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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2

#아침

늦잠을 잤지만 나 자신을 질책하지 않았다. 이불을 감촉이 좋다는 것을 한번 느끼고 오래 자서 등이랑 목이 좀 아프다는 생각을 한 다음에 스스로에게 더 눕고 싶은지 아닌지를 물어봤다가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일어났다.

좀 더 현재에 충실하려고 다른 생각을 덜하다 보니까 저절로 스마트폰의 중독에서도 벗어나고 있는 것같다. 좀 더 '생각'이란 걸 하게 되면서 예전의 명민했던(?)나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좋다.

가족들이 있든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혼자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예전에는 엄마가 '잘했네'하고 칭찬하는 걸 듣기위해 엄청 노력했던거 같은데

오늘 내가 스스로 필요하고 즐겁다고 생각해서 화분에 물을 준 뒤에 엄마한테 칭찬 받은 다음에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다.(기쁘지가 않았다)

이런 나 자신을 보면 정말 나 스스로를 위한 삶이 필요하다. 엄빠를 위한 삶은 소모적인 것이다.

 

아침에 뇌가 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에 아침에 우선 이렇게 글을 쓴다. 아침에 글 쓰는게 더 좋은 것 같다. 밤에는 쓸말은 많은데 정리는 안되고 너무 많은데 피곤하다 보니 쓸 엄두가 안나서(그리고 보통 쓰기 시작하게 되면 온갖 말을 다 쓰다보니 자는 시간이 늦어진다 = 부담이 된다) 아예 안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잠 들기 전에 모니터를 장시간 쳐다보는 것도 싫고 말이다.

 

#오후

점심 먹고 날씨가 너무 좋아 나들이. 물론 집에 있어도 좋지만 집에선 강제적으로 TV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점이 내게는 매우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햇살을 받으며 뒷산을 거쳐 카페를 찾아가는 길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현실감'있어서 좋았다.

걸으면 생각이 더 잘 나고 정리가 잘된다는 것에 항상 동의한다. 난 걷는 것이 무척이나 매우 아주 참 좋아.

 

카페에서 1시간밖에 못있었지만 딸기 쥬스도 맛있었고 옆 테이블에 새로 가수가 될 가수지망생계약과정같이 흥미진진한 일이 있었지만 내 일에 집중하려 했다. 지두력을 정리하고 내 삶에 대한 문제제기와 가설설정을 하려는 시도였다. 결국 제대로 된 것 없이 끝난 것이 이전과 같다. 실은 내 안의 내가 거부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역린

오랫만의 영화. 사극은 원래 좋고, 배우들이 죄다 멋지고, 나를 울리는 깊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 부분이 좋았음. 영상미도 좋았지만 너무 영상미에 치중한 느낌..음..

 

#엄마

여행 다녀온 뒤로 엄마가 무척 밝아져서 기분이 참 좋았다. 전 같으면 비꼬았어도 남았을 텐데 부드럽게 말해주고 뭐든 괜찮다고 하고, 상냥해진 느낌이다. 엄마가 걱정 근심이 없어진 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밝음, 기쁨, 즐거움, 행복 같은 것들이 엄마의 표정에서 우러나오고 그것이 나를 매우 행복하게 해줬다.

그랬는데 동새이 컴퓨터 연결 선이 없어졌다고 하기 시작하면서 약간 틀어진 것 같다.

모든 근심 걱정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만 있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정작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연결선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여러 얘기가 나왔는데 엄마가 한달 전 쯤에 각 방의 전선을 직접 정리하신 걸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데 본인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 것이다. 진짜 잡아떼는 것이 아니라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엄마의 기억을 상기시키려고 직접 보여드리기도 하고 말로도 유도해보았지만 오, 엄마는 모른다.

있었던 일을 아예 통째로 존재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바보같이 치매생각부터 났다. 게다가 엄마한테도 그런 티를 내버렸다.

엄마는 안그래도 걱정을 안고 사는 사람인데 괜히 겁을 준 것 같아 미안하지만 갑자기 내 스스로부터가 엄마가 치매면 어떡하지 하면서 온갖 걱정이 생겨나고 마음이 무거웠다. 기우가 아니다. 엄마는 재작년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심각하게 높기 때문에 혈관성 장애가 일어나기 쉬운 상태로(대체 자기 몸이 어떤 상태인지는 알고 있는 걸까 .... 생물학을 전국민이 반드시 배워야한다. 진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몰고올 수 있는 엄청난 결과들을 다 알고 책임 져야하는 것인데 알지도 못하고 괜찮다고 치부해버리다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약 처방도 거부하고 (약의 부작용 때문에) 식이요법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 엄마는 자기가 죽으면 어떻게 어떻게 해라라고 말은 하지만 남은 가족인 입장에서는 두눈뜨고 그냥 엄마를 보내는 것은 바보멍청이 같은 짓이라고 생각된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내 몸'이었다면 난 식단도 엄격히 지키고 약도 먹고 병원도 다니면서 몸 관리할 것이다 ....자기 몸인데 어떻게 저렇게 내팽겨쳐버릴 수 있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내 잔소리와 내가 병원에 데려가는 일도 해보았지만 모두 들어먹지 않고 엄마에게 쓸데 없는 걱정을 안길뿐인것 같다. (진짜 돈이 있어도 쓸줄 모른다는 생각이..)

