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일까지 블로그 잠시 쉽니다

블로그도 조용히 있는게 나을거 같아서요

그때까지 하늘을 더 많이 보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내년을 위한 준비를 해볼까 합니다.



어떤 모습의 자신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한 터전을 만들길 바라며.

Richter: Spring 3 (2022) (에르메스 광고음악)

 

요즘 영화관 갈 일이 많아져서 앞에 나오는 광고에도 더 많이 노출되었는데 유난히 귀에 꽂히는 광고가 있었다.

 

에르메스(hermes) barenia 향수.
https://youtu.be/mpXfU7rOQ2I?si=qgOBEQjmNbRUE9Cb

 

영상은 위 영상인데 음악이 달랐다.

뭔가 바이올린이 솟구치며 살아숨쉬는 가느다란 나무줄기들이 위를 향해 마구 솟아오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경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날카롭지만 아프지만은 않은 그런 음악이었다.

 

처음엔 찾는데 한참 애를 먹었다.

아직 에르메스 공식 계정에도 안 올라온 올해 버전인 듯 했다.

결국 광고음악 만드는 분까지 팔로잉하면서 헛다리를 짚다가 결국 다시한번 극장에 가서 바로 그 광고가 나오자마자 샤잠을 통해 제목을 드디어 찾아냈다!(역시 기술혁명 최고)

 

Richter: Spring 3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e2NoXZbDzMU&list=RDhLZ6c4ZLxUY&index=2

 

Max Richter라는 분이 비발디의 사계를 재해석해서 만든 사계의 봄 3악장이었다.

잠시 감상해보자.

 

 

 

 

 

 

이처럼 생동감있는 봄이라니. 봄은 원래 찬란하면서 피맛이 좀 나는 법이다.

 

 

 

 

다시들어도 감동적이다.

 

아래는 사계 전 곡이다. 다른 계절들도 원곡을 잘 살리면서 지루하지 않게 편곡해냈다. 흥미로운 작품이다.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 - The Four Seasons 

https://youtu.be/hLZ6c4ZLxUY?si=ampTK_UX6GTVxV8w

 

 

 

나처럼 헤맸을 영혼들을 위해 남겨봄.

[영화] 가능한 사랑


별점: ★★★☆☆
한줄평: 도둑맞은 가난, 압구정 소녀는 과연 미싱공장 소녀를 사랑할 수 있는가?


잔뜩 긴장하고 봤는데 다행히 그렇게 충격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다른 감독들이라면 충분히 중간에 넣을 법한 흐름인데도.

하지만 잔잔하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다큐멘터리같으며, 그 현실감은 동시에 잔잔하게 계속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기생충이 도전적인 프레임에서 변화구를 던졌다면 이 작품은 정직한 직구이다.


하지만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는 직구이다.


노동을 찍는 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다큐감독을 주인공으로 함으로써 영화 안에 녹여냈고, 넷플릭스의 거대자본에 기대 만들어진 영화로서 가지는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녹여낸다.



끝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원래 안 좋아했는데 이젠 삶의 복잡성과 애매모호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나보다.



극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아, 나는 노동자분들 상담은 도저히 못할거 같다, 어려울거 같다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아빠가 떠올랐다.

부당해고든 뭐든, 시스템에서는 뭐든 일어날 수 있고 이건 탓할 수 없는거라고, 즉각 일어나서 살길 각자 찾아야 하는게 세상이라고 어릴때부터 가르쳐주신 분.


그 생각에 몰두해서 집단상담 장면을 보는데 이게 심리치료로 될일인가?? 그들이 그렇게 정의를 외치는데 그게 맞나?? 파업제지과정에서의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전쟁같은 상황은 정당해서 일어나는 건가?? 원래 이 세상은 부조리한 거 아닌가? 그걸 문제시 할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물론 그게 내 일이 되면 억울하고 원통해서 다시 일어날 힘도 안 들거 같긴하다..


아니 진짜 그럴까? 모르겠다.



하지만 극 중 호석이 그런 것처럼 위기 상황에 남을 위해 뛰어들진 못할 것 같다.


