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2

#아침

늦잠을 잤지만 나 자신을 질책하지 않았다. 이불을 감촉이 좋다는 것을 한번 느끼고 오래 자서 등이랑 목이 좀 아프다는 생각을 한 다음에 스스로에게 더 눕고 싶은지 아닌지를 물어봤다가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일어났다.

좀 더 현재에 충실하려고 다른 생각을 덜하다 보니까 저절로 스마트폰의 중독에서도 벗어나고 있는 것같다. 좀 더 '생각'이란 걸 하게 되면서 예전의 명민했던(?)나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좋다.

가족들이 있든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혼자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예전에는 엄마가 '잘했네'하고 칭찬하는 걸 듣기위해 엄청 노력했던거 같은데

오늘 내가 스스로 필요하고 즐겁다고 생각해서 화분에 물을 준 뒤에 엄마한테 칭찬 받은 다음에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다.(기쁘지가 않았다)

이런 나 자신을 보면 정말 나 스스로를 위한 삶이 필요하다. 엄빠를 위한 삶은 소모적인 것이다.

 

아침에 뇌가 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에 아침에 우선 이렇게 글을 쓴다. 아침에 글 쓰는게 더 좋은 것 같다. 밤에는 쓸말은 많은데 정리는 안되고 너무 많은데 피곤하다 보니 쓸 엄두가 안나서(그리고 보통 쓰기 시작하게 되면 온갖 말을 다 쓰다보니 자는 시간이 늦어진다 = 부담이 된다) 아예 안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잠 들기 전에 모니터를 장시간 쳐다보는 것도 싫고 말이다.

 

#오후

점심 먹고 날씨가 너무 좋아 나들이. 물론 집에 있어도 좋지만 집에선 강제적으로 TV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점이 내게는 매우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햇살을 받으며 뒷산을 거쳐 카페를 찾아가는 길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현실감'있어서 좋았다.

걸으면 생각이 더 잘 나고 정리가 잘된다는 것에 항상 동의한다. 난 걷는 것이 무척이나 매우 아주 참 좋아.

 

카페에서 1시간밖에 못있었지만 딸기 쥬스도 맛있었고 옆 테이블에 새로 가수가 될 가수지망생계약과정같이 흥미진진한 일이 있었지만 내 일에 집중하려 했다. 지두력을 정리하고 내 삶에 대한 문제제기와 가설설정을 하려는 시도였다. 결국 제대로 된 것 없이 끝난 것이 이전과 같다. 실은 내 안의 내가 거부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역린

오랫만의 영화. 사극은 원래 좋고, 배우들이 죄다 멋지고, 나를 울리는 깊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 부분이 좋았음. 영상미도 좋았지만 너무 영상미에 치중한 느낌..음..

 

#엄마

여행 다녀온 뒤로 엄마가 무척 밝아져서 기분이 참 좋았다. 전 같으면 비꼬았어도 남았을 텐데 부드럽게 말해주고 뭐든 괜찮다고 하고, 상냥해진 느낌이다. 엄마가 걱정 근심이 없어진 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밝음, 기쁨, 즐거움, 행복 같은 것들이 엄마의 표정에서 우러나오고 그것이 나를 매우 행복하게 해줬다.

그랬는데 동새이 컴퓨터 연결 선이 없어졌다고 하기 시작하면서 약간 틀어진 것 같다.

모든 근심 걱정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만 있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정작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연결선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여러 얘기가 나왔는데 엄마가 한달 전 쯤에 각 방의 전선을 직접 정리하신 걸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데 본인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 것이다. 진짜 잡아떼는 것이 아니라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엄마의 기억을 상기시키려고 직접 보여드리기도 하고 말로도 유도해보았지만 오, 엄마는 모른다.

있었던 일을 아예 통째로 존재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바보같이 치매생각부터 났다. 게다가 엄마한테도 그런 티를 내버렸다.

엄마는 안그래도 걱정을 안고 사는 사람인데 괜히 겁을 준 것 같아 미안하지만 갑자기 내 스스로부터가 엄마가 치매면 어떡하지 하면서 온갖 걱정이 생겨나고 마음이 무거웠다. 기우가 아니다. 엄마는 재작년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심각하게 높기 때문에 혈관성 장애가 일어나기 쉬운 상태로(대체 자기 몸이 어떤 상태인지는 알고 있는 걸까 .... 생물학을 전국민이 반드시 배워야한다. 진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몰고올 수 있는 엄청난 결과들을 다 알고 책임 져야하는 것인데 알지도 못하고 괜찮다고 치부해버리다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약 처방도 거부하고 (약의 부작용 때문에) 식이요법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 엄마는 자기가 죽으면 어떻게 어떻게 해라라고 말은 하지만 남은 가족인 입장에서는 두눈뜨고 그냥 엄마를 보내는 것은 바보멍청이 같은 짓이라고 생각된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내 몸'이었다면 난 식단도 엄격히 지키고 약도 먹고 병원도 다니면서 몸 관리할 것이다 ....자기 몸인데 어떻게 저렇게 내팽겨쳐버릴 수 있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내 잔소리와 내가 병원에 데려가는 일도 해보았지만 모두 들어먹지 않고 엄마에게 쓸데 없는 걱정을 안길뿐인것 같다. (진짜 돈이 있어도 쓸줄 모른다는 생각이..)

엄마가 치매면 어떡하지, 엄마를 보살펴야하는 사람이 있어야한다는 생각과 내가 그럼 당장 돈을 벌어서 치료비를 대야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어제 사온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엄마가 치매면 한 글자도 안 읽힐 것 같았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이 사실 엄마가 치매든가 암이 든가 상관없이 생각해보니 '나'의 본질은 그대로 변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그대로니까. 글을 쓰다보니 또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나 이지만 엄마가 지금 이시기에 이상해지거나 없어진다면 나에게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 같다. 평화라는 것은 정말 일 순간에 부서지기 쉬운 것 같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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