엄마가 치매면 어떡하지, 엄마를 보살펴야하는 사람이 있어야한다는 생각과 내가 그럼 당장 돈을 벌어서 치료비를 대야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어제 사온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엄마가 치매면 한 글자도 안 읽힐 것 같았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이 사실 엄마가 치매든가 암이 든가 상관없이 생각해보니 '나'의 본질은 그대로 변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그대로니까. 글을 쓰다보니 또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나 이지만 엄마가 지금 이시기에 이상해지거나 없어진다면 나에게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 같다. 평화라는 것은 정말 일 순간에 부서지기 쉬운 것 같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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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린치 2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줄어든 더 큰 이유는 계속된 손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란 천성적으로 즐거운 일, 성공하는 일은 계속하게 마련이다.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라니.... 이 아저씨 재치가 넘치는데?

사람이 그렇다면 나도 그럴테고. 나라는 인생의 족적을 보면 내가 즐거워 하는 일, 성공하는 일을 계속해왔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무엇을 향해 뻗어나가는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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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린치

"이들 종목을 선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나는 이 기록을 통해 종목을 고를 때 내 습관이 무엇인지 자세히 분석하려고 노력했다. 유망한 경영 환경을 파악하고 이런 여건에 처한 기업들을 분석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내가 주식투자의 방법론을 완벽하게 제시할 수는 없다. 어떤 주식을 샀을 때 잘 샀다고 알려주는 벨도 없다. 설사 어떤 기업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해도 그 기업에 투자했을 때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유통회사나 은행, 자동차회사가 이익을 내는 요인, 또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면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Peter Lynch

 

지두력에 이어서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요지가 무엇인지 와닿고 있다.

'분석력' 그리고 그 분석을 위해 모든 것을 '객관화'하고 '기록'하는 것

나 자신을 알고 싶다면 나를 이루는 요소들을 추상화 시키고 그 요소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내가 경험한 것들, 나의 생각 등을 기록하여 그 '정보' 속에서 패턴이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것이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감정적인 면을 배제하지 않고 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데카르트적 접근법은 현대에 들어 비판받고 있지만

그것조차 할줄 모르고 비판하면 옳지 못할 것이다. 그것'만' 한다면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겠지만.

 

선택의 기로에 서서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해야할 나의 삶의 한 가운데 이러한 사고력은 절실히 필요하고

그래서 주님께서 이런 기회들을 내려 나에게 길을 열어주시나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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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걱정 초조

가슴이 심란하고 불안하고 갑자기 기분이 확 안좋아지는 일이 최근들어 종종 있다.

예전같으면 제3자에게 괜시리 퉁명스럽게 굴거나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밖에 쏘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풀러 다녔을 테지만


그도저도 아니면 침대에 누워서 현실을 차단했을테지만,


이제는 불안한 나를 세워두고 묻는다.

"나야, 왜 그러는데, 뭐가 불안한데, 뭐가 그렇게 걱정돼? 뭐가 그렇게 너를 기분 나쁘게 만드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 그런 감정들이 몰려온다는 것을 아니까. 나도 최소한의 학습효과는 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기분이 한가지 원인에서 흘러나옴을 알 수 있다.


나는 젊음을 허비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나는 잘 살고 있지 못한 것 같다


하는 걱정.


그리고 


앞으로 내 삶은 잘 풀려나갈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후회 없는 삶을 정말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 정말정말 불안하다.

이 생각들은 나를 미치게 불안하게 만든다.



4월이 반쯤 지난 오늘

이제야 지난 1,2,3월을 돌이켜보니(평소에 앞뒤 생각 안하고 사는 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문구다)

이런 감정이 스케쥴러를 바라보기만해도 불러일으켜졌다.


예전 내가 학부생일 때는 특정 시기를 보면 '내가 무어무엇을 했었구나' 하는 것이 확실했었는데

이번 2014년 상반기는 도저히 허송세월이라는 단어를 떼놓고 생각할 수 가 없었다.


투자공부를 명목으로 보냈지만

과연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열심히 임했는가 에 대해서도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고, 

실제로 나 자신이 많이 배운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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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뱃살 먹은 날

매일 주어지는 24시간에서

꼭 있으면 하는 건

최소한

6~7시간의 단잠과

1시간의 벅찬 운동과

1시간의 독서 그리고 명상과 글 쓸 1시간이다.