나에게는 마음을 간직한 두 부부와 마음이 사라진 남자와 마음이 제한된 영역에만 있는 여자의 이야기 같았다. 후자의 두명은 좁은 세계 속에서 생긴 마음 뿐이라 타인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가끔 인류역사나 여러 사건들을 보면 인간의 마음을 없애버리고 사이코패스처럼돼야 돈을 많이 벌고 남 위에 서서 성공하는걸까 생각하게된다. 생존전략으로서 그게 좋지 않나 싶은데 상담선생님은 돈과 권력이 있다고 생존확률이 올라가는건 꼭 그렇지만은 않다해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까지 내가 본 세계는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잃어버린 강철로봇 같은 인간들이 성공하는 세계다.


상우는 전형적인 그런 캐릭터이다. 애초에 착한 척도 안 한다. 안하무인이다. 다만 어린 아이같다.

순수한 아이가 도리어 잔인한 면이 있지 않나.

파업으로 한 가정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 그려지는데 솔직히 다 공감되진 않았다. 과연 그들은 회사에 얼마나 의존하며 살았던 것일까? 회사와 직장이 한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그와 별개로 사람으로서의 존엄성, 자유를 계속해서 위협받는 가난한 자의 입장은 공감됐다. 마지막에 나신으로 자유를, 자유의지를 표명하고 동등한 수준으로 부자사람을 대하는 것과 그 조차 수탈당할 뻔한 것도 이 극 전체를 표현한 은유 같았다. 제일 좋았던 씬.


마지막에 보름달을 보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영화관 밖을 나오니 추석 보름달이 떠있었다.



우리 아빠가 날 그렇게 키웠지만 나는 집을 거부하고 나왔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죽이고 싶지 않았고 그럴 수 없었다. 너무 고통스럽거든.



그래서 호석이 한 행동에 대해서 나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낭만적이란 말도 있었지만, 내 생각에 그건 사람의 마음이 있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다만 그가 놓친 것은 그렇게 해주는 건 나의 가치에 의한 행동이지만 타인들은 그에 보답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가슴깊이 이해하고 있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거도 내 일이 되면 개빡치고 극렬한 배신감에 인류애가 개박살나겠지..


그럼에도 감독과 주인공들은 이렇게 마무리짓는다.
그래도 살아야지. 살아나가야지.

맞다. 세상이 날 억까하고 세계가 뒤집히고 흔들려도, 내 삶은 내 것이고 내가 살아나가야지.

그리고 마음을 죽이지 않고 살다보면 그렇게 보름달보며 이야기할 수도 있고 말이다.

어쩌면 이 노동자부부의 사랑이 가능한 사랑이었을까.




여러가지로 담은게 많아서 좋았던 잔잔한, 잔인한, 이 시대에 ai로 인해 잠재적 구조조정 대상자인 모든 노동자에게 필요한 영화.





Ps. 문득 조여정이 설경구를 회상하며 그 사람 눈이 슬퍼 보였어요- 하는 말에서 그를 향한 사랑이 깃들어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유일하게 그녀 앞에서 속에 깊이깊이 눌러왔던 말을 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시점에서는 순간이나마 가능한 사랑이 전재할 수 있을지도.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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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오 모토 - 이구아나의 딸(단편)

전부 내 얘기다.

나도 이구아나였던 것이다.
나도 내가 냉혈동물이라고 생각해왔다.

애초에 뱀띠니까.




엄마는 나를 보면 괴로웠겠지?




엄마가 날 사랑해줄 수 없었다는걸 깨닫는게 나를 자유롭게 해주기도 한다. 슬프지만.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2342011





나랑 똑같은 삶을 살아본 여자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는 건 정말이지 놀랍다…






정신분석을 받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이 작가 대단하다..

후지코 F.후지오 - 안식의 집(단편)

트위터에서 일부만 보고 충격적이어서 본작도 찾아봄.


아래는 그 트위터에 올라와진 부분.









결국 자기 발로 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들은 저런 엄마의 품에서 아무 기능도 스스로 할 줄 모른채 살아가길 바라는 셈이다. 그 모습이 어떠한지.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산책했다.
한 남자아이가 어른들의 지지와 훈계, 도움 속에서 어설프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헬멧과 보호장비를 갖춘 아이 하나에 어른 서너명.

