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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토끼 프로젝트

https://www.thebridgetogether.com/Project/Details/3051

나의 여름-가을에 의미를 준 프로젝트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ㅎㅎㅎ



우간다에 일어난 내전으로 인해 강간당하고 공동체에서 터부시된 여성들이 홀로 서기 위해서 토끼를 길러 파는 이야기. 

이들이 스스로 생활비를 벌고 전쟁에 의해서 갖게된 아이들을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경제적 자립을 이뤄내기 위해서 해결책을 찾은 사회적 기업 이야기. 


이 사회적 기업 자체가 20대 여성 사업가인 현지인 Aleng의 이야기. 
고등학교 졸업 후 토끼 사육법부터 투자금 유치, 기업 운영 등 자신이 느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배우고 움직인 멋진 여성이다.


부디 앞으로도 잘 헤쳐나가기를! 항상 응원한다. 
어서 기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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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가기


출처: 

http://www.tourdemonde.com/fsboard/fsboard.asp?id=READERSLETTER&mode=view&idx=56&srhctgr=&srhstr=&pag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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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침에 눈을 뜨고 어디로 가야하는 것도
돈을 벌어야 하는 몸뚱아리인 것도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도

왜 사니? 하고 엄마는 묻겠지
엄마는 죄의식을 심어주는 타입이니까

근데 사람이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낳아줬으니까 사는거 아냐!

라고 빽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달라질것도 없다.




사실이 그렇다
대강 살더라도
살아있는 이상 몸을 계속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게 삶의 굴레인 것같다.

개다가 백수노릇 해보았는데 금수저 아닌 이상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놀수는 없고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아침에 느지막히 눈을 뜨면 세상은 이미 너무도 밝고 나는 썩은 통나무처럼 누워있다.
그 기분이 기실 좋진 않은 터라 백수 컴백이 반가우면서도 꺼려지는 것이다.
아이러니 한 일이다.

아침에 갈 곳이 필요한 동시에
오늘 내일은 늦게 일어나도 되고 싶다

대학생은 이런 뜻에서 너무도 좋았는데!

수업이라는 것은 요일마다 다른 시간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오전 수업은 다 뺐으니까 ㅎㅎ

대학생의 그 삶, 책임진 것 없는 삶으로 돌아가고 샆은 마음에 대학원을 동경하는 것도 마음 속에 있는 것을 안다. 대학원 현실은 그것보다는 무급 회사에 가깝다는 것도 알긴한다만.

인생에 의미를 남기고 싶었다면 결국 매일 매일 너무 귀찮아도 몸을 일으켜 세워야하는 것이다.


그렇다 귀찮다.

몸이 불편하고 무겁고 피곤하고 영 내키지가 않은 아침 아침 아침

게다가 오늘 아침엔 아이슬란드 같은 곳에 단체로 여행을 가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늦출까 하는 꿈을 꾸었다

여행도

귀찮아서 뒤로 미루면
못하는 거잖아


결국 내 삶은 귀찮아서 못하고 있는 하고 싶은 모든 것들로 채워지는 거다

사실 이번 회사는 종교적인 거부감 빼고는 이전 회사들과 비교해 모자란 점이 없었다. 배려심 넘치고.


그래서 이런 곳에서도 내가 일어나기 싫은 것을 보며
결국 나의 문제란 내 몸과 정신을 컨트롤 못하는 문제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

이런 나라면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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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화두

사람에 대해 엄청나게 많이 생각하는 주제에
그게 현실화 되서 사람간의 갈등 조율로 이어지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아 피해버린다

순수과학과 예술은 도피처로서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걷잡을 수 없이 사람에 대한 것
그걸 깨닫고 인정하는데 꽤 오래걸렸고 아직도 종종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나는 그저 자연이 좋다고 사람사는 곳이 싫다고.



이런 나에게 있어 인생의 화두랄 것은

즐거움/재미있음
다양함
아름다움

이 세가지이다

이 세가지를 좀 더 세분화해보면

아이디어 제공과 참여에 대한 즐거움/배움에 대한 즐거움
모든 minor들이 인정받고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을 지닌 사회 추구
선과 형, 색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다

마지막 아름다움의 경우는 주로 자연물(인체 포함)에 관한 것


이 세가지가 변한 적은 없는 듯 하다
이 것들은 내 삶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호기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도 있지만 그건 여기선 논외




아름다움 추구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자연 탐구로 나아가는 길을 제공했고 즐거움과 재미는 가속하는데 연료로 쓰였다

다양성에 대해선 자주 생각하지만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내가 생태학에서 가장 맘에 든 키워드는 생물다양성 보존이었다. UN산하 생물다양성 기구인 IUCN의 job position 이메일을 여전히 포워드 받고 있을 정도로.

하와이도 고유 생물종이 많은 다양한 생태계를 지닌곳이라 좋았고 (물론 노는게 재밌어 보여서랑 아름답고 따뜻해서가 컸음...)

졸업 후에 다양한 ngo 사회적기업 영리기업 투자자들을 보면서 한 국가 또는 사회가 건강한 생태계로서 기능하려면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이 전제되어야 함을 믿고 또 계속 생각해왔다


또 성소수자 문제가 주변에서 불거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겠지, 왜냐면 세계적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니까.
오히려 그 문제는 별개 아니게 될 정도로 정말 생또라이같은 목소리들이 점차 생겨날 것이다. 복제인간이라던가 사이보그라던가 하는 것도 아마 일상이 될거라고 생각. 그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외치는 미래에는 단일화나 선긋기가 지금보다 줄어들길 바란다.

여러 단일화와 다양성 간의 충돌 문제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그게 어떠한 카테고리 (성정체성, 종교, 정치성향, 성격, 연령, 소득, 인종...등등) 에서 일어나는지와 상관없이 같은 패턴이고 또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속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풀어쓰자면,
사람은 서로 남의 험담을 할때 가장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을 배웠을 때 결국 메이저는 마이너들을 부정함으로서 뭉치고 마이너들을 각각 전부 옹호하는 자는 지지세력을 얻는것이 불가능할만큼 어려울 것임을 느꼈다. 기독교인한테 성소수자를 옹호하고 성소수자에게 기독교인을 옹호하면 두 편을 다 잃는단 것이다. 반대로 양쪽을 내편으로 하려면 양쪽에서 쌍방 비방을 하면 더 쉽단 말이다.
너무 당연한 인간 속성이지만 그렇기에 마이너들이 각각 인정받는것이 더욱 어렵다. 특히 그걸 이용해서 메이저를 공고히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경우.

둘째로 사람은 자기 문제가 아니면 돈과 시간, 즉 생물학에서 나오는 생명에너지 vitality를 쓰지 않는다. 지극히 생물적인 속성이다. 그외에 것에 자신의 힘을 쓰는 생물은 단명하거나 번영하기 힘들테니까. 그렇기에 지금 사회에서도 마이너들은 본인들이 소수이면서 타 마이너들과 협동하지 못한다. 애초에 속한 카테고리도 너무나 다르니 말이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흑인인 게이 남성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사건에 흑인커뮤니티와 게이커뮤니티 모두가 분노할 수 있지만 그것이 흑인 모두가 게이를 인정하고 게이 전부가 흑인을 피부색과 관계없이 존중한다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결국 마이너들이 항상 약자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에는 너무 뿔뿔히 흩어져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사람이란게 각각 한명 한명이 다른 가치관과 환경 속성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래서 서로 각자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달라서
그걸 서로 인정하지 못해서 그런것이다.

획일화하고 정답을 만들고 단일화하면 편하다.
이런 복잡한 문제 조율은 필요없다.

하지만 보았듯이
사람은 서로 각자가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생물이다.
신체적으로도 서로 다르고
선호도나 가치관 인생경험 모두가 다를수 밖에 없다.
그게 생물이니까.
유전자는 다양성을 지니도록 진화했고 그것이 우리 생물이 이렇게 번창하여 지구를 뒤덮게된 원천 속성이다.

결국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와
변화하는 미래 환경에의 적응과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나오는 것이니까.


그러므로 인간의 기본 속성이 다양성임을 깨닫는 다면 획일화나 단일화가 처음에 퍼뜨리거나 적용하기는 쉽더라도 각 구성원들이 각기 맞는 역할을 하는데에 있어, 더 정확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 있어 문제만 야기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애초에 획일화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임을.

만약 근 미래에 현재의 소수자 문제들 (장애우, 양성평등, 인종차별, 종교분쟁, 성소수자인정, 빈익빈부익부 등등) 이 모--두 해결된다해도

인간은 새로운 다양성문제를 만들어 낼 것임을 최근에 깨달았다.

근본적으로 나와 같은 사람은 없고 각 사람은 자신의 삶의 목소리를 최대화하려고 하는 속성을 지녔으니까.
결국 서로의 목소리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미래에는 아주 기괴한 것들로 발전할지라도 인간이라는 집단에 있어 100% 다양성 인정 문화란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팔은 안으로 굽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걸 억지로 사회틀로 펴서 겉으로만도 서로 티내지 않고 동등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기만 해도 나는 여한이 없을 듯.