 

합치면 약 10시간이 필요한데 여기에 운동한 뒤 샤워를 하고 식사 세끼를 챙겨먹는다 치면 2시간이 더 들어간다(최소)

이렇게 해도 12시간밖에 안된다! 그러면 나머지 하루 반나절은 공부나 일이나 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동시간이라던가 뭐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이라던가 음악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루가 넉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운동할 시간은 커녕

일하고 스터디 다녀오면 하루가 끝이다.

 

그래도 학우들이랑 스터디하는 그 시간이 너무 삶의 활력소가 되어줘서 멀고 오래 걸려도 간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아서 이다.

 

처음 아주 초반에는 날씨가 화창해서 기분이 좋았다.

말초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때 나는 가장 쉽게 행복해지는 듯.

 

하지만 근원적인 불안,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피상적인 것이다.

 

명령조로 나의 자유시간을 구속하는 팀장님에게 (당연히 할일을 하셨을 뿐인데) 분노가 일었고

그 분노(누군가 나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내가 왜 이런걸 당하고 있는가?'하는 물음으로 이어지는데 그에 대한 답이 없어 자괴감+혼란+도피 로 기분이 다운되었다.

 

점심으로 참치뱃살을 먹으며 한 대화에서

내 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뒤 들은 피드백이 '나는 근데 그 꿈이 확 와닿지 않는데?'였던 것,

그리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오는 타입이네요?'하고 내 약점을 꼭 짚힌 것.

그 두 가지가 너무 찔려서

내 스스로가 약점이라고 생각 한 것들이 남한테 드러난 느낌이라

내 안의 비판자가 아주 신나서 계속 불안한 말들을 속삭였다.

"책을 쓴다더니 말도 생각없이 하는 인간이 무슨 책"

"넌 그렇게 사는게 어울려, 그냥 하등하게 시키는 일만 하고 생각없이 헤벌레 하는거"

"꿈이 아니고 그건 그냥 동경이야. 너가 갖지 못했기 때문에 갖고 싶은, 그러나 너의 본성과는 거리가 멀어서 절대 될 수 없어"

"될 수 있다면 왜 지금껏 그렇게 구체화 시키지 못한건데?"

"너 자신도 꿈에 대해 말하는데 확신이 없고 가슴 두근거림이나 내가 정말 그런 미래가 오면 행복하겠다하는 마음이 안들지 않았어?"

 

중간에 다른 분이 "꿈을 일찍 정한 사람은 집중력을 분산시키지 않아서 나중에 잘못된 선택임을 깨달아도 뭔가 이뤄낸 게 있다"고 했을 때

내 대학생활 전체가, 내 현재 위치와 상태가 다 잘못된 것이 되버린 듯 해서

거의 그런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괴감 들었다.

 

나는 뭘 하고싶은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고, 내가 하고싶다고 말하는 것도 한다고 행복한 거 같지도 않은 채로 그나마 뭔가를 하고 있기는 한데 뛰어나게 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하나에 집중하지도 않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매우 안좋았다.

교육때 들은 데로 기분이 안좋아지면 해마가 일을 평소처럼 못해서 그런지, 일이 손에 안잡히고 견디기 힘들었다. 일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이다.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있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세가지에 답을 찾는 것.

아니면 내가 답을 정하고 무작정 달려가는 거.

그게 필요하다. 나는 불안해하고싶지 않고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고 싶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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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세상에 할 수 없는 것은 없어.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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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이많은 분들과의 대화

한 사회학자가 수많은 노인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으면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여겨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것들을 책으로 썼다.우리나라에서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읽고보니 과연 나는 삶의 지혜를 가진 이런 분들께 얼마나 대화를 해왔는가 싶었다. 그 뒤로 할아버지댁에 갈때마다 혼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는 뇌졸증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신 뒤 친척들 사이에서 유령같이 되버렸다. 명목은 할아버지 생신 잔치로 모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혼자 식탁에서 휠체어를 타고 정해진 음식만을 드시다가 침대에 누우신다. 인삿말외에는 대화해주는 사람도 없고 할아버지의 힘없는 말은 가끔 입밖으로 나와도 허공 속에 흩어져 아무도 못듣는 듯 하다.

진로 고민을 하고 있던 나는 그냥 내 주변의 선배들에게 하듯 할아버지한테 어떤 삶을 살면 좋은지 할아버진 어떻게 직업을 고르셨는지 등을 물어봤다.

어차피 피상적인 드라마나 여행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남자들의 시황분석같지만 실은 다들 어디선가 듣고 하는 이야기들 이런 껍데기뿐인듯한 - 사실 아무도 그다지 크게 흥미를 갖지 않는 듯한; 아니면 나를 제외하고 다들 좋아ㅏ는?- 대화는 재미도 없었기에 할아버지 방으로 갔다.