인상적인 건 아이가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게 하고 이래봐라 저래봐라 말은 해도 아이가 스스로 탈 수 있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그 아이의 차의 핸들을 뺐지 않았다. 그럼에도 훈계가 좀 어른들 스스로를 위한 것 - 잘난척이거나 좋은 어른 역할을 한다는 자기만족감 - 같이 느껴질때 아이가 빽 소리를 질렀다. “ 아 좀 옆으로 가시라고요~~! ”







한없이 품어주고 내 똥도 대신 치워줄 엄마, 어른을 염원 하게되지만 사실 스스로 일어나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삶에서 다시 없을 기쁨 아닌가.




처음 내 손으로 하고 싶었던 바다수영을 했을 때, 영리한 질문과 답을 해서 한문 선생님께 이쁨 받았을 때, 내 손으로 가구를 조립해서 내맘에 드는 흰 책장을 내 손으로 세웠을 때. 그 기쁨이 과연 희생할만한 것인가. 그렇게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무엇을 디디고 서있는 지 부터가 다르다.

[애니]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2026.09-) [스포있음]

보기 시작.
이제 여유시간에 애니 하나씩 보려하는데 볼게 너무 많아서 신난다. 은퇴하면 보려고 했는데 그냥 지금 볼래.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걸 고를 수 있다니 행복하다.

뭐부터 볼까 하다가 요즘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내 마음을 따라 이거로 결정.

나는 과학이 좋다.
프로이트의 글도 과학의 냄새가 나서 좋다.
현상에 의문을 품고
의문에 합리적으로 답하는 것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

과학에는 경계가 없고, 관습이 없고, 종교가 없다.
이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만 있을 뿐이다.


정신분석이 좋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삶과 세상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진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 것들을 이해해나갈수록 자유함을 느낀다.

천막의 자두가르 무함마드 도련님이 말했듯
무지는 두려움을 낳지만 앎은 내가 내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자, 세상에 척을 지든 핍박을 받든 두렵지만
나는 과학을 하고싶다.
과학자의 자세로 나아가고 싶다.



-



1화부터 고문 장면이 나와서 괴로움.
근데 결국 호기심이 저기까지 가게 했을 걸 아니까 나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 싶다.



미친 3화만에 주인공 죽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밤하늘이 배경인 경우가 많아서 조명을 어둡게 해야 화면이 다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첫번째 주인공 너무 나같았는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진정한 학자가 된다.. 알고 싶다는 마음. 재미없는 세계에 살아가며 안전하게 지내는 것과 이 세상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면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후자를 선택하면 이단아로 잡혀 고문과 죽음이 기다림에도.


나야말로 최근 상담에서 그냥 돈과 명예만 추구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왔을까 했는데 그럼에도 왜 계속할까 나 스스로도 답이 안됐었다.





나도 어쩌면 모르고 이해되지 않는 것을 알고싶다는 마음에서 여기까지 온거 같다.



여전히 세상은 알 수 없고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지금의 세상을 우리는 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중세의 학자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언제든 우리가 당연하다 여긴 세계는 뒤집힐 수 있다.



두번째 주인공은 개찐따이고 비굴하기 그지 없고 개쫄보인데 어떤점에선 그래서 더 인간적이기도 하다. 또 다른 주인공은 너무 오만한데다가 인간을 우습게 봐서 얘 이러다 큰일나는거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들이 언제 죽을지 몰라서 조마조마하다.
코스모스를 읽을 때 느꼈듯 세계관과 가치관을 흔드는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는 호기심에 대해 인류가 거세게 저항한다는 사실.
과학혁명의 역사는 나같은 호기심 인간에게는 피부에 차갑게 스며든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인간은 진리를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은 반란자, 이단자가 맞을 것이다. 체제와 유지되온 평화를 깨는 사람들이니까.

안전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내면의 진실한 목소리와 세상의 진짜 모습을 외면하며 살아가는 건데

거기에 의문을 표하고 반대의견을 내니 더 깔아뭉개질 수 밖에.