아마 이것이 한국의 획일화된 가정에서 나고 자란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미래같다.

네덜란드와 미국에 한번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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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일들 정리

어제 세계20개국을 다니신 분을 만났는데 별로였음
이대로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어른이 되가는가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
유학은 가보고 싶다
환경쪽으로 가면 인생 더 꼬이게만 하는건 아닌가
이제그만 그림그리고 애니메이션 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선진국에 가는게 낫겠다
기독교 졸라 싫다
일의 의욕이 바닥에 가까워지면서 모든게 딜레이 되고 있다
가치나 흥미 재미 사람 다 좋아도 역시 스스로가 commitment를 가지고 책임감있게 쭉 밀고 갈 수 있는가가 직업에선 더 중요한 듯
유의미한 삶을 살려면 대체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답이 안나온다
그냥 하루하루 재미만 좇을까
내가 생각하는 의미있는 삶은?
데니스홍만 떠오르는데 거기서 대체 무슨 포인트인걸까
쓸데없어 보이는 인문계생들의 이것저것 분석 수치를 듣자하니 그냥 투자회사 가는게 속편하다 싶기도 함
가서 정해진 룰 속에서 수치와 빠른 판단과 분석만으로 의사소통하는게 딱딱 맞고 편하단 느낌
하지만 경험해봤듯이 인간세상은 그게 전부이긴 어렵고 그 업계 사람들과 맺을 인간관계는 나란 사람에겐 더 싫은 일임을 기억
아름다운 자연과 시공간에 대한 상상력으로 과학에 대한 열정을 공유할 사람이 있음 좋겠다
거기서 하나님이 대체 왜나오는지 이해가 불가
오히려 불평등한 구조와 전쟁 테러 차별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국가 속에서 사랑을 외치는 종교를 찾는건 이해 가능 근데 또 그런데서 신을 생각해보자는 내 말이 신을 부정하는 거 처럼 들렸는지 확 끊김 당해서 분노
기독교인들은 뭐든 자신들의 교리 룰대로만 해석하고 의심과 반론을 차단하는게 매우 싫다
나는 본성의 회의주의자에 질문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싫다
과학은 좋은데
사람 사는 게 더 좋아지는 과학이면 좋겠다
그리고 투자도
그리고 예쁜 선과 아름다운 색감과 스토리도
이런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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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미지

이번 리오 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한 2020 도쿄 올림픽 동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색이 만연하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색깔이 어떤건지 알고 그것이 갖는 강점을 알고 전부 그것에 올인한 느낌이다.
그런 매니악하고 '오타쿠'적인 -애초에 오타쿠가 일본어인데 전세계에 통용된다는거부터가 일본이 오리지날 오타쿠 라는 증거... - 면모가 그 나라가 갖는 색채인 것이다. 그것을 괜히 스스로 거부하거나 다른 나라를 따라하면서 희석시키지 않고 강하게 드러내는 것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좀 거부감 들 수 있지만..-_-....- 마케팅 전략으로는 아주 잘한 것 같다.
특히 서구권에선 일본 하면 상상하는게 딱 그 도쿄 올림픽 동영상에 다 들어간듯...!

도라에몽 헬로키티 팩맨 같은 유명캐릭터를 올림픽과 상관도 없는데 집어넣고 약빤거 같은 동영상을 세계의 축제용으로 만든거도 대담한데 그 컨셉을 끝장나게 유지해서 무려 일국의 수상을 코스프레 시켜서 (겨우 모자뿐이어서 약간 아쉽) 그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뿅하고 튀어나오게 만든건 정말 대단하다. 이건 뭐. 대단한거지. 아베총리도 자기 체면같은거보다 국가에 필요한 걸 위해 마리오도 될수 있다는 자세를 보인게 수상답다.

일본에 좋은 감정은 별로 없어서 빨간 동그라미를 다 지워버리고 싶긴했지만 (게다가 세계인의 축제인데 왜 동영상은 죄다 일본인만 등장하는 것이야?) 쨌든 보면서 든 감상 중에 우리가 기억하면 좋을 것들은 위와 같았다.
일본은 만화와 게임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마케팅을 잘 하고 있다. 하나의 컨셉을 잡으면 쭉 밀고 나가야 사람들이 나중에 국가에 대해 말할때 아, 거긴 이런 이미지얐지!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다. 마치 미국 하면 슈퍼히어로물이 떠오르고 영국하면 탐정드라마가 떠오르는 것처럼.
내가 말하는 컨셉이란 문화적 이미지를 말하는 거다.

국가 이미지도 결국 거기에 연관되는 것이다. 일본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벚꽃, 후지산, 온천! 그리고 오타쿠 문화와 -혹자는 야동을 떠올릴수도.....-_-......- 사무라이 등등이 떠오를 것이다(일제 전범들은 논외로 하겠다. 여기서는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대중문화적 이미지만을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서 서구권 오타쿠들에게는 일본은 반드시 가보고 싶은 나라인 것이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좋은 관광지로 알려져 관광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일본도 국가고 다양한 국민들로 구성되어 개개인의 편차는 많을 것이다. 모두가 만화를 좋아하는 거도 아닐거고 모두가 오타쿠는 아닐테니까.

그래도 국가 이미지를 가진 다는 것은, 나라간의 이미지 경쟁을 해야할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하여 종국에는 국익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지만 문화적 이미지 구축은 중요한 것이며 일본은 그것을 잘 알고 매우 영리하게 잘 써먹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잘 마케팅하고 있다기보다는 스스로들이 생각하는 대~중화문명~ 이런 이미지를 자기 자부심에 취해 마구 뿜어내는 느낌이다만 워낙 그게 강하고 뚜렷하니까 (공산주의 느낌도 나면서 통일감 느껴지잖아) 납득하기 쉽고 기억에도 잘 남는다.


결국 항상 한중일 얘기가 나오면 마지막에 대두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럼 우리나라는? 이라는 질문.

그렇다. 우리나라는 지금 통일된 이미지가 없어서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뭔 난리고 하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슬로건을 바꾸는 것으로 예산을 날리고 이미지 없는 남따라하는 표절국가 이미지만 쌓아 가고 있다... 아 하긴 이것도 이미지긴 이미지....

우리나라가 남 의식하고 남 따라하려는 성향이 강한게 결국 정책방향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엔 우리나라는 남 따라하는 것만 있지는 않다.
한류를 이끈 연예인들과 한국드라마는 우리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문화라고 여겨진다.

서구권 문화의 범람으로 동아시아에 유럽과 미국을 좋아하고 선망하는 여러 물결이 들어온건 사실이다. 일본에선 그 문화가 로리 캐릭터들이 입는 메이드나 레이스, 일본식 카스테라나 디저트, 다양한 서브컬쳐 속의 서구권 모습 및 금발벽안의 캐릭터들로 남은 것 같다. 주로 샤방샤방 샤랄라~ 매니악마니악해~ 라는 일본의 선호도에서 벗어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면에 그런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샤랄라 한 측면보다는 패션, 디자인 측면에서 쿨하고 세련된 것을 좇으려는 모습을 많이 보인 것 같다. 그래서 그 감각이 한류 연예인들의 의상에, 드라마 속에 나타나게 된 것같다. 특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밤문화-이상한거 말고, 음주가무를 즐기고 술 좋아하고 반주도 자주 마시고 노래부르길 즐기는 문화-가 서구권의 팝송 및 힙합 락 장르 등을 흡수해서 한국만의 스타일로 승화한 게 벌써 수십년이 지나 우리만의 것으로 남은 것 같다. 음악적 측면에서도 마니악한 일본이나 아직 자유로운 느낌이 덜한 중국에 비해 서구권과 맞먹을 정도의 쿨하고 딱 최신의 느낌이 나는, 그러니까 트렌디한 감각! - 아 이런 단어들 모호해서 쓰기 싫었는데 딱히 대체할 말도 없다...- 그래 이런 감각이 살아있는 게 우리의 강점인 것이다.



이번이 빅뱅콘서트를 다녀와서 든 생각이 이거다. 빅뱅은 어느 나라에 데려가도 촌스럽지 않게 디자인 되어있고 또 음악도 서구권에서 들어도 전혀 "아시아"적이지 않은 것도 포함하고 있다(실제로 해외 유튜브 댓글 보면 이게 kPop이라고!?하며 놀라는 게 꽤 있었음).

씨엘도 같은 컨셉으로 먹히는 거 같고 강남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촌스럽고 웃기고 아시아적인 느낌을 주더라도 그건 팝컬쳐 정도지 완전 몇십년전 구닥다리 느낌인거랑 차원이 다르다. 이 느낌은 일본이나 중국 그 어디서도 아직 내지 못하는 것이다.

작은 나라고 항상 남을 의식해서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패스트 팔로워인 우리나라. 그것이 이렇게 장점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남을 의식하고 따라가려 했기 때문에 전 세계의 가장 핫한 문화에 비교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그 누가 봐도 정말 COOL하다고 인정할 만큼 세련됐다.