할아버지랑 천천히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듣게 되었고. 내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지도 새삼 알게되었다. 일제강점기, 6.25, 빨치산, 군사정권 등 격동적인 역사를 살아온 할아버지는 본인 스스로 얘기하시면서도 내가 이런 시기를 겪었구나 하고 새삼 되돌아보시는 듯 했다.

내 뿌리를 되돌이켜 본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당시에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면서 자리를 잡으신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입장을 생각해보면 지금 내 comfortable zone을 벗어나기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돌이켜 보게됐다.

6.25발발 당시 서울에 학생으로 계셨던 할아버지가 사촌동생이랑 9일을 걸어서 강원도로 간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나라가 전쟁을 끝낸지 서너 세대밖에 지나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 실감이 난다. 진짜 역사 속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란 걸. 그리고 그걸 겪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할아버지는 다른 것들 보다도 자식들이 어릴 적에 어땠었는지랑 고향에 대한 것들을 얘기하고 싶어하셨다.

유명인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온걸 두번씩이나 놀랍지 않느냐고 얘기하시는 모습은 내 친구들이랑 다를바가 없어서 다시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일가친척 어르신들이 모여 농담따먹기를 하거나 즐거운 대화를 하다 밝게 웃으시는 얼굴을 보면 노인이든 중장년이든 그 속에 십대, 이십대 청춘 시절의 얼굴이 보인다. 심지어 정말 내 또래 애처럼 보이기도 할 때도 있다.
예전엔 부모님의 그런 애같은 면모를 보면 실망스러웠는데 이젠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좋다. 뭔가 나도 어른이라는 밥상에 숟가락을 놓는 나이가 되면서 느껴지는 책임감이라던가 나잇살 해야한다는 압박에서 슬그머니 면죄부를 받는 느낌이다. 사실 누구나 애같은 모습이 있는거라고. 그러니 나도 괜스리 엄숙한 척, 있는 척, 근엄한 척할 필요 없다고 말이다.

할아버지랑 대화하는 것은 친척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인 일이고 나도 이전까진 하질않던 일이라서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가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모습을 친척분들은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았고 할머니는 나더러 딴방에서 놀라고 했다(왜 대화를하면 안되지? 힘드신가?).

나와서 큰이모랑 얘길하게되었다. 이제 예순즈음에 계신 이모님은 나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흥미롭게 들으셨다. 할아버지의 짧은 대답속에 숨겨져있던 여러 비화들도 더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결국 지금 삶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 대한 것일 때 가장 재미있고 귀기울여지는 것이다. 할아버지를 보는 이모는 연민에 덧붙여 우려까지 담겨있었다. 치매라던가 죽음이라던가. 이미 한 분을 보내드린 적이 있는 이모로서는 당연히 생각나는 것일진도 모르겠다. 게다가 본인 스스로가 삶의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느끼고 늙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나이 이기에 더욱 그런 것일까.

이모에게 삶에대해 물어보았다.
느낀 점 한가지는 삶은 매우 짧고 순식간이라는 것.
두번째는 매일 꾸준히 무엇인가를 쌓아올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것.
소모적인 활동만 해와서 삶을 돌이켜 볼 때 후회가 남는다고 하셨다.
좀더 영리하게 살아오지 못해서 후회가 남는다고 하셨다.
돈을 엄청 많이 벌지 못해 노년에 하고싶은 걸 다 하지 못해 후회스럽다고 하셨다.
어릴 적엔 자신이 무언가 대단한 인물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저 자신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오니까 이렇게 되어있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직장과 젊었을 때 돈을 많이 벌어두라는 말은 내겐 좀 어불성설같긴했다만.

내 삶의 태도를 더 강화시켜주는 대화였다.

내 삶에 대한 태도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선택에 직면했을때 가장 최선만을 선택하고 선택 후에 그것을 이해하고 후회하지 않아야한다. 그래서 삶을 다 지나와서 돌이켜봤을 때 나 자신이 무엇을 이뤄냈느냐를 보기보다는 나는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삶을 이끌어 왔느냐를 봐야할 것이다.
그런 가치관 하에 지금까지의 나의 삶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만족스러운 점도 참 많다.

후회스런 일들은 좀더 용기를 내서 할 수 있던 것들을 마음 속에 나만의 제한선을 두고 하지 않았던 것들, 그래서 새로운 기회를 잡지 못한 것들이다.

만족스러운 일들은 남이 아닌 나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선택한 일들을 해냈던 것들이다.

아쉬운 일들은 이루고 싶고, 갖고 싶고, 해내고 싶은 것들인데 노력을 하지않고 여전히 미루고만 있는 것들이다.
이 아쉬운 것들은 시간이 흐른 뒤 후회스런 것들이 될테니 현재에 좀더 충실하자.
그래서 모바일로 손가락이 아픈데도 이 글을 쓴다. 나는 언젠가 책을 쓸 몸이시니까. 하루라도 더 글을 써야한다.

