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8.

 

 

아름다운 가을 밤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술취한 남정네들 몇을 제외하곤 무척이나 조용했다.

고요한 밤하늘에 별도 많이 져버린 듯

그저 넓은 하늘엔 보름에 가까운 달이 독주를 하고 있었다

 

밤의 색이 언제나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젯 밤 밤하늘 빛은 깊고 맑고 아름다웠다

나는 해가 저문 뒤 두어시간 뒤의 가을 하늘 밤 색깔을 무척 좋아한다.

그 투명하고 검은 푸른빛이 마치 현자의 머릿 속 같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지혜가 담긴 듯도 하고

청명하고 맑아서 더러움이란 한치도 없는 듯하다

그 속에 밝은 저녁별들이 빛을 내면

어릴 적 읽었던 거인들의 구멍난 이불 동화가 떠오른다

 

어제밤은 달랐다. 자정이 지난 뒤의 하늘임에도 검지 않았고

해가 지구 반대편에 있어선지 푸름도 전혀 없었다

다만 맑고 맑고 맑은 검음과 하얗고 눈부신 달이 있었다

달도 항시 사랑하여 눈이 마주칠 적마다 키스를 보내긴 하지만

달만치로 달의 반대편, 어둔 하늘 그 빛깔을 좋아한다

 

매일 같은 것 같지만 매시간 다른 것이 밤하늘 색이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검은 밤하늘이란 없는 듯하다

나의 요즘 하루하루는 내 인생의 밤이다

빛나는 것을 찾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껌껌하여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를 감싸는 이 어두움은 매번 그 색깔이 다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나의 밤들은

푸름, 깊음, 맑음을 지니고 있고 매번 그 빛깔을 달리한다

 

밤을 무서워하는 것은 어릴 적 이야기이다

나는 이제 밤을 즐긴다

밤은 언제나 오는 것이지 않는가

어차피 밤에 눈을 뜨고 있게 된다면

그 색을 가만히 지켜보고 아름다움에 감탄할 줄 아는 것도 나에겐 큰 즐거움이 되는 것이리라 믿는다

어릴 적 스스로를 태양의 아이라고 생각하던 나지만

이제는 그렇다

나는 달과 그녀를 감싸는 밤하늘을 이제 무척이나 좋아한다.

 

밤의 시간을 슬퍼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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