남이랑 비슷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일본처럼 완전 매니악하고 자기만의 색이 뚜렷이 튀어나오진 않는다. 남들과 비슷해지려하기 때문에 배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중국과도 같아질 수 없다.
대신 세계라는 남의 잣대로 스스로를 평가하기 때문에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트렌디한 패션과 문화의 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시아 국가 중에 가장 준수하게 생긴거 같다.....는 사족.


내 생각은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쿨하고 세련된 아시아의 보석같은 국가로 자리잡으면 통일성도 유지되고 전 세계에서도 쉽게 그리고 오래 기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도 그 이미지 혜택 볼거같고.
이렇게 말하면 너무 서구권 찬양같아보이지만 -전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쨌든 서구권이 돈줄이 많으니까 그들에게 마케팅하고 팔려면 이래야지 - 아시아의 유럽이라해도 될만한 문화적이고 선진국적인 깔끔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면 좋겠다 싶다.
한중일 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있는 국가이면서 민주주의 국가인 것도 그 이미지에 플러스로 작용할 테다.
딱 여기까지만 봐도 답 나오잖아. 일본은 왕족이 있는 국가, 약간 스타일 있지만 고리타분해.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 애초에 세계에서 몇 안되는 고집센 자국중심주의. 사랑받기보다는 필요해서 친해져야하는 느낌이라면. 우리나라는 젠틀하고 깨끗하고 민주주의인데다가(안지켜지는가에 대한거는 일단 마케팅에서 뺀다! 어차피 뽀록 나겠지만) 우리 스타들과 노래와 드라마등 문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을 여러 국가에 거느린 아름다운 민족들이 사는 나라다!!!! 사랑받기 위한 이 이미지를 왜 못살리는가!!!!!!!

한류 이미지를 마스크팩이나 치킨 팔아먹는 그런 푼돈 만드는데 쓰지말고 50년 100년 뒤를 내다보고 나중에 아시아에 무슨 일 있으면 다 우리를 통할 수 밖에 없도록 서구권과 동남아시아를 홀딱 반하게 만드는데 써란말이다 이 국가원수들아 ㅠㅠㅠㅠㅠㅠㅠ

중국은 제멋대로 세계를 쥐락펴락할테고 일본은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우리가 원래 삼국시대때부터 해먹고 살아온 고래싸움에터지는 새우 플레이를 어차피 계속할 거면 이런 이미지면 플러스울트라라고..!!!!!!!!


우리보다 약간 못사는 국가에게는 지금 그들이 동경하는 이미지를 더 확고하게 박아주고,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에게는 이웃이미지를 줘서 너네 집에서 놀던 스타일 그대로 새로운 환경에서 같은 재미를 볼수 있어! 하고 문을 열어줘야 하는 때이다.

그러면 누가 알겠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우리나라 파티에 오는게 연례행사가 될지도!


그러면 2036년 부산 올림픽때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스타디움에 올라가서 한 소절 노래를 뽑아도 되는 거다!
아니 그런 대통령을 우리가 뽑아야 한다. 쿨하고 민주주의적이고 젠틀하고 기본 최신 상식과 매너를 탑재한 대통령을! 한류스타 급으로!




어설프게 다이나믹 코리아라느니 표절논란 있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라느니 다 버리자 제발.

그런거 말고 진짜 우리가 어떤지 바라보고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지고 있는지 보자. 해외에 우리나라 문화 팬들은 우리나라가 창의적??이어서 좋아하는게 절대 절대 네버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있는것도 가장 예쁘고 아름답고 멋진 부분만 잘 따와서 세련되게 우리 것으로 쓰는 센스가 탁월한 나라인 것이다. 우리는 멋지고 쿨한 나라인 것이다. 우리나라를 오고 싶어하는 수많은 전세계의 소녀팬들을 생각하자!!!!! 오타쿠 팬층을 가진 일본보다 훨씬 멋지지 않는가?


'멋'이 있는 민족이 우리민족 아니겠는가. 김삿갓의 풍류가 우리에게 흘러 이제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우리의 멋 하면 또 옛멋만 떠올리도록 세뇌되었지만 그러지 말자. 서울에 살며 출퇴근 하는 우리의 도시 삶도 아주 멋진 코리아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우리는 지금 사람들이 화면 속에서 동경하는 장면 속 주인공이다. 우리는 멋진 사람이다. 이미지와 현실이 일치하기 위해서는 더어어어어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방향부터 제대로 잡자.

크리에이티브는 우리가 아니고 우리가 부러워하는 대상인 것이다. 슬로건은 최소한 우리로부터 나온 것을 하길 바란다. 그래야 오래 먹히고 잘 먹히고 세계에서 좋아해 줄 것이다. 우리 좋으라고 하는 슬로건이 아니지 않는가? 몰랐다고? 마케팅 부터 배우고 오셈


지금 내 머리론 멋진 슬로건 한줄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나는 카피라이터는 아니니까. 부디 이 글이 재능있는 어느 분의 마음에 닿아서 아름답고 멋있는 슬로건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자랑스런 한국을 만들고 싶다는 예전 생각이 이렇게 시시때때 튀어나와 새벽에 글을 썼다.


멋진 한국
멋있는 한국사람

할 수 있다

슬로건 만들라고 시킨 정부 고위관료분들이 부디 본인들이 멋진 사람이 되길 먼저 실천해주셔서 이 문구가 자연스레 배어나온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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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감과 동질감

일기가 밀리고 있다. 왜냐면 생각은 핵폭발처럼 터져나오는데 그게 넘 순식간이고 다 담기엔 손과 발과 뇌가 귀찮아 하기 때문에 안쓰고 미루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써야겠다. 나란 인간을 위해 꼭 기록을 남겨야 겠다 하는 날이라던가

아니면 오늘 처럼 (오늘은 전자도 포함되지만) 속이 아주 답답하고 터질 것같아서 글이든 뭐든으로 풀어 놓지 않으면 짜증과 화가 솟구칠 것 같은  - 나는 보통 bad feeling이 전부 분노로 치환되는 타입의 사람이라서 그렇다 - 그런 날이면 꼭 귀찮아도 핵심만 쓴다.



사실 그 상태로 아직 미완성이라 비공개 걸어둔 - 완성되면 공개하려고 했던 - 글이 지금 하나 걸려 있는 상황인데 그거 올리기 전에 일단 이걸 써야지 싶어서 쓴다. 생각날때 적어야지.





오늘은 참 여러 감정을 느끼는 날이다. 


대부분의 내 인생에 크리티컬한 감정의 구슬이 들어온 날들은 거의 대부분이 인간관계에 관한 일이 있는 날이다. (그거 외에는 여행, 서핑, 스쿠버다이빙, 스노쿨링 밖에 안떠오름)


오늘도 그랬다.








사람들은 보통 타인에 의해서 보여지는 것과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평가하는게 무척 다를 때도 있지만, 같을 수도 있다. 




정말 예쁘게 생겼는데 스스로 한참 모자라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진짜 존재한다.


나는 객관적으로는 어떤진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대인관계가 매우 서툴며 타인에 대한 감정이 비정상적인 반응을 기본 셑으로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평범한 순간들에는 거의 잊고 있지만 결정적인 '감정의 동요'의 순간들에 있어서

내가 봐도 난 별로 보편적인거 같진 않다.



나는 남들이 놀랄 때 침착하고, 남들이 웃을 때 웃기지 않고, 남들이 슬퍼할 때 슬프지 않고, 남들이 화낼때 그럴수도 있지 한다.


물론 매우 보편적인 감정에는 공감을 쉽게 한다. 또는 나로서도 아직 이해를 다 못했지만, 문학이나 미디어 속의 주인공의 감정에는 매우 쉽게 공감을 한다. 나는 어쩌면 너무 단순해서 보편적이지 못한지도 모르겠다.



중고등학교는 사람이 그룹, 사회라는 단체 생활 속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체험하는 가장 좋은 교육장소이다. 이곳에는 힘을 쥔 자, 야비한 자, 거짓말 하는 자, 아첨꾼, 사기꾼, 배신자, 겁쟁이, 방관자 등 온갖 사회의 이면이 다 담겨 있다. 적어도 내가 자란 곳은 충분히 그랬다.


보통 아무리 무난한 곳이더라도 그룹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내가 맡은 역할은 대부분 어수룩하거나 엉뚱한 면으로 타인을 웃기는 역할이었다. 어릿광대랄까.


근데 정말 웃긴 것은 나는 이 상황이 매우 객관적으로 느껴졌고 사실 그들이 웃는 이유를 전혀, 현재까지도 전혀, 이해할 수도 알 수도 없을 뿐더러 그 모든 상황에서 나는 매우 진지했다.



그냥 남을 웃게 만들면 다 좋은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거의 그렇게 넘어간다.


근데 사람이란게 사회적 동물이 맞다.

사람은 감정을 공유하면서 친밀감을 느낀다.


그렇게 남을 웃기는 것?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을 때?