이모와의 대화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미루지 말고 먼저하자,
생산적인 일을 꾸준히 해서 나 자신을 쌓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한다,
인생은 순식간이다,
나 자신에게 제한을 두지 말자,
큰 도전을 꺼리지 말자

등을 떠올렸다.

이모는 어땠을까
사실 내 생각에 60도 늦은 나이는 아닌데 말이다. 삶은 죽는 그 순간까지 성장이고 배움이고 변화이다.

#취업과 면접, 기업에서 바라는 인재와 인적자원 스스로가 가치를 높이는 길은 무엇인가에 대한 글
#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직업인 언론과 대중매체에 종사하시는 분들 중에서 사회적 통찰을 가지고 글을 쓰는 분이 적을 까에 대한 고찰
#너도나도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정말 똑똑하고 예리한 사람들이 많은 데 정작 내가 생각하는 그런 구루가 되는 사람은 왜 적을가에 대한 글


이 세가지도 써야하는데 오늘은 정말 손가락이 아프다.

컴퓨터 받는 대로 업데이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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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탐험 그리고 읽기


어릴 적 내게 세상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이었다. 나는 세상이 궁금했고 더 넓고 더 많은 것을 항상 갈구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은 모험동화책이다. 여전히 그것들을 매우 사랑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니아 연대기,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뒤로 갈수록 좋았다), 무민 시리즈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이었다. 어찌보면 그다지 모험적이지 않은 것도 같다. 환상적인 세상에 우연히 가게되어 모험을 하게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좋았던 것 같다(무민은 제외)

책을 읽음으로써 한국의 평범한 초등학생으로 경험할수 있는 아주 작고 재미없는 일상들에서 벗어나 매번 새롭고 흥미로운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어찌보면 난 현실 세계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동네 지도를 그리자. 등의 모험가 흉내를 내었던 것은 선명히 기억난다.

그러한 관심은 중학교때 만화책을 통해 증폭되어 완전히 다른 세계에 빠져살게 되었다. 소위 오타쿠에 근접하게되었는데 그들과는 또 달랐다. 나는 나만의 기준에서 소수의 몇개의 만화책만 깊게 읽곤했다. 여전히 책도 많이 읽었다. 만화는 내게 종이에 옮긴 영화였고 영화 또한 간접 경험을 많이 준다는 면에서 내가 사랑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는 만화를 거의 읽을 수가 없었고 이때는 내 기준에 상관없이 친구들이 빌려온 걸 읽게되느라 관심도 없던 순정만화를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이쪽도 매우 재밌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하면 그 재미를 깨우치게되고 그러면 다 재밌게 느껴지는 것이다.
만화를 못읽게되었지만 책을 못읽게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서관은 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때부터 항상 내 가장 좋은 피난처이자 안식처이자 놀이터였다.
고등학교때 삼일동안 완전히 몰입해서 읽었던 나의 사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기억난다. 삼총사도 바로 읽었고 이때는 주로 영미 문학이나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다. 묘사가 섬세하고 갈등과 사건이 뚜렷한 이쪽 문학들이 나는 좋았다.
지금까지도 가장 가슴깊이 담아놓은 러시아 문학도 이때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나 카레니나(이건 대학때 다 읽은거 같기도)가 기억난다. 러시아 민중들의 멍청하면서도 순박하고 신의대한 믿음이 가득하면서도 투박한, 그들 농민들의 가난함과 힘듦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더 좋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로 문학을 읽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게 즐거웠던 것인데 비문학은 그러한 즐거움을 주지도 않고 딱딱하기만 하여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차라리 시를 참 좋아해서 많이 읽었다.

대학에 와서 내가 좀 달라졌다. 본 바탕은 달라진 것이 아닌데 세상에 드디어 관심을 갖게되었다. 항상 다른 세상을 꿈꾸다가 사실은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가장 흥미로운 존재이며 남이 아니라 내가 바로 이 세상 속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내가 처한 현실을 잘 알지 못한다면 나만 불리해질 뿐이라는 것도.

지금 뒤를 돌아보니 그랬던거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세상이든 환상세계든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좋았고 대학은 마치 갓 태어난 고래를 위해 펼쳐진 드넓은 바다와 같았다. 나는 정신없이 달고 맛있는 것들을 따먹느라 즐거웠다.

교양수업으로 심리학, 사회학, 스페인문학, 철학의 이해, 경제학 청강, 역사학을 들었다. 만화에 대한 수업도 하나 들었고 행정학은 더럽게 재미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내가 모든 학문을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도 배웠다.

이렇게 무언가를 배우게되면서 비문학을 접하게되었다. 교재 속에는 항상 뛰어난 과거의 학자들이 소개되어 이 사람들이 무슨 책을 썼는지 알려주는 데, 거기서부터 호기심이 생겨났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또 비문학을 읽게 되었다. 진짜 학자들은 어떤 패러다임을 제시하는지 읽어야 알수 있으니까.