챕터마다 나오는 이단 심문관들의 고문이 극의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고 동시에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이 그렇게 가볍고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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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로키!!!

별점: ★★★☆☆
한줄평: 용기란, 누군가를 위할 때 생겨난다. 우정은 상대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있다면 우주 어디에서든 생겨날 수 있다.






운이 좋았다!

원래 오늘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는데 이후 일정이 취소되고, 메가박스에서 프로젝트 헤일메리 재상영을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추석 연휴에 보려한 걸 확인해보니 추석에는 막이 내려간다는 걸 알게되고, 바로 남은 상영시간을 찾아보니 딱 1시간 뒤에 신촌 메가박스에서 오늘 마지막 타임이 있었고 - 일요일 이후로는 내가 안되는 시간 뿐이었고 - 이동시간 고려하니 딱 시작 10분 전에 도착 예정인데다가 자리도 많이 있어서 바로 예매. 그리고 가는 길에 맘스터치 들러서 청사초롱 키링 사면 딱이겠다 싶어서 이대역 맘스터치에서 저녁 사고 들어가야지 함.

원래는 집에서 혼자 고기 구워먹는게 계획이었는데 티켓 할인 받아도 만이천원이나 하길래 왕십리역에서 순간 한번 멈춰서 고민했다. 충동구매 이거 맞나??? 안그래도 요즘 돈 쪼달리고 집에 있는 식량 먹어야하는데.

왕십리역 에스컬레이터에 붐비는 사람들 가운데 줄 서있다가 타기 직전에 빠져나와서 검색을 시작했다. 그냥 집에서 노트북으로 보면서 고기 구워먹는게 이득아닌가 싶어서.

근데 넷플릭스에 이 작품 검색해도 안나오는거 보고 바로 고>>>



그리고 우주 영화는 대형 스크린에서 봐야 참맛이지!


계산미스는 토요일 저녁 맘스터치에 사람이 많다는 것. 기다리면서 앞 부분은 날리겠구나 맘먹고 그래도 상영시작시간인 8시가 되도 햄버거가 안나오길래 취소할까 하다가 딱 받아들고! 키링도 원하는 색상으로 바꿔달라고 하니 바꿔주시고(오예스!) 한정거장 거리인데 바로 가는 버스 딱 1분 안에 타고 극장까지 8:07분에 도착.


썩을 티켓 부스 찾는데 좀 걸렸고(통신사앱에서 할인티켓을 사니 모바일 티켓이 없었음) 거기도 줄서야했지만 다들 나처럼 혼자 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 같았음. 다들 마음 급히 티켓을 뽑아들고 바로 그 층에 있는 상영관1 을 찾아들어감.


딱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시작-!



옆자리 사람도 없어서 더블불고기버거세트를 편히 꺼내 먹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시작했다.


(근데 왜 헤일메리일까, 해일매리가 맞지 않나)





최근에 영화관련 대화를 나누는데 다들 이 영화는 칭찬을 해서 궁금했었다. 대략적 포맷은 마션이랑 비슷한데 여기서도 혼자남은 우주미아가 나온다.

역시 우주는 고립된 인간을 극명히 드러내는 장치로 최적이다.



로키를 포함해 무서운 영화가 아니고 우정에 대한 거란 걸 예전에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미지의 무언가와 조우하는 어둠 속의 순간은 넘 무서워서 두 손은 꼬옥 마주잡고 긴장하며 봤다.






라이언 고슬링 특유의 능청스런 모습과 드립치는 캐릭터 성격이 잘 어울렸다. 극은 종말이 다가오는 지구를 배경으로 하지만 주인공 덕에 우울하게 가라앉진 않는다.



그레이스는 용기있는 사람의 이미지에서 동떨어진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의 배경부터 그가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모두가 환영하지 않는 이론을 주장하고, 싸우다 학계에서 매장되고, 연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세계를 위하고 싶다고 말해서 연구에 합류한다. 결국 영화 시작점에서 두갈래로 흘러가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 시점의 끝에 알게되는 출발과정은 충격적이지만, 그는 그럼에도 홀로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무척 용감하다.


아니 그냥 로키를 처음 만나는 과정부터가 용기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들 뿐이었다.

