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나이많은 분들과의 대화

한 사회학자가 수많은 노인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으면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여겨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것들을 책으로 썼다.우리나라에서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읽고보니 과연 나는 삶의 지혜를 가진 이런 분들께 얼마나 대화를 해왔는가 싶었다. 그 뒤로 할아버지댁에 갈때마다 혼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는 뇌졸증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신 뒤 친척들 사이에서 유령같이 되버렸다. 명목은 할아버지 생신 잔치로 모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혼자 식탁에서 휠체어를 타고 정해진 음식만을 드시다가 침대에 누우신다. 인삿말외에는 대화해주는 사람도 없고 할아버지의 힘없는 말은 가끔 입밖으로 나와도 허공 속에 흩어져 아무도 못듣는 듯 하다.

진로 고민을 하고 있던 나는 그냥 내 주변의 선배들에게 하듯 할아버지한테 어떤 삶을 살면 좋은지 할아버진 어떻게 직업을 고르셨는지 등을 물어봤다.

어차피 피상적인 드라마나 여행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남자들의 시황분석같지만 실은 다들 어디선가 듣고 하는 이야기들 이런 껍데기뿐인듯한 - 사실 아무도 그다지 크게 흥미를 갖지 않는 듯한; 아니면 나를 제외하고 다들 좋아ㅏ는?- 대화는 재미도 없었기에 할아버지 방으로 갔다.

할아버지랑 천천히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듣게 되었고. 내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지도 새삼 알게되었다. 일제강점기, 6.25, 빨치산, 군사정권 등 격동적인 역사를 살아온 할아버지는 본인 스스로 얘기하시면서도 내가 이런 시기를 겪었구나 하고 새삼 되돌아보시는 듯 했다.

내 뿌리를 되돌이켜 본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당시에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면서 자리를 잡으신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입장을 생각해보면 지금 내 comfortable zone을 벗어나기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돌이켜 보게됐다.

6.25발발 당시 서울에 학생으로 계셨던 할아버지가 사촌동생이랑 9일을 걸어서 강원도로 간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나라가 전쟁을 끝낸지 서너 세대밖에 지나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 실감이 난다. 진짜 역사 속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란 걸. 그리고 그걸 겪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할아버지는 다른 것들 보다도 자식들이 어릴 적에 어땠었는지랑 고향에 대한 것들을 얘기하고 싶어하셨다.

유명인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온걸 두번씩이나 놀랍지 않느냐고 얘기하시는 모습은 내 친구들이랑 다를바가 없어서 다시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일가친척 어르신들이 모여 농담따먹기를 하거나 즐거운 대화를 하다 밝게 웃으시는 얼굴을 보면 노인이든 중장년이든 그 속에 십대, 이십대 청춘 시절의 얼굴이 보인다. 심지어 정말 내 또래 애처럼 보이기도 할 때도 있다.
예전엔 부모님의 그런 애같은 면모를 보면 실망스러웠는데 이젠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좋다. 뭔가 나도 어른이라는 밥상에 숟가락을 놓는 나이가 되면서 느껴지는 책임감이라던가 나잇살 해야한다는 압박에서 슬그머니 면죄부를 받는 느낌이다. 사실 누구나 애같은 모습이 있는거라고. 그러니 나도 괜스리 엄숙한 척, 있는 척, 근엄한 척할 필요 없다고 말이다.

할아버지랑 대화하는 것은 친척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인 일이고 나도 이전까진 하질않던 일이라서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가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모습을 친척분들은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았고 할머니는 나더러 딴방에서 놀라고 했다(왜 대화를하면 안되지? 힘드신가?).

나와서 큰이모랑 얘길하게되었다. 이제 예순즈음에 계신 이모님은 나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흥미롭게 들으셨다. 할아버지의 짧은 대답속에 숨겨져있던 여러 비화들도 더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결국 지금 삶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 대한 것일 때 가장 재미있고 귀기울여지는 것이다. 할아버지를 보는 이모는 연민에 덧붙여 우려까지 담겨있었다. 치매라던가 죽음이라던가. 이미 한 분을 보내드린 적이 있는 이모로서는 당연히 생각나는 것일진도 모르겠다. 게다가 본인 스스로가 삶의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느끼고 늙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나이 이기에 더욱 그런 것일까.

이모에게 삶에대해 물어보았다.
느낀 점 한가지는 삶은 매우 짧고 순식간이라는 것.
두번째는 매일 꾸준히 무엇인가를 쌓아올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것.
소모적인 활동만 해와서 삶을 돌이켜 볼 때 후회가 남는다고 하셨다.
좀더 영리하게 살아오지 못해서 후회가 남는다고 하셨다.
돈을 엄청 많이 벌지 못해 노년에 하고싶은 걸 다 하지 못해 후회스럽다고 하셨다.
어릴 적엔 자신이 무언가 대단한 인물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저 자신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오니까 이렇게 되어있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직장과 젊었을 때 돈을 많이 벌어두라는 말은 내겐 좀 어불성설같긴했다만.

내 삶의 태도를 더 강화시켜주는 대화였다.

내 삶에 대한 태도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선택에 직면했을때 가장 최선만을 선택하고 선택 후에 그것을 이해하고 후회하지 않아야한다. 그래서 삶을 다 지나와서 돌이켜봤을 때 나 자신이 무엇을 이뤄냈느냐를 보기보다는 나는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삶을 이끌어 왔느냐를 봐야할 것이다.
그런 가치관 하에 지금까지의 나의 삶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만족스러운 점도 참 많다.

후회스런 일들은 좀더 용기를 내서 할 수 있던 것들을 마음 속에 나만의 제한선을 두고 하지 않았던 것들, 그래서 새로운 기회를 잡지 못한 것들이다.

만족스러운 일들은 남이 아닌 나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선택한 일들을 해냈던 것들이다.

아쉬운 일들은 이루고 싶고, 갖고 싶고, 해내고 싶은 것들인데 노력을 하지않고 여전히 미루고만 있는 것들이다.
이 아쉬운 것들은 시간이 흐른 뒤 후회스런 것들이 될테니 현재에 좀더 충실하자.
그래서 모바일로 손가락이 아픈데도 이 글을 쓴다. 나는 언젠가 책을 쓸 몸이시니까. 하루라도 더 글을 써야한다.

이모와의 대화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미루지 말고 먼저하자,
생산적인 일을 꾸준히 해서 나 자신을 쌓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한다,
인생은 순식간이다,
나 자신에게 제한을 두지 말자,
큰 도전을 꺼리지 말자

등을 떠올렸다.

이모는 어땠을까
사실 내 생각에 60도 늦은 나이는 아닌데 말이다. 삶은 죽는 그 순간까지 성장이고 배움이고 변화이다.

#취업과 면접, 기업에서 바라는 인재와 인적자원 스스로가 가치를 높이는 길은 무엇인가에 대한 글
#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직업인 언론과 대중매체에 종사하시는 분들 중에서 사회적 통찰을 가지고 글을 쓰는 분이 적을 까에 대한 고찰
#너도나도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정말 똑똑하고 예리한 사람들이 많은 데 정작 내가 생각하는 그런 구루가 되는 사람은 왜 적을가에 대한 글


이 세가지도 써야하는데 오늘은 정말 손가락이 아프다.

컴퓨터 받는 대로 업데이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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