비문학은 배움의 연장선이었다. 그래서 재미가 엄청 있지는 않지만 배움으로 얻는 흥미로 읽어나갔다. 다만 문학처럼 쉽게 넘길수가 없어서 일년에 읽는 책의 권수가 매우 줄었다(노느라 그런 것도 사실이다).

어렵게 읽어낸 비문학 책들이 알게모르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있을 따름이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배우고 싶은 것들, 알고 싶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다 내 것으로 하고 싶은 욕심에 문학을 읽을 짬을 못내고 있다. 그리고 읽고 싶은 비문학이 너무 많아서 문학을 읽으면 시간 낭비같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결국 나는 책과 함께 커왔고 결국 내가 존경하던 사람들의 공통점을 좋은 책을 써서 유명해진 사람들이라는 점, 진로 고민을 할때 아니오라는 답이 마음에서 나올때마다 결국 귀결되는 하나의 답은 나는 꼭 책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것이다...!

세상은 여전히 모르는 부분 투성이다. 과연 죽기전에 다 알수나 있을까? 알 필요도 없을 모양이지만 호기심을 잃는다면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게 세상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 신이 나를 세상에 내린 이유는 내 생각엔 이 책을 자신이 흡족하게 만들었으니 그가 사랑하는 내가 한번 잘 읽어보라는 뜻일 거다.
평생 독자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작가가 되어보면 얼마나 짜릿할까.

나만의 통찰력을 담아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에 대해 동의를 받거나 새롭다는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흥분될까!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내 꿈은 바로 책이다 라는 것이 나의 현재 결론이다. 또 바뀔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원동력은 이것이다. 나는 다음 단계를 책을 쓸 수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정할것이다. 나아갈 것이다.

여기서 내가 답해야하는 다음 질문은 무슨 책을 쓰고 싶냐는 것이다.

일단 그 것을 찾기 위해, 그리고 글쟁이가 되려면많이 써보는게 좋다는 생각에, 그냥 쓰는 것 자체가 사실 나는 상당히 재밌기 때문에ㅡ 이렇게 나 관찰일기를 뭔가 떠오르면 계속 써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형태없이 나열된 이 글조각들이 언젠가 엮어질 날이 오길 바란다.

플라톤의 향연에 사람의 사랑은 자신을 잉태하고 출산하여 이 세상에 다시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나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사랑은 글이다. 좋은 글이다. 나는 이렇게 나를 세상에 남긴다.

덧: 희망적인 사실은 글이라던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라던가 하는 것은 사실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것이 나타날 수 있고 내가 쓴 것이 백프로 찬성을 받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동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다.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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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책에서 얻은 생각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라는 EBS 다큐를 보았다.

설에 그걸 다 못본게 아쉽다. 곧 다 봐야지.


오늘의 키워드

매일 꾸준히 무언가 하기, 걷기 및 수영, 활동적인 일들,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 토론, 그러나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관련있는 것, 실질적인 것, 아무거나 던져서 찾아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 한마디로 귀납/연역의 과정 중에 연역?!


다큐 1부에는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가 진짜 제3자의 시각으로 담겨있었다

우리는 매우 불쌍하게 비춰졌다

그리고 어쩌면 원래 세상에 있는 청춘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다큐 2,3부를 연달아 보면서 하루에 무언가 꾸준히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매번 알면서 실천이 힘들다. 나는 상당히 규칙적이지 못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고 있는 듯 싶어 다큐에 나온 미션들을 나 스스로 수행하기로 했다.


사실 무척 좋은 미션들이다. 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말이다.

1차 미션은 하루에 1시간 걷기 또는 30분 뛰기 또는 윗몸일으키기를 1주일에 5회 이상 하기 이다.

즉, 꾸준히 운동을 하는 건데 이건 내가 항상 내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2가지 중에 하나이므로

(다른 하나는 영어느님이다^^)

흔쾌히 시작했다.


이 영상을 본 바로 다음날인지 당일인지가 일요일이어서 당장 자전거를 타고 1.5시간을 달렸다.

어쨌든 꾸준히 유산소를 하리라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주아주아주아주 강추위인 영하 10도를 찍는 날인데도 아주 흔쾌히! 역시 이 모든 게 나 자신을 위함이기 때문인가? 조금의 마음 속 망설임이 있었지만 어쨌든 실행하니 어렵지 않았다.

1시간 딱 한강 서래섬 돌고 집으로 걸어왔다. 좋다. 이렇게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울 시기에 육체를 가꾸지 못한다면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나아가 노년기의 나 자신에게 무척이나 미안할 것이다.

나는 젊음이 충만할 때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요즘 안과를 알아보고 있다. 안경을 좋아하기는 하나 나는 안경을 벗고싶기도하다.

안경은 여기서는 논외이니 나중에 쓰도록할.......지도?


걷는 다는 것은 발에 자극을 주며 이는 대뇌 활동을 촉진시키는 활동이라고들 한다.

