒤에 새로운 문명이 떠오르겠지만, 그래도.


망자들의 영혼을 기리고,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기고,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 나는 이 영화가 삶을 얘기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감:
굳이 뭔가가 되어야하나.
그저 내맡겨진채로 바다에서 살아남는 것이 전부 아닐까.
최소한 내 생각을 꺼뜨리지 말고 깨어있자.


좋았던 장면:
그리스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주홍색 돛의 대비를 보면 눈이 다 사치스럽다. 그리스 꼭 가봐야지..


전투신은 그냥 그랬고, 망자들이 귀신같이 사는 나같은 사람들 같았고, 키클롭스나 키르케도 그냥 그랬고 텔레마코스는 스스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겨내지 못한 소년 같았다. 중간에 그래도 어머니의 뜻을 어기고 나아가려는 부분에서 그나마 자아가 조금 생기고 있구나 싶은 정도. 음악은 항상 좋았는데 이번엔 별로였다. 사람들의 고함과 음악이 구분이 안됐다. 호프 음악이 훨나았음…

그리고 위의 글과 별개로 실제 오디세우스가 내 상관이라면 나도 말 안 따를 듯 ㅋㅋㅋㅋㅋ 자기 혼자만 아는 정보가 너무 많고 아군도 속이고 팀킬도 감수함 ㅠㅠㅋㅋㅋㅋ 개이기적이게 느껴질거 같고 영 맥락에 이해 안되는 명령을 앞뒤설명 없이 계속 하니까 짜증나서 반항하게될듯 ㅋㅋ…. 사정은 있지만 진짜 부하 입장에선 부하들을 위한다 생각 안들었을듯 ㅎㅎ 세이렌 씬은 마약씬 같았음.



잘 짜여진 선명한 메세지 위의 플롯이 어쩐지 그리 매력적이지만은 않아서 신기했음. 어쩌면 호프를 보고나서, 상담을 받으면서 이제 복잡하고 모호한 세상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가는 거 같기도 하다. 새로운 챕터인가.




아 그리고 헬레네 역에 흑인을 쓴 걸로 처음에 말이 많았었는데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림. 일단 여자로서 아름다우시고, 헬레네 얼굴이 중요한 전쟁 원인이 아님이 나오고, 남편들에게 분노하는 여자들의 모습으로서도 잘 어울림.




후기가 다소 난잡한데, 한 영화에서 하나의 감정을 느낀다 했을때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전쟁의 참혹함이다.

무자비한 죽임과 죽음.
되돌이킬 수 없는 일상의 파괴.
민간인들의 살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을 만들어내지만
그로 인한 죽음과 파괴의 결과를 원했냐 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라는 것.

하지만 나라는 사람 개인의 입장에선 저런 전쟁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저 순간에 인간성을 지키며 자기 가치를 따라 사는 것이 과연 정말 좋은 길일까? 하는 의문. 그냥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상담선생님은 전쟁에서도 사람마다 태도는 다르다 했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이 전쟁 속에 있는 사람으로서 강하고 압도적인 위치에 올라 안전해지고 싶은 불안이 가장 많이 느껴졌다.






Ps. 보통 영화보고 오면 나무위키 찾아보는 편인데 이건 그닥 궁금한게 없네.

너무 강한 메세지는 호기심을 남기지 못하는구나 싶다.



Ps2. 시논이나 부하들이 오딧세우스를 못 믿게 된다거나 자기들까지 속이면서 그렇게 했어야했냐고 항변하는 모습은 너무나 공감되지만(나라도 그랬을거지만) 천막의 자두가르에 나오는 시타라라면 달랐을 것이다. 그 작품도 결국 같은 메세지를 담았다. 자신을 지켜줄 이 없는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자기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이해하려들고 자기뜻을 갖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만이 무력하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

아 젠장 그게 제일 어렵다고..



Ps3. 오디세우스의 10년의 귀향길에 2년은 키르케랑 살고 7년은 칼립소랑 살며 보낸걸 생각하면 험난한 바다보다는 안락함을 주는 여자들의 유혹이 현실의 자기자리에 가서 어려운 책임을 마주하는데 더 강력한 훼방꾼이란 교훈을 담은거 같다. 맞지 맞지. 부하들이 소를 잡아먹은 것처럼 입에 단 것이 뿌리치기 더 어렵다.

