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침에 눈을 뜨고 어디로 가야하는 것도
돈을 벌어야 하는 몸뚱아리인 것도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도

왜 사니? 하고 엄마는 묻겠지
엄마는 죄의식을 심어주는 타입이니까

근데 사람이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낳아줬으니까 사는거 아냐!

라고 빽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달라질것도 없다.




사실이 그렇다
대강 살더라도
살아있는 이상 몸을 계속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게 삶의 굴레인 것같다.

개다가 백수노릇 해보았는데 금수저 아닌 이상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놀수는 없고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아침에 느지막히 눈을 뜨면 세상은 이미 너무도 밝고 나는 썩은 통나무처럼 누워있다.
그 기분이 기실 좋진 않은 터라 백수 컴백이 반가우면서도 꺼려지는 것이다.
아이러니 한 일이다.

아침에 갈 곳이 필요한 동시에
오늘 내일은 늦게 일어나도 되고 싶다

대학생은 이런 뜻에서 너무도 좋았는데!

수업이라는 것은 요일마다 다른 시간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오전 수업은 다 뺐으니까 ㅎㅎ

대학생의 그 삶, 책임진 것 없는 삶으로 돌아가고 샆은 마음에 대학원을 동경하는 것도 마음 속에 있는 것을 안다. 대학원 현실은 그것보다는 무급 회사에 가깝다는 것도 알긴한다만.

인생에 의미를 남기고 싶었다면 결국 매일 매일 너무 귀찮아도 몸을 일으켜 세워야하는 것이다.


그렇다 귀찮다.

몸이 불편하고 무겁고 피곤하고 영 내키지가 않은 아침 아침 아침

게다가 오늘 아침엔 아이슬란드 같은 곳에 단체로 여행을 가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늦출까 하는 꿈을 꾸었다

여행도

귀찮아서 뒤로 미루면
못하는 거잖아


결국 내 삶은 귀찮아서 못하고 있는 하고 싶은 모든 것들로 채워지는 거다

사실 이번 회사는 종교적인 거부감 빼고는 이전 회사들과 비교해 모자란 점이 없었다. 배려심 넘치고.


그래서 이런 곳에서도 내가 일어나기 싫은 것을 보며
결국 나의 문제란 내 몸과 정신을 컨트롤 못하는 문제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

이런 나라면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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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자 걷자 숨쉬자 눈 뜨자 by 테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