또한 걸을 때에는 나는 스마트폰같은 기기를 다루지 않으므로 온전히 나 자신으로 침잠할 수 있다.

이렇게 내 삶 속에서 나 스스로의 생각에 잠기는 경우는 걸을 때, 샤워할 때, 피아노 칠 때 같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다.


걸으면서 생각을 해봤다.

벌써 1월이 다 지났고

내 안의 나와 말을 튼지도 거진 1달이 되간다.

그럼에도 사실 상황이 표면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우선 내 삶의 방향은 잡았다.

나는 50대 때 책을 쓸 것이다. 그것도 세상에 관한 책을. 반드시.

그리고 그 책에 대한 내용으로 강연을 다닐 것이다.

여기까지 잡은 뒤에 어떻게 쓸 것인지. 그 사이의 과정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무슨'책을 쓸 것인지를 잡지 못했다.

또 미루고 있던거 같기도 하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문제에 접근할 생각을 하지 않아왔다.


항상 무언가 일을 만들어내고 그 일에 매일매일 집중하면서 커다란 도화지 전체를 보는 일들을 겁내 하고 있었던거 같다. 왜일까? 이미 실패한 거 같아서일까 불가능 할 거 같아서 일까 무서워서 일까.

뭐 이유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작하자 좀.


삶과 세상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방대하고 탐험할 것이 많은 책을 두고 모든 것을 즐기고 경험하겠다는 나의 삶의 모토는 지금 사실 좀 수정되어야 할 것같다.

지금이라는 말은 이 20대 때를 말하는 거다.

정말 삶은 짧고 내가 이 세상의 정말 모든 것을 다 경험하는 것은 수명 때문에라도 불가능하고, 설사 가능하더라도 다 경험할 필요까진 없을 성 싶다. 아, 사실 다 경험하면 재밌을 거같다. 그러나 역시 시간이 문제이며, 그러므로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재밌는 것,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해내야한다. 이 짧은 나의 삶속에서!!!!


그래서 뭘 하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될까를 이제 찾아야 할 때이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다는 걸 이번 명절에깨달았다.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사촌동생이 수학 문제로 끙끙대는 걸 도와주느라 못읽었다.

근데 그게 훨씬 훨씬 무척이나 더 재밌었다. 내가 더 신나서 수학을 풀었다. 아주 예전에 배웠던 공식이 기억이 안나서 네이버에 검색까지 해서 증명하고, 설명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을 유도해 주었다.

문제를 푸는 것도 즐겁지만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걸 남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요즘 하는 번역알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았다.

이 알바는 상대적으로 '과외'라는 다른 알바와 비교해서 나에게 무척 큰 스트레스를 준다...!

시급은 계산해보면 사실 더 쎄지만,

나는 사람과 interaction하는 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학회 활동과 과외 그리고 이 번역일을 통해 깨닫고 있다. 


애정결핍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로  사람에 목말라하는 나자신이 어쩌면 사실 애정결핍적인 모습이 아닐까하고도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사람과의 관계가 무척이나 즐거운 것은 사실인 거같다. 그게 나의 특성인 것 같다.

특히 하나의 공통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다같이 머리 싸매고 토론하는 것이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즐겁다. 정말 즐겁다. 심지어 최재천 교수님의 자서전에 그런 이상적인 토론의 장이 써져있던거 하나 만으로 나의 진로를 정한 적이 있을 만큼!


그래서 나는 학자가 되고 싶었다. 동료들과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듣고 배우고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고!

근데 막상 가보니 어땠는가?

내가 토론을 좋아하는 것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고

대학원에 대한 간접경험도 정말 학부연구생으로 계속 해왔다.

나름 미국 대학원 3군데를 포함하여 많은 대학원 연구실의 모습을 봐왔다.

그랬더니 어땠던가?

그 어느 곳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존경해마지않아서 뵙자마자 눈물이(!)나오던 최재천 교수님의 연구실에 방문했을 때조차 그랬었다. 나는 여기는 가지 말아야지 -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내 안의 내'가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게 한 걸까?

그걸 걸으면서 또 생각해보았다.


사실 이건 굉장히 내 삶을 관통하는 큰 질문이다.

내가 버틸 수 있는데 버티지 못한 걸까?

작은 것에 초점을 맞춰서 큰 것을 잃는 선택일까?

내가 사실은 과학자가 될 사람이 아닌 걸까?

나는 무슨이유로 그랬던 걸까?


여전히 미래를 그릴 때 학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

이 문제는 지금 당장 나에게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관련있는 것, 실질적인 것, 아무거나 던져서 찾아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 한마디로 귀납/연역의 과정 중에 연역?!

라고 위에 키워드로 쓴 것이 오늘 산책에서 얻은 답이다.

이 뒤로 더 생각해봐야한다.