[애니] 슈퍼 뒤에서 담배 피우는 두 사람 (2026.09-)




유튜브에서 요약릴스를 보다가 그림체가 취향이라 유튜브 소개영상까지 다 보게됨.

그러다보니 두 주인공 케미가 좋기도 하고 퇴근하고 일상을 나누고 서로의 존재로 힘을 얻는 대화를 듣다보니 나도 퇴근하고 그들의 대화에 함께하는 기분이 들어서 본작도 보고 싶어졌다. 뭔가 그냥 집중해서 보는건 아니고 퇴근하고나서 틀어놓고 동료들 친구들 대화듣듯 ㅎㅎ

요약채널에선 너무 로맨스로 가지 않아서 좋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본 바로는 너무 로맨스 맞는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담배피는 씬이 주 내용이라 청소년 관람불가.

회사 다녀본 사람이면 공감할 요소 다분.



좋은 포인트는 여자 캐릭터들이 다들 일본식으로 성애화된 가짜같은 캐릭터(호에에~~ 이러면서 가슴만크고 자아가 없어보이는)라기보단 저음 목소리에 현실 여자들처럼 쿨하고 시니컬하면서도 소녀같기도 하고 그런 모습으로 나와서 좋았음(분명 작가 여자다).


여주가 오히려 현실감있고 남주가 현실에 절대 없을 상. 그래서 더더욱 이건 여성판타지라는게 명백함^^




Bad포인트는 일상 드라마라서 그런지 최근 우수 애니만 봐서 그런지 속도가 매우 매우 느림. 4컷 만화를 한 화로 늘린거 같은 느낌. 그래도 타야마 상이 너무 예뻐서 미모 구경하는 걸로 중간에 여러번 멈춰서 다시 돌려봄 ㅋㅋ



요약채널에서 소개한거처럼 체인소맨의 마키마 같은 머리색깔에 반원눈이라 한 미모 하시는데 다정하고 장난스러운 사랑스런 성격이라 더 좋은 듯.



유튜브에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주인공은 20대 남주는 40대 중반이라 20살 나이차가 있는데 왠지 일본엔 이런 장르(?)가 있는거 같기도. 오지콤 같은거려나. 작품 내에서는 아직까진 나이차가 크게 느껴지진 않음. 굳이 따지면 오지콤러버들이 좋아하는 이런 “아저씨니까 자중해야지!” 하는 남주인공의 태도와 그걸 이용해서 놀려먹으면서 다가가는 여주인공이 나온다는 것.


작가가 sns에 올리던 게 연재작이 됐다하는데 딱 그런 느낌으로 일상물이면서 큰 사건 없고 반전 없고 큰 감동이라기보다는 예상 가능한 대사들 속에서 익숙한 맛을 새로운 접시에 담아 예쁘게 먹는 그런 느낌. 일단 로맨스니까~


그리고 누구나 퇴근하면 이런 힐링 받고 싶잖아!




동경과 사랑 그 중간 어딘가의 감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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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려고 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해!



오늘 들은 말씀.



인생도 그런거 같다.
잘하려고 하길 내려놓으면
이 얼마나 즐길거리 아름다운 것 가득한 세상인지.



근데 참으로 그거 내려놓는게 어렵다.
거의 앞으로 걷기를 포기하고 뒤로 걷기로만 살아라 하는 거 같이 본능을 거스르는 느낌. 기분은 패닉 상태로 이어지니 말이다.


아마 혼자서는 못 버텼을거다.





-





사실 실제 상담 시간때는 15분 지각하고, 35분 내내 울다가 나왔다.


선생님은 내가 나를 너무 비난하고 있다고
그걸로 다 덮어버리고 있다고 했다.
오늘은 사뭇 달래주시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느끼셨을거 같다 내가 간당간당하다는 거.
간당간당하다. 조금더 밀면 다 포기할 것 같다.