미지의 함선과 교류하고, 헬멧을 벗고,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소통방식을 고민하고 끝내 해낸다!

어떤 점에서는 과학자라는 종족이기에 해낼 수 있는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과학은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불가능은 없다고 믿으며, 탐구하고, 방법을 강구하는 세계다.

회의적일 수 있지만 어떤 점에선 첨단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아니 근데 적다보니 너무 과하게 껴맞춘거 같네. 주인공은 무서워서 도망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매우 인간적이다.


사실 그가 다른 승무원들이 용기있다고 말하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연거푸 말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이 말들은 장치 중 하나이다. 용기를 낸 선장의 대사에서 누군가를 위해서, 할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주인공 그레이스 박사에겐 전인류적인 차원에서 봐도 목숨을 걸만큼 소중한 누군가는 없으니까. 그만한 희생을 할 이유도 없기에 그런 용기를 낼 이유도 없는 거다.




지구 상에는 그를 위해주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다른 탑승원들에게는 지구에 두고온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의 사진은 오직 독사진 뿐이다(ㅠㅠ).



어찌보면 그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지구상엔 없었던걸지도 모르겠다. 자기고집있는 괴짜 과학자, 대인관계 영역에 투자 안한 사람은 대부분 그런 이미지 맞지 않나.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우주의 그 망망대해 속에서 지구로부터 수없이 멀리 떨어져 적은 연료로 118년 걸리는 곳에 유일한 생명체로 존재한다는 고립감은 그 앞선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 인생영화 그래비티에 내가 크게 공명했던 것도 돌아보면 완전한 고립감. 그리고 품 안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 이 마음 때문이었던 것같다.


이무리 그래도 지구에는 상점에서, 길거리에서, 하다못해 눈인사라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단 말이다!












그 와중에 생긴 또다른 외로운 존재 로키와의 만남과 둘이 만든 콤비 케미는 넘 훈훈하고 귀엽다.


마지막에 그레이스가 보여준 용기와 선택은 로키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 그레이스를 위한 유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중한 대상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미래와 목숨까지 거는 것.


아무에게나 그러면 문제지만, 그럴 상대가 존재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드넓은 우주에서, 살아갈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누구나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홀로남은 그레이스가 마대자루를 사람처럼 옷입혀놓고 꼬옥 껴안는 장면이 캐스트어웨이의 윌슨을 떠올리게 했다. 역시 인간은 사회적동물인가보다. 누군가와의 교류가 필요하다. 대화와 웃음, 체온은 영혼의 양식이다. 굶으면 죽는다.



ps. 영화의 메세지는 좋은데 결국 이 우정이 외계인과의 것이고 지구에서는 무자비한 인간들이 있다는 점에서 사실 희망없는 방구석 오타쿠의 시나라오 같단 생각도 든다. 내가 그레이스라면 총사령관(?)을 과연 용서할 수 있었을까? 그정도의 외로움과 적막함, 죽음의 공포 뒤면 미움과 원망이 그리 중요하지 않으려나..



ps2. 진심 호프 본 뒤로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가 다 밋밋하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ㅠ



ps3. 눈 컨디션이 안좋아선지 빛번짐이 부옇게 심해서 영상미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우주영화도 여러번 보니까 감동이 덜한 걸까. 그래도 대기권 진입장면은 너무 멋졌다. 나중에 더 큰 스크린으로 가운데 줄에서 보고 싶다.


+ 음악은 좋았다. 우주가 배경인 영화음악이 좋다. 아마 21세기 초반의 대중음악의 흐름 중 하나로 기록되지 않응까. 20세기보다는 우주극이 늘어난거 같기도 하고. 다른 차원의 거대한 시공간을 음으로 표현한 것이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 중간에 노래방 기계로 불러준 노래 가사도 하나하나 박힌다. 어떻게 그렇게 선곡을 했지..

*아직 안 본 분들은 아래 영상 보지 마시고 영화 내에서 이 장면을 처음 보는 감정을 생생히 느끼시길 바람.

https://youtu.be/D2m50b5ff_E?si=Nchf7KnPFi2C1l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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