너네는 웃기겠지. 나는 웃기지 않다. 그건 나에게는 오히려 마음의 장벽이 느껴지게만 만든다.

난 그들이 웃을 때 '그들'로 느낀다. 그 곳에는 '우리'란 없다.



나도 나를 웃겨주는 사람, 나와 함께 같은 것으로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을 항상 갈구한다.



그런 사람은 정말 드물다.


그것이 나를 슬프게하고

나를 외톨이로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느끼게 한다.



지금은 사람마다 정말 다 다르고 웃음의 역치와 포인트의 방향도 다 - 다름을 알지만



어쨌든 당신들이 나로 하여금 웃을 때 나는 전혀 유쾌하지 않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게 즐겁니?








이런 상황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게 빈번히 이뤄지고(나란 사람이 엄청난 허당인건 인정)

그때마다 정색하기보다는 적당히 웃는 척하는게 아주 어릴 때부터 습관화되어서

감정소모에 대한 에너지가 너무 크게 들고

결국 내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들로 분류된 순간 나에게 그들의 가치는 떨어지고

나한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감정소모는 더 스트레스다



오늘 오랫만에 집단 생활을 하면서 - 겨우 몇시간이었지만 - 이 기분이, 내 인생 전반에 걸쳐 항상 존재했던 이 기분이 확 올라와서 무척이나 기분이 안좋아졌다.



그리고 이 기분의 과거 흔적을 들여보다가 내가 두번째로 다녔던 회사에서 퇴사하기로 했을 때 대머리 팀장님과 이런 얘길했던 기억이 난다. 그분도 나 못지 않은 타인감정 무감각자였는데, 그분은 내게 왜 남이 웃을때 괜히 같이 웃어줘서 힘들게 사냐고 했다. 내가 안웃기면 웃지 말라고했다. 


지금은 그렇게 살려고 하고 있다.

사회성 이딴거 보다 내 스트레스가 훨 중요하다.

니네한테 잘보이려다가 내 수명 깎이면 나만 손해다.


난 안 웃을 거다.


웃는 것이 스트레스다.


난 내가 웃길때만 웃을거야. 멍청이들아.








#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중고등학생의 사회 생활 체험 전 - 가족과 친척이 가장 큰 사회였을 때부터 제제같았다. 

제제 말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나는 그 책을 참 싫어하면서 좋아한다. 왜 싫어하냐면 나의 어두운면이 그대로 보이는 듯해서.

제제는 악마라고 불리던 것 같았다. 나도 어린 나 자신을 악마라고 불렀다.

나의 말과 행동으로 친척들간에 싸움이 일어났던 날

엄마는 나를 매우 혼냈다.



그때 엄마와 이모는 거의 크게 싸웠던거 같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틀린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에서는 아, 그말은 상처줄 수 있는 말이다. 싶다. 

이젠 사람들이 모두 사실을 다 남입에서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할말과 못할말은 그것의 진실여부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과 대화 분위기에 훨씬 좌우된다는 것도.

내가 그런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 아무 상관 없단 것도 말이다.


나 자신도 주관적으로 나에게 듣기좋은 말만 좋아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내가 말을 할 때 나는 그것이 어떻게 들릴지 정말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그것이 내가 타고난 성격인건지

아니면 자라면서 키우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위에 글에 쓴 대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 난 것인지

아니면 내 부모와 환경이 내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나 본인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깊숙히 넣어놓고 자물쇠를 걸어 놓은 건지 알 수 없다.

후자처럼 말한 이유는 내가 정말 강하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느끼는 일들에 - 특히 부모님 관련 -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눈물이 뚝뚝 흐르기 때문이다.


정말 내가 사이코패스였다면 몸도 반응하지 않았을 성 싶다.


하지만 후자더라도 타인의 감정에 공감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에라, 모르겠다. 전자 후자 모두가 영향을 끼친걸지도. 






지난 사실만 요약하자면


나는 타인에 대한 고려 없이 말을 툭툭 잘 던진다. 동시에 돌직구를 잘 던지고 말로 상처를 입힌 경력이 매우 많다.

그래서 나는 후폭풍으로 혼이 난 적이 많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깨먹은 적이 매우 많다.

그런 경우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과 대중과 어른들은 그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데 그게 왜 잘못인지 거의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더 정확히는 공감을 하지 못했다.

정확히 뭐가 잘못인지 잘 알지 못한채 주변으로부터 내가 잘못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아마 진짜 내가 잘못이겠지만 내가 잘 알지못하므로 그냥 나는 내 자신을 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나는 괜히 사과하는 말을 덧붙이고 남들에게 상처줄까 걱정하는 말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데 웃긴건 그래놓고 또 내가 던지는 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아서 사람들은 내가 더 일부러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거 같다.


이런 얘길 친구들한테 하게 되면 나를 떠나거나 나를 이상하게보거나 나를 마치 지적장애인 - 천재수학자인데 사회생활력 결핍인 것 같은 - 처럼 '타인화' 시킨다.

그들은 이것을 전혀 공감해주지 못하고

그들은 나를 타인화 시키고

불쌍하게 여기거나 낮추어본다.



내가 왜 불쌍하지?



나는 그 시선이 매우 불쾌하고 불편하다




나는 그저 소수일 뿐

그들과 다르다고 내가 잘못된 사람 취급 받는 것이 정말 매우 싫다.



제일 싫은 것은 정말 어릴 때부터 이 대접을 받아왔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계속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 '너 이건 비정상적인거 같아' '너 진짜 또라이다' '너는 사이코패스같아' '너는 불쌍한 존재다' '너는 모자라다' 

이런 부정적인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서투른 공감능력으로 실제로 실수를 하긴하더라도

100에 1는 기억할까말까일거다. 

근데 나는 그걸 혼자서 - 과거에 워낙 혼난 기억이 가득해서 - 계속 곱씹게 되는 것이다.







#

타인에 대한 이해도도 낮고 동질감도 못느끼는 나인데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가장 쾌감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타인에게 인정받고 주목받고 사랑받는 것이란 점이다.



내 이름의 한문 의미 답게 나는 중심에서 주목받고 소중히 여겨지는 것에 거의 강박처럼 매달린다.


그냥 자동적으로 어떠한 그룹에서 내가 중심이 되지 못하고 나 외의 사람이 중심이면 계속 그 사람이 머릿속에 박힌다.




이 때문일 거다. 내 말에 내 스스로가 스트레스 받고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한 영혼없는 웃음을 짓는 것은.


사실 나같은 사람이면서 완전 마이웨이 갈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괴짜라고 불리겠지만 본인은 편하다.


근데 나같은 타입인데 사회에서 인정받으려고 노력한다?

개피곤하다.


진짜다.


최근엔 내가 남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도록 수련하면서 동시에 남들과 달리 안 웃기면 안웃으려고 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말 사람이 몸에 배인건 쉽게 가시지가 않는다.






#


오늘 있었던 일은 이렇다.


그렇게 또 남들이 나를 향해 웃었다.


나는 안 웃겼다.


- 사실 어릴 때부터 여러번 , 정말 여러번 있는 일이지만 나는 이런 상황이 될때 대체 어떻게 해야할 지 전혀 모르겠다. 찬물을 끼얹을지, 어떻게 대꾸를 해야할지....... 그냥 가만히 있는게 상책인듯



애초에 그 그룹에서 나는 자투리였고 메인 보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자리였다. 자기들끼리 종교얘기하고 감정공유하고 울고달래고 하는데


1도 공감이 안되고

그냥계속 내가 방해했나?

나는 왜 공감이 안될까?

이 분위기는 대체 뭘까?

나는 사이코패스인가?

나는 왜 타인의 슬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까?

나만 그럴까 다들 그럴까?

다들 그런 척하는 거라면 정말 세상은 suck이다 싶었다.



그냥 모기가 많이 달려들어서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싶었고


남들이 감정 배출/공유 하는 자리는 나는 도무지 불편해서 있기가 힘들었다.

이곳 뿐 아니라 다른 곳들도. 그래서 내가 모금활동이니 사회봉사활동이니 인권운동이니하는 것들에 지지하고 한발 떨어져 응원하지만 절대 다가가지는 않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들이 매우 불편하다.


사실 싫다.



내 삶에 그런것들은 다 지워버리고 싶다.




내 삶에는 즐겁고 아름다운 것들로만 채우고 싶다. 좀더 가볍고 좀더 유쾌한 것들로.





그게 나다.



쨌든 그렇게 자기들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들러리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남이라고 생각한 사람들과의 자리였다면 사실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가장 좋은 그룹이었고

평소에 나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생각했고


나도 그들안에서 '우리'가 되었다고 생각하다가



'그들'과 '나'로 


너무도 선명하게 선이 그어지는 것이 역겹고 토할거 같았다.



나는 아직 그룹생활에서 나는 배격하는 분위기가

견딜수가 없다.




내가 나약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무튼 안그런 척은 물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척'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고


삶의 의욕을 다 꺾어버린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그 사람들 사이에서 배척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 그 집단이 끔찍히 싫게 느껴진다. 