사람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망치려면 할 수 있는게 참 많고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살아있는게 신기한 일이었고, 그만큼 삶의 추동도 강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 우리 부모가 보기에 나는 이미 망한 자식, 망한 패다. 친척들 중에 소리없이 사라진 분들처럼 나도 못난 자식, 실패한 자식이라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그런 애로, 거지같이 살면서, 성공 축에도 못 끼고,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그런 애가 됐다고 하면서 울었다.


그랬더니 맞다고, 너 망한 자식 맞다고 하시는데
헤매고 방황할 수도 있지 왜 그걸 그렇게 비난하냐고 그리 무섭진 않지만 단호하게 짚으셨던게
어쩌면 내 안의 썩을 목소리에게 그러시는 거 같기도 했다.


귀신 같은 상태라고 하셨는데,
정말.

어떤 사념에 붙들려서 살아있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같은 주제를 반복하는게 귀신이 딱인거 같긴하다.

여전히 너무 얽매여있다.


나는 스스로 이걸 벗어날 생각이 있긴한걸까 정말.
그리고 벗어나고 싶어하긴하는걸까.
여전히 여전히 부모와 사회가 줬다고 믿는 그 틀 안에서 성공해내서 보란듯이 그들의 잣대 속에서 복수를 하고 인정받고 싶은게 전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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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 볼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록은 해두자.

단념할 줄 아는 마음

다시 한번 기회가 닿는다면 이런거, 저런거 해보고 싶은게 여전히 많이 떠오르지만,

그건 그냥 내가 상상력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테니까.


어떤 가보지 못한 길은 단념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다.


그래야 상실감, 그리움, 후회, 추억, 이런 것들이 생겨날 자리가 생기니까.


삶이라는 걸 온전히 배우고 알아가기로 결심했으니 달콤하고 좋은 것만 취사선택할 수 없는 거야.


슬픔, 외로움, 좌절, 이런 것도 경험해내는 거야.


그래야 나도 상대방도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거야.

그래야 더 좋은 것들이 올 자리도 생기는 거야.



그리고 인간은 그런걸 해낼만큼은 강하니까,

해낼 수 있어.
경험해내고도 살아낼 수 있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


이런걸 글로 쓴다는거 자체가 자연스레 단념이 안되서 결의를 다지려고 하는 거지.

선생님은 너는 네 발로 나오지 못했을거야 하셨는데 맞는 말같다.


나는 상시 누군가의 노예가 되고 싶은 사람 같다.
정작 노예가 되면 행복하기만 하지도 않으면서도.


노예근성이 뼛속 깊이 자리잡아서 누군가가 나를 함부로 대하고 목줄을 채워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거기서 나오려고 이렇게 돈과 시간을 쓰고 노력하면서도 습성이라는게 참 그렇다.





-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아도,
나는 살아갈 수 있다.
그럴 수 있음을 증명해낼 것이다.

정신병동 이야기 - 대릴 커닝엄 (2026.02-08)




가벼운 마음으로 고른 책이었는데



마지막 쯤에 자살 충동 부분을 읽다가 먹먹해졌다.


목을 매 자살시도를 한 뒤 두 눈이 다 충혈된 채 병원에 입원하게 된 아주머니 얘기와 허리띠로 병동에서 생을 마감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읽는데 뭔가 내 눈앞에 올가미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그러면,
왠지 기분이 좋을 거 같았다.





왠지 편안해질 거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고난 뒤 며칠간 그 생각에서 벗어나오지 못했다.

상담을 받고 조금 나아졌지만 혼자 가재도구들과 있을 때 생각보다 자신을 해치려는 의지만 있다면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자신이 적인 것이 가장 막기 힘든 적이구나.





자해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극도로 우울감에 빠지면 내 심장소리를 듣고 싶어지더라. 내가 살아있는지 아닌지 감이 없어진다.

아무리 애써도 심장박동이 너무 희미해서 잘 느껴지지 않았다.
목을 콱 졸랐다가 푸니까 컥컥 거리면서 숨을 확 들이키니 내가 진짜 살아있구나 하는 감각이 들었다. 그게 꽤 안심을 주는 거 같다. 실제로 죽지 않고 내가 그 전에 멈출 수 있다는 사실도 더해서.



