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작가의 SF

단편선이라서 사람마다 베스트로 꼽는 것이 다 다른 것 같은데 나는 첫번째, 두번째가 가장 좋았다. 당시의 내 감성에 크게 다가온 것도 이유가 된 것 같다. 가장 호평을 듣는 제목작이나 뒤의 이야기들은 오히려 크게 울림이 없었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흘린 이유는, 우리가 이렇게 고통받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한발짝 더 나아갈 마음이 든다는 것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 우리는 이 유대관계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취를 하면서, 해외에서 혼자 살면서 정말 극도로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소중한 인간관계가 정말 삶의 의미가 되어줄 수 있다는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최소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의미가 또 있을까? 완벽한 유토피아를 살면서도 디스토피아 같은 지구로 가길 스스로 선택한 주인공의 편지에서 - 편지형식이 또 내 맘에 들었다 - 부족한 나와 너이지만 그 관계로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지는 그 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삶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사실 처음과 달리 초반에 무슨 얘길 하려는지 잘 모르겠어서 조금 읽는 속도가 더뎌졌다. 그런데 이 외계생명체와 주인공의 할머니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끝난 뒤 아무런 언어적 소통이 없던 관계의 끝에 타자가 관찰의 결과 내놓은 단 한 문장 '그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체이다.'는 말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우리는 사랑받고 싶어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하고 스스로를 극한에 몰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 이 책에서 주인공은 그런 의도로 무엇을 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말이 통하지도 않기에. 그러나 우리를 먼 타지의 시선에서 본다면, 그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꿈을 꾸는 우리의 그 모습 자체가, 살아가려고 하고 또 살아내는 우리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 아니냐-는 메세지로 받아들여졌다.

정말 따뜻한 울림을 준 두 단편작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의 일러스트 표지도 정말 좋았다. 오래간만에 읽은 소설. 좋았음.

일어서자 걷자 숨쉬자 눈 뜨자 by 테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