다들 그럴거다. 다들 동질감을 느끼는 곳에 행복을 느끼고 소외감은 싫은 감정을 불러일으킬거다.

그게 사회적 동물이란 거니까.







#

그런 상태로 집에오면서 

이젠 내가 기분이 안 좋으면 나를 달랠 메뉴얼이 갖춰져있어서 그걸 여러가지 갖다대보았다.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만화를 보거나 그림을 그릴지 일기를 쓸지


그치만 가장 먼저 한 것은 전화다.

내편이 되줄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되는 것이 제일 빠르다.


혼자서도 회복할 수 있지만 느리다.


어쨌든 나도 지금 일기를 쓰고 있긴 하니깐. 각 방법이 약간 다를 뿐 다 의미가 있다.





#

집에와서 샤워도 하고 내집 내가족 내 침대의 안락한 내 껍데기 속에 들어오니 머리가 좀 차분해졌다.


그런뒤 생각해보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한 것 외에도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다.


우선 역시 부모님은 아무리 나를 거부하고 못이뻐하시더라도 

저런 '그들'과는 달리 나를 배척하지는 않으시구나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세상에는 자신을 배척하거나 버리거나 심지어 죽이려는 부모도 존재한다. 실제로 서로 죽이기도 하고.

가족이 다 해답이다 하는건 반대다. 하지만 오늘 내게 내 소속감을 확인시켜줄 존재가 있음에 감사했다. 해외에 혼자 살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 부분.



(참고로 나는 항상 A를 말하면 B도 생각해보고 틀리지 않다라고 말하는 성격이라 사람들한테 더 공감을 못 얻는거 같다. 하지만 둘다 맞는건 사실이잖아. 내가 왜 동네 아줌마들처럼 한 편에 서서만 말해야 하지? 과학은 그래서 좋다. 확률만 얘기하는게 사실에 더 가깝다. 둘다 완전히 틀리지 않은 것이다.)




또하나 떠오른 건 오늘 환송회를 연 두 보석같은 존재들은 자기들의 서운함과 이별에 대한 감정에 대해 말하면서 사실 본인들이 떠나기로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아주 남을 울리고 - 그것때문에 내가 불편했지만 - 감정 운운 하는 이야기가 나온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그들이 이 사람들을 - 오늘 한말이 다 사실 이라면, 그리고 사실이라고 믿는다 - 정말 아끼고 가장 사랑받음은 틀림없지만 자기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때 그것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말 스스로를 위한 조건을 따지고 선택한, 어찌보면 현실주의자들이다.

그게 객관적으로는 참 맞는 말이다.

나는 웃긴게 공감은 잘 못하고 사회성도 떨어지면서 그들 사이에 어떻게든 끼려고 그들을 고려한 선택을 할 때가 종종? 꽤 자주 있다.

나는 동질감을 못느껴선지, 아니면 소속감의 결여가 커선지, 애정결핍인지 뭔지 인정받고 그들 사이에 들어가고 싶은 강한 욕구가 존재한다. 그래서 간혹 사람들을 위한 선택인지 내가 정말 원한건지 혼동이 된 상태에서 미래를 결정지은 적이 있다. 사실 당시에는 그런 생각도안들고 현재까지도 정말 그랬던 건지 아니면 지금 해석을 그렇게 하는 건지는 잘 알 수 없다.


아무튼 간에 내가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은 이것이다.

타인과의 유대감은 쌓되

내 인생에 있어서는 선택권을 주지 말라.



나는 반대로 살고 있는데

그러니까 내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만 쌓이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bad way, discard.




#

오늘 나 스스로가 이상한 사람임을, 소외감을 느끼고 우울해지고 자기비판이 시작되고 무척 괴로웠는데


내편인 목소리가 나는 안 이상하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그런 대답을 기대하고 전화를 건 것임에도


실제로 들으니 태어나서 처음 들은거같고


또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 정상범주에 드는 사람인 것 같이 느껴졌다.


안도가 되었다.






#


어차피 이 '그들'도 내 삶에서 1년도 안 볼 사람들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일희일비 하는 게 우습기도 하다.








집에 오는 길에 우울한 상태에서 든 마지막 생각


지금 내가 진로 활로를 모색하는 두 방향은 

하나는 팀으로 일하는 것

하나는 혼자 일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혼자가 편하다.


근데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고

평소의 감정 폭에서 더 높이 더 낮게 위아래로 널뛰기를 하면서 내 스스로가 나를 더 잘알게되고 더 성장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다.



어느쪽으로 가야할까



모자란 부분을 채워야 할까



내가 편한 부분에서 쉬는 것이 좋을까



둘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나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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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모임

오늘 대학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요즘 현재의 일상을 구성하고 있지 않은 '외부인'은 다 경계하는 마음인지라 영 내키지가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도 엄청 재밌다거나 뭔가 했던 기억이 잘 안나서리...요즘은 정말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거 아니면 돈이나 시간이나 쓰기가 아깝다.


그래도 여러번 튕겼었고 요즘은 내 마음에 여유도 자신감도 꽤 자라난거 같기도 해서 + 빠질 핑계도 없으므로... 참석 결정



어제 밤부터 내 마음 속에 온갖 부정적인 상상이 떠올라서 나를 괴롭혔다. 나한텐 항상 원치 않는 미래가 오는게 스트레스다. 


만날 멤버들이 예~전에 했던 온갖 부정적인 단정적인 말들, 걔는 참 인생 쉽게 살아, 걔는 너무 낭만적이야, 너는 차라리 이런거나 하는게 낫지 않아? 너는 딱 그거네

이런 말들. 내 돈과 시간까지 줘가며 들으로 가야해? 이런 생각이 계속 들고 화까지 나서 오늘 가서 싸우다가 친구 잃으면 어떻하나 까지 생각하느라 어젯밤 침대에서 잠이 안왔다.


내가 좀 이렇다. 온갖 부정적인 상상으로 나를 괴롭히느라 초딩때부터 밤에 불면증 증세가 있었당



어쨌든 찡찡대기도 하고 메뉴 선정도 맘에 안들고 돈도 아깝고 그랬는데 오늘 회사에서 좋은 도시락데이인게 떠올랐다.


친구모임만 없었어도 그걸 기대하면서 상당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까 모임 전의 내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좋은 생각부터 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엔 좀 일찍 일어나서 집앞 시장 열었나 하고 가보니 한 과일가게가 열어서 들어갔다.

완전 ㄱ 자로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하시는 가게였다. 체리를 한 다발 샀는데 첫손님이라고 한 뭉큼 더 얹어주시더니 감사합니다! 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기다려보라면서 천도복숭아도 하나 주셨다!!


복숭아는 정말 의외였어가지고, 그리고 그런 따뜻한 '덤'이 내 삶에 살짝 비집고 들어온게 너무나 오랜만이라서 불쑥 할머니 팔을 잡고 - 할머니도 스킨쉽에 조금은 놀라신듯 멈칫 - 오늘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다.


도시락 데이에 뭘 싸갈수는 없는 상황이고 얻어먹기만 하긴 미안해서 사려던 체리였는데 역시 남을 위해서 행동할 때 나도 더 많이 받게 되는거 같다. 정말 이런 아침은 '축복받은' 아침이다. 기분이 간만에 날아갈거 처럼 좋아졌다. 남을 돕다가 또 다른 남이 나를 도와주는 그런 행운이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 이어지는 듯한 날이면 세상은 참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고 회사에서 열심히 체리를 씻어서 예쁘게 쟁반에 담고 점심에 공개! 별로 생각보다 반응은 무관심에 가까웠지만 (물론 뭘 이런 비싼걸 사왔어요~ 이런말은 많이 들었다) 내가 할머니꼐 받은게 그보다 크고 소중해서 다른 빈말이나 인정욕구는 크게 들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분들이 싸온 도시락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집중해서 먹느라 별 생각도 안들었다.


즐거운 점심을 보내고 그 전에는 또 일이 재밌는 파트라서 집중해서 하느라 ( 엑셀 수식 정리하는건데 난 이런게 좋음... 회사에서 벌써 엑셀변태라는 별명이 .....) 저녁 생각은 1도 안들었다.



오히려 학원 가서야 아 맞다 교통편도 안알아봤네, 하고 그제서야 네이버 지도를 켰다.



버스에 앉아 가면서 막히지도 않고 비도 안맞고 심지어 금요일 퇴근시간에 버스 자리가 나서 앉기까지 했는데도 그다지 감사한 마음이 안들고 또 부정적인 생각님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열심히 폰질로 잊어보려했으나 요즘은 포켓몬고 빼고 다 재미없는데 포켓몬 고는 여전히 먹통이다.


그냥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내 몫으로 손수건에 싸온 체리를 암냠냠 먹었다.


빨간머리앤을 생각하며 체리를 한알 한알 천천히 먹었다.