자위를 하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심장이 빨리 뛰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소설 ‘추락’의 주인공이 섹스에 매달리는 것도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있던데 공감이 간다.




왜 살아야하죠?
이런 질문을 보통 사람들은 잘 안한다.
소위 정병 걸린 사람들이 달고다니는 질문이다.



이 책으로 돌아오자면,
심각한 정신병리로 인해 병동에 입원한 사람들이 간호사였던 작가의 시선으로 소개된다.

그들은 자신을 돌볼 정신이 온전치 못한 이들이다.
우울과 자살 부분을 보면 돌봄은 커녕 자신을 해치는 사람들이다.


치매로 시작해서 반사회성 성격장애, 조울증, 우울증, 조현병 등.


마지막에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진로 방황을 하며,
병원에서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해서 스스로 우울증에 걸린 남자.


애초에 진로방황을 한 것부터 자아정체성이 다 발달하지 못한 채 헤매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도 예술적인 사람이었으나 그걸 발휘하기보단 섬세한 감수성을 다른 사람 감정을 읽고 돕는데 써오다가 병원에서 나온 뒤 깊은 우울증을 통과하고 나서야 만화를 그려 올리기 시작했다.

너무 나랑 비슷해서 묘한 공감이 되기도 하고 나는 결국 만화가 아니라 치료자의 길을 걷는데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교차하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고 나도 역시 저쪽으로 가야하나 싶기도 했다.

우울하면 자신감이 없다.
내 모든 게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저자도 자신의 만화가 형편없다고 생각해서 올리지 못한 채 붙들고 그렸다고 했다. 온라인 매체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에 올린 뒤 반응이 좋아서 희망을 갖고 출판까지 가게 됐다고 했다.



우울하면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자신을 본다.

사실 세상은 생각보다 더 친절하고 기회가 있는 곳일 수 있다. 물론 항상 따뜻하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우울할때 보는 세상과 미래, 자기자신은 상당히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



감정은 널뛰기를 한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엔 흑백의 판화같은 저자의 표현력에 초점을 맞춰서 나름 흥미롭게 읽었는데,

마지막에 자살사고가 올라오면서 책을 덮을 때는 나 자신이 극히 우울해져있었다.

분명 작가는 가장 희망어린 말로 책을 끝냈는데 그때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어떻게? 어떻게 그 우울을 버텨냈을까?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였다.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커리어도 박살나고, 뭐 하나 오래 한 적이 없으며, 만화로도 인정받아본 적 없고, 그런걸 붙잡고 방구석에서 계속 그리는데 대중에게 내보이기도 수치스럽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지내는 일상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게, 하루를 지낸다는게 너무나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을거 같다.


하지만 그는 버텨냈고, 살아냈고, 그 터널 뒤에 온 새로운 삶의 지평을 누리게 됐다. 이제 그는 출판 만화가이고, 그 뒤로도 작품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포기했다면 보지 못했을 미래이다.



그래서그런걸까?
그래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걸까?



병동에 치매환자들은 집에 가고 싶어한다.
중환자실에 입원했을때, 그곳의 할머니들은 참 살고 싶어했다.

누군가는 버리려고 하는 삶은,
누군가가 염원하는 삶이다.

두 삶은
동시에 존재한다.



내 안에서도 동시에 존재한다.



힘들어서 삶을 놓느니 힘든 일을 놓는게 낫지 바보야.
그런 생각이 든다.


살다보면 내 생각대로 살게되지 않지만,
그건 생각이 보여주는 세계가 현실보다 작아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해답이 주어질 수 있음이 이 세상의 미지가 주는 사랑스러운 부분이다.




나도 내 경험으로 만화 그려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우연히 흥미가 생겨 집어든 책이었는데, 저자의 경험의 무게와 방황한 시기를 보면 이러한 책 한 권조차 절대 쉽게 나오는게 아녔구나 생각하게된다.


나는 내가 왜 살아야하는지
나만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
저자가 만들어낸 것처럼,
나만의 답을 만들어내야한다.