돈이나 부가 내 삶의 지표가 아님은 학회활동을 통해 명확히 깨달아가고 있다. 

물론 돈의 맛은 엄청나게 달콤하다.

그러나 식상하긴하지만 역시나 삶의 선배님들이 항상 말하셨듯이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왜 농학, 공학이 싫고 생물학, 특히 그 중에서 진화학과 생태학을 좋아했는지를 생각해보자.

나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고

세상이 왜 이모양으로 생겨먹었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했다.

지난 20여년간 얻은 결론은 세상엔 '답'이란 없고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다-라는 내가 중학생때 깨달았던(인간은 해석하는 동물이다-라고 정의했더랬다) 진리이며, 이를 다시금 깨닫는 돌아오는 과정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거시적인 것들에 관심이 간다.

DNA가 뭐 어쩌고, 암세포가 어쩌고 하는 것들에는 관심이없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은 매우 소중하지만 나는 여러 생명을 돕는 일이 더 '재미있다'.

개인적인 취향인 것이다. 무엇이 더 낫느냐고 말하지 않겠다.


내가 '할 수 있는'일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하라는 말이 있었다.

나는 이제 또 어떤 나를 향해 갈까. 멈추지말고 계속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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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투영해서 비춰지는 나

대화의 말미가 씁쓸하게 남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대화를 곱씹어보게되는데 대부분 씁쓸함의 이유는

'내가 그 말을 하면 그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했을 텐데!'하는 것이다.

 

그런 오늘을 다시 생각해보니

'말을 쓸데 없이 많이 했다'

'인정받으려고 자랑처럼 했다'

'나를 너무 과시하는 모습을 보여 오만하게 보인 것 같다'

'어린아이에서 아직 못벗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내가 성숙해졌다면

구지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말을 해서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심지어 속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러니까 내가 참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니?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에헿

근데 생각해보면 상대방은 자기도 말을 많이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다지 내 말을 귀담아 안 들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얘가 행복해하고 있구나 했을 수도 있다.

결국 모르는 거다 ㅋㅋㅋㅋㅋㅋ이제 이 사실을 아니까 이 씁쓸함은 결국 내 자신의 기준점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말은 너무 많이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내가 진심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과장되게 말했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말을 꺼냈는데 인정받았는지 몰라서 전전긍긍한 것이다.

'내'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게 결국 부끄러운 것이다.

심지어 '내'가 잘나서 지금까지 좋은 일들이 일어난 것처럼 여기고 왔었다.

 

마지막 줄은 사실 부끄럽게 여기진 않았는데,

그 '나'의 잘남을 자신감의 근본으로 삼게된다면

'내'가 낮아지게되거나 힘들거나 아픈 순간에 기둥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들 더 큰 존재에게 감사를 돌리는 것 같다.

이런 점은 나도 고쳐야할 것이라고 생각들었다.

 

보다 더 씁쓸함의 원인이었던 건

껍데기의 내가 엄청나게 동경하고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친구를 오랫만에 만나서

'나도 이만큼 컸다'고 인정받고 싶었던 내 자신이다.

 

이제 남에게 비춰지는 나를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해버렸다.

아마 친구는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고있다.

'내'가 그런 내가 싫었다.

그래서 마음에 켕긴 것이다.

너와 내가 오늘 만나서 서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면

각자 '오, 너는 행복하구나! 참 좋다!'하고 끝내면 되지

'내가 행복하다는 걸 너가 알아줬으면 해'

마치 페이스북 처럼!

............그런 것은 절대 전혀 필요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인데

그 행복이 남의 인정으로 얻게 되는 것이라면, 오늘처럼 아무 인정 못받은 나는 행복하지 않은가?

아니잖아!

절대 아니다. 행복은 내 안에만 있는거니까

그걸 다 알면서 왜 껍데기처럼 나는 남에게서 내 행복을 인정받으려 한건지

하는 생각에 씁쓸했던 거 같다.

좀더 생각하고 말하기

좀더 나 스스로의 감정과 목소리를 듣고 말하기.

그리고 기왕 말해버렸으면

그냥 그랬었구나,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

 

그리고 진짜 내가 행복하다면

저렇게 말하는데 씁쓸할리가 없다.

지금 나는 꽤 행복한데, 아직 더 갈길이 멀다.

 

오늘의 불안함은

나는 더 미루면 안된다와

나는 꿈은 큰데 세상엔 더 대단한 사람들이 많고

나는 게으른데 해야할 일이 많고

겁이 조금 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작년의 나보다는 훨씬 훠얼씬 낫다

아주 많이 좋다.

행복이 흘러넘치는 그 친구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

이 글을 쓰면서 나자신을 바라보는 이 지금이 매우 달콤하다.

 

음, 달콤쌉쌀하다. 아주 좋다.

 

언젠가 내가 꾸는 꿈이 이루어져 이 글들이 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손이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내안의 나를 바라보는 세상이 다가오기를.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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