가만히 생각들이 떠오르게 그냥 두었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창밖에 사람들을 봤다. 이태원 거리를 지나면서 지난 시절을 추억했다. 하늘을 바라보다가 또 다른 생각도 하다 그랬다. 그러다 문득 아, 내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구나, 그 친구들이 대기업 다니는 애들이라는 거 하나만으로 꼬리표를 붙이고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건 오히려 나구나,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한건 그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는 참 어렵다. 그렇지만 하다보면 가끔 된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미래를 부정적으로 걱정하기를 그만뒀다. 물론 그 목소리를 검게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내 생각의 중심을 약간 오른쪽 뒷편으로 당겼다. 그 어두운 흐름에서 약간 비켜가게. 



만나면 정말 할말 없을거같다. 내 개인 신상만 털어가면 어쩌나.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면? 


이런 생각들이 계속 들었지만 용기를 냈다. 에이, 까짓거 그러면 이렇게 반응하지 뭐, 하고 특히 요즘 회사에서 만난 긍정킹이고 배째라 마인드가 아주 강하신 멋진 분들을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도착해서 한두명과 더 단둘이 얘기할 시간이 생겼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나중에 다들 모여서 얘기하는데 다들 예전과는 달리 개인 신상도 캐묻지 않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도 않고 조심스러운 선은 지키면서 화기애애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 물론 너무 깊이 얘기하지 않으니까 - 서로 사리니까 - 아주 깊은 대화는 좀 힘들었던거 같고 - 그만큼 자주 만나지 않았긴 했으니까 - 중간중간에 정적이 흐른 적이 꽤 생겼다 - 예전에도 이래서 왜 만나야하지? 하고 의아함이 들긴했었다 -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았음



다들 한두살 더 먹고 어른이 되가서 그런거 같다. 다들 사회생활하고 사랑을 하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하니까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고 꼰대노릇하지 않게 되는 것같다. 특히 예전엔 자기가 세상 최고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사회에서 꼬붕 노릇하면서 개박살 나면 정말 약자를 이해하게 되는 거 같다.

(이게 삶의 매력이지, 정말 멋져)



내 친구들이 꼰대라는건 아니지만 그 전보다 더 부드러워진듯 했다.


별 걱정없이 먹고 얘기하고 들었다. 나도 전보다 더 많이 들어주고 덜 깐죽거렸던거 같다(그랬다면 다행)



이런게 어른됨이라면 나는 환영이다! 하는 것을 꼭 일기에 적고 싶었다.



어른이라는 거가 재미없다면 재미없을수도 있는데, 내가 보기엔 어른이라는거는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솔직히 아이때보다 더 재밌는거 같다.


한계가 무한소 수준으로 없어지고, 서로의 삶에 덜 간섭하는게 참으로 좋다. 부모든 친구든 옆집 할아버지든 그 누구든 내 삶에 간섭하는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매우 싫었다.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고 말할 수 있게 된것이 좋다. 책임을 지기 싫어서 간섭받는 거보다 내가 십자가 모두 짊어지더라도 내 멋대로 살 수 있는게 좋다.


어른이 되더라도 - 년수가 차서 나이를 먹더라도 - 정신적으로는 꼰대가 되는 사람들도 많을거다. 다행히 내 친구들은 안그래서 참 좋았다.



집에 돌아오면서, 그것봐, 너 삶은 너가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거만으로 채워도 된다니까? 아무도 안물어보고 안궁금해하고 뭐라고 하지 않아! 하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래, 엄빠가 맨날 남 얘기하지만, 결국 그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에대해 1도 모르는 사람이 될거다. 오로지 '나'! 나만이 중요하다. 내가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그게 쓰레기 같은거다.


나를 위해 더 열심히 살자! 하는 확신이 들게 되서 기뻤다.


오늘은 여러모로 운이 좋고 잘 풀리는 만족스러운 하루다. 이런 하루라면 후회없다.


또 한가지 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중간에 스스로 깨닫고 그만두려고 노력한 것이 실제로 내 걱정이 한가지도 일어나지 않음을 보면서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아까 그것봐 하고 말했던 목소리가 이런말도 해줬다.

걱정 안해도 괜찮다니까. 나를 믿어. 너가 잘 살면 남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고 비난 받아도 상관없어. 너무 걱정하지마. 


예전에 삶의 방향을 찾아 헤맬때 부지런해지기, 남 신경안쓰기, 자학하지 않기 라는 세가지 과제를 부여받았었다.


지금까지도 노트북 배경화면에 떠있어서 삶의 나침반처럼 새기고 있어왔는데

오늘의 나는 이 세가지를 어느정도 성취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매우 자랑스럽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시장 들려서 출근했는데 내가 1빠로 도착했던거, 요즘 회사 매우 일찍 잘 가서 거기선 내가 아침형 인간 이미지 라는 거 ㅋㅋㅋㅋ

남 신경 안쓰도록 스스로를 잘 잡아줄 수 있는 목소리가 꽤 자라났고 또 명상효과인지 스스로 객관화시켜서 남 신경쓰는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또 남 신경쓰다가 안써도 된다는 걸 오늘 또 깨달은 점.

내일의 김경민은 더 스스로를 위해, 남 신경안쓰면서 용기있게 나아갈 수 있을 거같아서 기쁜 것.

자학하지 않기는 이런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예전같으면 여러가지로 자학했을 텐데 요즘은 덜하려고 노력하는 것, 오늘도 체리 사간 것에 대해서 반응이 없어서 자책하거나 계속 후회했을 수도 있는데 쿨하게 할머니의 천도복숭아와 스스로의 만족으로도 충분히 보상을 받은 것. 

지금 일기도 그렇고 스스로에게 계속 칭찬해주는 것!


또 오늘 집에와서 샤워하면서 여러가지 단상이 마구 떠올랐는데 다 꽤나 밝은 컬러여서 갑자기 따스한 물로 샤워하다가 온몸에서 힘이 넘쳐 흐르는게 느껴졌었다! 자신감도 넘치고 내 인생이 너무 사랑스럽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거같고 내 미래는 밝고 아름다울 거 같은 확신이 들었다!!


오늘 하루가 너무 좋았고 그런 하루를 후회없이 잘 보낸 내가 너무 맘에 들었다.


스스로를 맘에 들어하기, 이게 바로 자학하지 않기의 궁극적 목표 아닌감?ㅎㅎ

한번 맘에 들어하면 더 노력해서 더 멋진 나가 될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다. 선순환, 선순환.


그래서 그 세가지를 얼추 채워나가는 나가 참으로 맘에 든다고 또 칭찬 일기를 써준다.



일기 쓰는게 참 귀찮아서 요즘 간헐적으로 쓰게되긴 하는데

이건 꼭 남겨서 나의 장기기억에 넣어두고 싶었기 때문에 빠르게 쓸 수 있는 블로그에다 쓴다.



오늘 만났던 친구들에게 다들 행복한 저녁이 있길, 즐거운 주말이 되길.



누군가에게 좋은 마음을 받고 배려를 받고 내가 배려해주고 좋은 말을 해주고 선물을 준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자신이 맘에 드는 하루는 더욱 행복한 일이다.


올해 말에는 더 멋진 어른인 내가 되길.



그래, 아까 샤워하고 나서 거울을 보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어른이 내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화자찬? 넘치도록 할거다. 나는 나랑 평생갈 동반자거든. 나는 내가 칭찬 좋아하는거 아니까 살아있을 때 많이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해줄거다. 내 기를 펴줄거고 내 날개를 펴줄거고 힘들 때 기운을 북돋아줄거다.


마음을 달래줄 때 좋아하는 노래를 듣게 해줄 거고 속상할 때 일기를 쓰게 해줄 거다. 외로울 때 하늘을 보며 산책할 수 있게 해줄 거고 스트레스 받을 때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게 해줄거다!


그런 내가 내가 원하는 나이고


나는 쫌 그런 어른이 된거같다. 하핫



간만에 행복! 만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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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오케에ㅅ모오오오온!!!!!!!!!!!!!!!!!!!!!!!!!!!!!!!!!!1

you know what? I still have all 151 pokemon stickers since I was a child..........(seriously)





아 진짜, 


나 초등학교 때 꿈이 과학자가 되서 세상에 포켓몬을 실체화 시키는 거였는데

(그래서 생물 전공한거도 없지않아 있다는......DNA라는..........)

내 꿈이 현실이 되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래살길 잘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포켓몬 덕에 출국의지가 강화되었다!!!!!!!!!!!!!!!!




정말 내 진로 고민이 일순간 해결되는 느낌........ 포켓몬 마스터가 되고 싶다.......전세계를 누비면서......



아니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지금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이 다 시시하고 재미없게 느껴진다.


다 회색톤 처리된거같음. 며칠 전까지 붙들고 하던 폰게임도 지금은 1도 하기 싫어서 쳐다도 안봄

만화도 안보고 쇼핑이나 화초나 하던 내가 관심갖던거들이 다 다 다 재미 없게 느껴진다.


포켓몬 하고 싶은거란 말이다!!!!!!!!!!





사람이 마음이 동하면 뭐든 한다더니


내 인생에서 가장 영어를 많이 읽고 있다. 심지어 미국 갔을 때보다 더 자발적으로 많이 찾아 읽는 듯..