작가 특유의 검고 투박한 그림체가 내용과 잘 어울린다.
챕터별로 우리나라 정신과의사 분의 병에 대한 코멘트가 있어서 정신병리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 전반적으로 병의 양상을 보고 싶을 때 도움이 될 책 같다.



어느정도 솔직히 써야할지 고민을 했다. 베르테르 효과를 낳고 싶진 않으니까. 나도 책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든거니까.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저자도 살아냈다. 그래서 느낀 그대로 남겨본다. 애초에 누가 많이 읽는 블로그도 아니니..


미래의 내가 몇살까지 살진 모르겠지만 가장 늙었을 때 이 순간을 회상해보길 바라며.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 - 우도 라우흐플라이슈 (2026.02-08)




공감되는 부분을 적자니.. 책 전부를 받아적어야해서 불가능.


좋은 책이냐 물으면 그렇다 말하긴 좀 그렇다.




잘난 척만 하는 사람,
괜찮은 척, 잘 사는 척, 잘나가는 척하다 알고보니 혼자 집에서 고독사한 사람,
쉽게 사랑한다 홀리고 한번 잔 뒤 사라지는 사람,
모든 것에서 수치심을 느끼면서 속으로는 성공한 자신의 환상에 빠져 사는 사람,
자기 외 사람에게 지나치게 비판적이어서 다들 떠나가지만 자기는 오히려 혼자 노력한다 생각하는 사람,
등등


온갖 나르시스트의 사례들이 나온다.

첫 사례부터 쭉 끝까지 안 와닿는게 없다.





하지만 이걸로 누가 나르시시스트인지 판별하고자 한다면 말리겠다, 자기자신을 진단하는 용으로도.


그냥 현대사회, 특히 현재 한국사회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나르시스트이다. 내 생각엔 기득권일수록 더 많은 듯.


오토 컨버그의 성격장애 분류를 배우고 난 뒤에는 나르시시스트들이 유별난 종족으로 보이기 보다는 인간의 성격수준 3단계 (정신증-경계선-신경증) 중 경계선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특징임을 알게됐고, 그 뒤로는 이들이 별도 그룹이라기보다는 발달이 덜 된 애기들 모두를 일컫는 상태라고 보게됐다.




결국 자아가 발달될 충분한 정서적 양육경험이 부족하면 남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어렵고,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 싶고, 져주는게 극히 싫으며, 실패나 수치를 견디기 너무 힘들고, 사랑은 엄청 받고 싶으면서 책임은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르시시스트를 한데 뭉쳐서 특이집단 취급하고 관찰하거나 욕하는 건 무의미하게 느끼게됐다.


오히려 발달 중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는 걸(하지만 보통의 상담사들도 수년간 애쓰다 나가떨어질 정도인걸 익히 들음, 그만큼 쉽진 않다) 알게됐다.


우리 엄마는 강박적인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동시에 나르시스트 적이었던거고,
우리 아빠는 대놓고 자기자랑 일색에, 애한테도 져주는 걸 못하니 외현형 나르시스트인 것이었다.


그냥 다들 그런 구석이 있을 수 있는데 얼마나 병리적으로 심한지, 그리고 완고한지가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르시스트라는 분류가 유의한 함의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유형으로써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전에 자기애성 성격장애 진단 관련 책 후기를 써서 올렸었는데 그건 그냥 정의, 진단문처럼 돼있어서 엥 나도?? 하고 누구나 자기에 대입해서 읽다가 그래서 자기가 대단하다는 공상을 하는게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까지가 나르시스트라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럴때 이 책을 읽으면 훨씬 와닿는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나르시시스트 사례집이다. 그래서 각 사례별로 어떻게 치유하고 대해야하는지는 코딱지만큼 나와있고 별로 도움도 안된다(상담받아라 아니면 거리둬라 두가지임).


그보다 각 사례가 진심 내가 살면서 만난 누구누구들이 떠오를 정도로 자세하다. 사실 내 뇌속이 사찰당한 수준이다.




