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친구들

나이 가지고 사람 평가하는 어른들 엄청 싫어했는데


내가 나이들 수록 그걸 안하는게 어렵다는걸 느낀다


어찌됐든

나와는 다른 경험, 사회 속에 속해있는 것은 나이로 말미암아 가장 쉽게 구분지어지는 거니까



정말 몇년만인가 어린 친구들과 한자리에서 함께할 기회가 생겼다.


2년전 6살어린 친구들과 학회를 할 때에는 나도 그들과 같아지는 것같고

무진장 신나고 즐거웠었는데


2년 새에 내 정신세계가 확 늙어버렸나보다


많은 경험과 감정때문인 거겠지?



얼마나 다른 느낌이었냐면

내가 어떻게 대화해야할 지도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시종일관 들었다


대부분의 그들이 해보고 싶은 건 내가 다 해본 것들이고

그들이 아직 못하겠다고 손사래 치는 것도 내가 다 해본 것들이라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말을 꺼내면 거리감만 커지고 꼰대처럼 들릴거 같고


그냥 들어주자니 너무 공감이 형성이 안되서 그렇구나~ 하고 말뿐이었다.


같은 것을 원하지도 같은 것을 느끼지도 않는 세대의 사람들과의 대화는 벌써 이렇게 어렵구나 싶다.


이러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얼마나 힘들까.




오늘 느낀 확실한 한가지는 이것이다.


나에게 20살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억도 다시 리셋한다고 하면)

나는 절대 안돌아갈 것이라고


추억은 그립지만


그때의 어린 정신으로 그 많은 일들을 다시 경험하고 헤쳐나가고 싶지 않다.


이제 훨씬 더 큰 세상이 보이고


이제 더 깊은 감정들을 겪었고


어린 내겐 궁금하고 미지의 것들이었던 것들이 이제 내 영역 안에 존재한다.


항상 계단을 한칸 씩 올라가면서 느끼지만


단계를 올라갈때는 괴로웠어도



올라오고 나면 내려가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의 나의 만족한다.


더 나은 내가 더 나이든 나로서 되는 것이 낫다.


어려지고 싶지 않다.



지나온 모든 시간이 소중하고 그것의 총합 +알파가 지금의 나임을 아주 잘 알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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