페북이나 구글에서 영어로 미국/호주 유저들이 올리는 meme이나 소식들 다 읽기, 해외 뉴스에서 관련 기사 다 읽기, 정식 사이트 입장 읽기 하다보면 영어밖에 없어서 영어 읽기 생활화가 자동으로 됨



특히 내가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려고 하면서 영어 기사 읽기는 여러번 실패했는데

내 인생 최초로 장문의 TIME이나 CNN의 기사들을 줄줄 읽고 있다. 역시 열정..............

(이쯤되면 우리나라에 안나온게 다행인 수준........)




한 영국 인터넷 뉴스에 미출시 지역인 불쌍한 영국 국민들을 위해서 몰래 미국 계정 파서 다운받는 법을 설명한 걸 보고 오늘 바로 따라 받음........하지만 플레이 안됨여........







사실 포켓몬도 1세대 이후로는 관심이 떨어졌는데 

이번 게임은 1세대라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애정할 수밖에 없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포켓몬을 좋아하는 걸 스스로 분석해보면 (이제와서)


원래 뭔가 수집하는 걸 좋아함 - 그래서 원래 폰 게임같은 거 하면 다 키우는거, 수집하는거, 둘의 조합 이런 류만 즐겨한다. 액션/RPG/전략 이런거 별로. 초딩때는 지우개 수집, 포켓몬 스티커 수집!!!!!!!(심지어 아빠한테 생일선물로 포켓몬 스티커 사달라고 해서 결국 50개 받고 머지않아 151개 다 모아서 앨범에 정리해서 아직까지 보관중), 고딩때는 씨앗 수집, 대딩때는 책갈피 수집........


가장 좋아하는 문학 장르가 판타지 - 현실과 유사한 '체계를 갖춘 세계'이면서 동시에 환상적인 요소가 있는 거면 나는 다 사랑한다. 한마디로 세계관이 뚜렷하고 잘 갖춰진 SF나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포켓몬은 세계관이 아주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자연을 좋아함 - 관련 없는 것 같지만 나한테는 포켓몬은 우리 세계의 '동물'과 같은 거라고 봄, 각 서식지에 적합한 형태를 갖추며 다양성이 엄청남, 인간 외의 살아있는 생물체들을 좋아하는 것에 포함됨. 사실 여기서 고백하는 바이지만 하와이에 교환학생 가서 놀랍도록 아름답고 형형색색의 열대 새와 물고기들을 보면서 이게 다 포켓몬처럼 수집/데이터콜렉션 가능한 거면 세계여행 너무 재밌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그러면 더 즐겁게 세계여행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포켓몬이 현실화 됨, 나보다 한수 위!



이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왜냐면 이 세가지는 내 인생의 거의 메인스트림 급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나의 관심사가 이 축들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물론 다른 축들도 존재함). 만약 인사이드아웃 형태로 설명해보자면 각각은 생각의 섬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될거다.




이런거 다 없어도 포켓몬은 내 초딩 시절을 화려하게 장식한 코어 기억이다. 포케스페 만화책도 사서 봤고 게임도 레드/블루/옐로 나오자마자 다 해봤고 대학교 졸업한 뒤까지도 여러번 다시 받아서 똑같은 스토리를 하고 또 하고 또 한 적이 많다. 포켓몬은 내게 가장 강력한 마약이랄까..........확실히 기억나는 건 초딩때 (아마 5-6학년이었던거 같은데) 포켓몬 애니메이션 방영 시간이 6시 인데 엄마가 그 때 학원을 새로 등록해놔서 자진 파업에 들어가서 투쟁....결국 포켓몬 보려고 학원시간 미룸. 승리. 만족.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점차 게임 외에 포켓몬을 접할 길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포켓몬 좋아하는게 '유치하다'라고 생각해본적은 한번도 없다. (그랬으면 스티커는 사라졌겠징....)


차라리 포켓몬은 내 영혼 속의 환상의 공간, 꿈의 동산, 놀이터 같은 곳으로 계속 남아있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VBA를 받아 태초마을에 가곤 했다. 아니면 포케스페 최신화를 보던가.





내가 포켓몬 이정도로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제발 우리나라에도 열어달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임하나 가지고 ~~ 이런 소리 하는 사람들은 편협한 생각을 하는 거다

누구는 인생 노래를 듣고 삶이 바뀔수도 있고, 여행으로 삶이 바뀔수도 있고, 심지어 누군가의 말 하나로도 인생이 바뀔수도 있다. 포켓몬은 그 이상이다. 하나의 구축된 세계다. 





확실히 시나리오 수업때 들은 것 처럼 현재 어른(이라고 쓰고 소비력 있는 세대)이 어릴 때 즐겼던 컨텐츠를 재생산해내면 잘 먹힌다는게 맞는 듯. 리부트는 그래서 10-30년 이후에 하는게 최고라카더라.



포켓몬 대박을 보면서 이만큼 대박날 수 있는 증강현실(AR) 아이템은 단 하나밖에 안남은 거 같다.

해리포터.



둘다 스토리가 있음

성장할 수 있음, 소속감 느낄 수 있음


다만 닌텐도에서 포켓몬은 꾸준히 게임으로 이어져서 게임 체계는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었음

해리포터는 소설 기반에 IP소지자이신 롤링 여사분은 게임류와 완전히 동떨어져 보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포켓몬 세대들이 성장하면서 가장 보편적으로 널리 인기를 끌었던 것은 해리포터란 말이다. 이걸 영화 만드는데만 쓰는게 좀 아깝다. 영화야 잘 되겠지. 근데 한번 보고 DVD팔고 그럼 끝이잖아? 테마파크도 좋긴한데, 누가 이걸로 글로벌 앱 하나 잘 구현해내면 대박 터질거 같다. 앱 아니면 다른거라도. (사실 다들 알고 있으니까 다시 영화 찍고 연극 올리고 그러는 거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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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

7월이다.


초등학생 때 다니던 사랑방 서당 같은 곳에서 배우던 붓글씨로

뭔지도 몰랐지만 예쁘게 붓글씨를 쓰기 위해 이육사의 시 '청포도'를 쓰던 기억이 난다.


내 고장 七月(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닲은 몸으로/ 靑袍(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靑葡萄’, 「文章」, 1939)


누가 쓴건지, 유명한건지, '시'인지도 몰랐던 나였지만, 하나는 기억난다

이 글을 여러번 베껴쓰면서 다른 글보다 색깔이 영롱하게 내 마음에서 떠올라

참 예쁘구나. 하고 기억 깊숙히 저장해두었다. 청포도 연두와 연하늘빛, 깊은 바다빛, 흰 돛, 은쟁반과 모시수건. 



반항할 줄 모르고 얌전해 보이지만 곧잘 엉뚱한 짓을 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졌던 초등학생의 나. 


오늘, 짧은 장마비가 그친 뒤 완전히 개인 밤하늘을 바라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남쪽 하늘 황도에 떠오른 화성의 붉고 밝은 별빛을 보면서 떠올렸다. 내가 서있는 서울로부터 태평양을 반쯤 건너 쭉 날아가면 나오는 하와이의 빅아일랜드 가장 높은 휴화산 마우나케아 정상의 경치가. 나지막한 정상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세계 각국의 천문대와, 어두워서 어렴풋이 보이지만 방문자 센터 앞에 설치된 망원경들, 그리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모여있고 별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천체과학자들의 목소리. 높은 고도 때문에 약간 싸한 공기와 수없이 많은 별들, 코코아를 먹을 수 있는 붉은 적외선을 설치한 센터 처마, 투명하고 차가워서 터질 것만 같은 공기, 너무 많아서 별같아 보이지 않는 별들의 점들 사이로 유영하는 인공위성, 때때로 떨어지는 별똥별들. 너무 어두워서 내가 어느 인종인지 보이지 않아 마음이 한결 놓였던 순간들. 센터에 있던 놀랍도록 아름다운 천체 기념품들과 망원경 안에서 보았던 토성과 고리.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천문학자들과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어느 미국 대학 교수라는 천문학자와 다른 동료들이 우리와 대화를 나누었던 것도 떠오른다. 일상적인 대화였는데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백인 남성은 미국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가정을 꾸리면서 동시에 여름마다 하와이에 와 천문대에서 자신의 천체물리학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했다. 밝고 쾌활한 그 아저씨에게는 암흑물질이니 하는 것들, 난해해 보이는 암호화된 수식들은 그냥 오늘 오전 근무 '일상'인 것이다. 지금도 그 태평양의 한 섬에서는 각국의 과학자들이 모여 거대 망원경과 컴퓨터에서 나타나는 자료를 가지고 우주에 대해 더 이해하기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떠올랐다.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을 배워왔다고. 그리고 어린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나의 모습이 그것이라고.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특히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볼 때. 


별을 볼 때 천문학자들의 삶과 일상을 떠올려본다.

펼쳐진 길과 길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에 비치는 햇빛과 그림자를 보면서 애니메이션 텍스팅을 떠올린다. 이 세상을 흡사하게 묘사한 가상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본다.