한 사례에서 겉으로는 화려한 업적을 쌓고 잘나가는 인생을 살았지만 속깊은 대화할 친구 하나 없어 고독사로 집에서 홀로 죽은 채 발견되는 사람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이걸 동료에게 얘기했더니 실제로 나르시스트 할머니 중에 평소에 친구 많다 하시던 분이 있었는데 정작 장례식엔 친구가 아무도 안 왔다는 얘길 들려줬다.


난 우리 할머니가 항상 친구 많다고 해서 진짜겠거니 했는데 우리 할머니도 생각해보면 완전 자기애적이라 그게 다 뻥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하게됐다. 충격.




그리고 나 자신이 사실 죽으면 그렇게 될거 같다. 누가 오겠나 내 장례식.



뭐 죽으면 그만이지 싶긴한데,
회사 동료들과 일상 대화를 할 때 나는 나눌 것이 없다는 데서 그걸 느낀다. 내 삶에 다른 사람이 없고, 여가가 없다. 온통 일과 미래에 대한 생각과 불안 뿐.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만,

나르시스트의 문제는 타인을 사랑할 줄 모른다는 데 있다.
호르몬으로 인해 가슴뛰는 걸 경험하지 않는다는게 아니고 내가 싫은 일도 하고, 내가 소외되거나, 내가 좀 지거나, 양보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썩을.
과연 이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일까?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긴한가?



왜이리 세상엔 힘들고 고된 일만 많은거 같은지.






어쨌든 치료적 측면에선 비추이지만 생생한 사례를 접하는 용으로는 강추.

[영화] 호프(HOPE)

별점: ★★★☆☆
한줄평: 머리로 생각하지말고 느껴야한다, 알 수 없는 재앙이 닥칠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다보고 나오는데 왠지 달려야할 거 같아서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땀범벅으로 헐떡이니 그제야 좀 살아있는 것 같았다.


나홍진 감독 작품은 처음 봤는데 앞으로 피하게 되거나 무작정 보진 않을 듯. 영화는 어떠한 체험, 삶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고 그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감독이 주는 경험은 굉장히 내겐 힘들다.


극 초반 내내 스포를 대강 읽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의자 등받이에 잔뜩 기대서 손을 마주잡고 웅크리고 봤다.
나는 공포라는 감정에 굉장히 취약한데 스릴러와 공포물, 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감정선이 굉장히 괴로웠다.

내 옆에 앉은 혼영하는 남자분 중간에 헉! 하면서 큰 소리로 놀라시기도..




끝나고도 그 긴장과 공포가 가시지 않아서 집에 오는 길 내내 무서웠다. 사실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데 또 무섭다.


무서움은 극복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나라면 총을 들고 어둠 속으로 가지도 못할테고,
누굴 구한다고 죽을 각오를 하고 숲으로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옘병. 제일 먼저 도망갈거 같다, 죽은 척 하거나.


극 중 인물들은 공포가 만연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마음을 놓치 않는다. 존경스럽다.
그리고 지만 알고 이기적인 인간에게 욕하고 화내는데 제3자입장에선 진심 개빡칠거 같아서 공감되면서도 과연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혼자 내빼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 스포 없이 본 동료는 예고편도 보지 않길 추천했지만, 난 그랬으면 훨 두려웠을거 같다 ㅠ


약하고 작은 동물들은 공포가 임계치 수준 이상이 되면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나도 그럴 거란 예감같은게 있다.
나에게 그 이상의 자극을 주고 싶지 않다.




인간 군상들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 본다는 점에서, 그리고 사람이 진실을 알고자 하기보다는 감정에 따라서 신뢰하고 행동하고 만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부분이 여럿 있었다.


강렬한 체험과
중간중간의 유머,
그리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선 좋은 영화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는 감정의 체험은 내게 좀 힘들어서 앞으로 또 이 감독 껄 볼진 모르겠음.

+ 곡성, 랑종 스토리도 집 오는 길에 찾아봤는데 와.. 나 이거 보면 평생 트라우마 될거 같음;;;; 배드 엔딩은 도저히 못견디겠다, 특히 장르가 호러 공포일때….



++ 그래도 중간 이후부터는 주인공은 안 죽을거란 예감을 줘서 참 마음이 덜 불편해졌다. 뭔가 그래도 다 죽는 건 너무 그렇잖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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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레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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