의식적으로 다른 각도를 떠올려본다.

지역별 부동산 가격 시세와 각 면적별 월세를 꿰고 있는 투자자들이 길거리를 바라볼 때 하는 생각의 구조를 떠올려본다. 

그들이 뉴스를 보면서 미국 시장과 유럽시장, 원자재 가격 추세와 우리나라 기업들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을 떠올려본다. 같은 세계 정치 뉴스를 보면서 기업 수익 변화를 추산해보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같은 시간에 티비에 틀려진 뉴스를 한귀로 흘려들으며 물건 값을 계산해주는 편의점 알바나 고속터미널 상가 주인들을 떠올려본다. 평생을 털실을 팔며 생계를 유지해왔다는 할머니의 빠른 손놀림과 노하우, 털실에 대한 해박함을 떠올려본다.


세계 다른 여러 나라의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프로젝트로 연결하여 움직이는 NGO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오로지 믿음과 신념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자신이 처한 환경의 문제점을 몸으로 부딪히면서 - 시위하고 캠페인을 벌이며 - 해결하려하는 시민단체분들을 떠올려본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더 알고자 탐구하는 사람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만드는 사람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언지 잘 파악하고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사람

기존 체계가 잘 굴러가기 위해 서포팅을 잘하는 사람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고 그것에 투자하는 사람

사람들 간의 조율을 잘하고 대화를 잘 이끌어내는 사람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 안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한다.






어린 내가 동경하고 되고 싶었던 인물이 무엇이었는지 별이 뜬 하늘 아래를 걸으며 생각했었다.

도무지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존경하는 인물이 없었나?


초등학교 때 나는 단 한 사람이 마음에 박혔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재천 교수님을 만났을 때도 그 인물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관심있어하는 사람들도 결국 그 위인의 일부를 닮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삶도 그 사람을 닮아가길 바랬다는 것을. 어린 시절의 내가 꿈꾸던 어른인 나는 그런 모습임을 또 깨달았다.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인물. 얽매여 있지 않고 호기심을 간직하여 새로운 시도와 사고를 하는 인물. 미술과 과학을 아우르는 사람. 그게 열살 쯤의 내가 꿈꾸던 나다. 



전문적이진 못하지만

결국 내가 막연히 꿈꾸던 방향으로 삶이 흘러왔구나

이토록 한 사람의 마음 깊숙이 내재된 '소망'은 강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떠올려보면 고등학교 때 이공계를 선택한 것도 두개 다 배우고 싶지만 우리나라 교육 사정상 택일을 해야만 했고 내 기준에서 인문사회보다는 과학기술이 독학이 어렵다 싶어서 이공계를 택했다. 인문사회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중에 독학하려고(...) 이 길을 걸어왔다


대학교 때는 그래서 온갖 욕심에 철학입문, 심리학입문, 사회학입문 수업을 들으며 원을 풀었다.

(대부분의 수업에서 결국 학기말엔 수업시간에 잠들었다는 사실...) 


학회 활동으로 경제/경영 전공자들의 사고방식도 배웠다.


부모님은 한가지를 꾸준히 못하는 나를 못마땅해 하셨다.

주변 친구들도 약간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뉘앙스로 내 행적을 바라보는 듯 했고

나 스스로 조차 나는 잘못된게 아닐까 하고 걱정이 앞섰다.


최근까지도, 아니 어쩌면 지금도, 이렇게 한우물을 파지 못하는 내가 걱정스럽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온 삶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8살의 내가 소망하던 삶이라는 것

그것을 깨달으니까 마음이 매우 편안해졌다.



결국 사람이 잘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은

스스로만이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의 바탕이 되는 어린 시절의 내가 오케이하고 원하는 삶을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다면

나에게 그 삶은 정답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문제는 '내 삶이 잘못된건가? 잘하고 있는건가?'하는 것에서

'이런 상황과 특성 속에서 내가 더 잘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하는 것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것은 매우 커다란 발전이다.


2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잘 살고 있는지 회의감에 젖어 방황하며 지내왔는데


방향의 옳음이 스스로 인식된다면 

이제는 '방법'의 문제로 넘어갈 수있고 

그것은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훨씬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과 감정의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고 좌절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

상당히 많은 삶의 문제들은 마음과 생각만 정리된다면 무척이나 쉽게 풀릴 수 있다.


괜히 시크릿이니 강한 마음이니 힐링이니 하는 것이 마구 퍼지는 것이 아니다.

성공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마음과 생각에 대해서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두뇌와 건강한 신체를 가져도

종교나 신념이나 마음가짐이나 감정의 안정성같은 것이 달라지면

그 두뇌나 몸을 써먹는 것은 완전히 달라진다.


정말 마음이란 무서운 것이다.



누가 본다면 나름 상위권 대학을 나와서 몸도 멀쩡하고 충분히 사회의 메이저 라이프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 내가 이렇게 마구잡이 식으로 시간과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안타까울 수도 있다.


그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내 삶이 그 메이저가 되지 않는 것은 결국 '마음'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황? 조건? 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그 마음을 가진 뒤에 중요한 요소일 뿐이다.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선 내가 가졌던 요소들이 크게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내 마음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요소들은 내게 전혀 중요한 것들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아빠는 항상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며 나를 걱정하셨지만

지금 나는 내 발로 서서 생각해본다.


인구는 쥐나 바퀴벌레 만큼이나 세계 곳곳에 자손을 퍼뜨리며 증식해왔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각각 다 다르다고 할만큼 다양성을 가진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인터넷에 치면 이미 다 사업화 되어있거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뭘 한다 쳐도 전세계에서 그걸 할 사람, 그거에 관심있는 사람은 나 이외에 또 있을 확률이 훨씬 높다.

나는 그 사람들과 친목을 쌓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고 해서 사막인 것은 아니다는 말이다.

사람의 다양성은 어느길을 가더라도 동료를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이 다양성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결국 혼자가 되길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두려움을 지우고, 또는 뒤로 밀어두고, 

먼저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내 미래는 무엇인지를 보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내 의지가 생기는 '나만의 당근'이 주어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매우 열정적으로.


그것이 우선된 다음에야 '어떻게(how)'를 생각하는 것이다.


무슨 시험을 볼지, 어떤 자격증을 따야할 지, 어떤 전공과 대학/원을 가야할 지, 어느 분야에서 어느 업무로 일해야 할지, 어느 기업/단체에 들어가야할 지 등등


물론 순서는 나이 먹어감에 따라 뒤섞일 수 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how만 생각한다면 어느 시점에 가면 - 운좋게 자신과 적당히 맞는 분야지 않았다면 - 회의감이 들거나 stop사인이 머리에 뜰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나는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이어왔다.


집중력도 낮고

매우 게으르다.



그래서 내가 정말 가치있다고 생각하거나 좋아하거나 즐기지 않으면 그 무엇이라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이런 비성실성이 단점일수도 있지만 나처럼 선택을 어려워하는 성격에서는 오히려 장점이라고 느낀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것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늘에서 내려준 나침반인 것이다.


지금 회사에서는 나의 참여도나 성실성에서 놀라워 하고 있다.(라고 느끼고 있다...아직까진!)


바로 전 회사에서는 나 스스로가 볼 때에도 이런 태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제일 먼저 간다거나, 새벽부터 일어나서 발표준비를 한다거나, 시키지도 않은 일을 즐거워서 내가 하고싶다고 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이전 회사라면 절대, 절대 있을 수 없다. 


결국 나는 내가 꼴려야 하는 사람인 것이고


지금 회사는 그게 가능한 곳인 것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즐겁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결국 나도 하나의 직업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어야 내 다음세대를 길러낼 토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그게 아니라면 계속 새로운 직업을 찾아다녀도 될거라고 생각은 든다. 나이먹으면 새로 진입하는 장벽은 높아지겠지만 말이다.


하나를 일단 택한 뒤 그 다음에 곁가지를 세워야 할 시기라고 느껴진다.


20대를 10대의 내가 꿈꾸던 통섭형 인간이 되어가는 데 다 활용했음에 만족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 시험의 첫 문제는 그럭저럭 괜찮게 풀어나간 것이라고 느낀다. 

물론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 후회되는 것들도 많고 안타까운 시간들도 많다.

그래도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30대의 내게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제 전문가가 되는 것,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한 가지 내가 메인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반드시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고 가치를 매기는 분야여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내가 두려움을 깨고 좀더 내가 원하는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데 들이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래서 30대의 끝무렵에는 '내가 상상하던 삶을 여유롭게 살아내는 어른'에 한층 더 가깝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때는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 - 멋진 부모 되기 라던가 - 40대를 살아내고 싶다.



지금의 소망을 40, 50대로 유예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엔 지금 소망들이 너무 두근거리고

20,30대에 하면 좋을 것들 뿐이다. 


나중에 말고

지금.


그리고 지금까지 잘해왔다. 수고했다. 잘했다.




이것으로 나의 뒤죽박죽 상반기 결산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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