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뱃살 먹은 날

매일 주어지는 24시간에서

꼭 있으면 하는 건

최소한

6~7시간의 단잠과

1시간의 벅찬 운동과

1시간의 독서 그리고 명상과 글 쓸 1시간이다.

 

합치면 약 10시간이 필요한데 여기에 운동한 뒤 샤워를 하고 식사 세끼를 챙겨먹는다 치면 2시간이 더 들어간다(최소)

이렇게 해도 12시간밖에 안된다! 그러면 나머지 하루 반나절은 공부나 일이나 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동시간이라던가 뭐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이라던가 음악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루가 넉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운동할 시간은 커녕

일하고 스터디 다녀오면 하루가 끝이다.

 

그래도 학우들이랑 스터디하는 그 시간이 너무 삶의 활력소가 되어줘서 멀고 오래 걸려도 간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아서 이다.

 

처음 아주 초반에는 날씨가 화창해서 기분이 좋았다.

말초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때 나는 가장 쉽게 행복해지는 듯.

 

하지만 근원적인 불안,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피상적인 것이다.

 

명령조로 나의 자유시간을 구속하는 팀장님에게 (당연히 할일을 하셨을 뿐인데) 분노가 일었고

그 분노(누군가 나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내가 왜 이런걸 당하고 있는가?'하는 물음으로 이어지는데 그에 대한 답이 없어 자괴감+혼란+도피 로 기분이 다운되었다.

 

점심으로 참치뱃살을 먹으며 한 대화에서

내 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뒤 들은 피드백이 '나는 근데 그 꿈이 확 와닿지 않는데?'였던 것,

그리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오는 타입이네요?'하고 내 약점을 꼭 짚힌 것.

그 두 가지가 너무 찔려서

내 스스로가 약점이라고 생각 한 것들이 남한테 드러난 느낌이라

내 안의 비판자가 아주 신나서 계속 불안한 말들을 속삭였다.

"책을 쓴다더니 말도 생각없이 하는 인간이 무슨 책"

"넌 그렇게 사는게 어울려, 그냥 하등하게 시키는 일만 하고 생각없이 헤벌레 하는거"

"꿈이 아니고 그건 그냥 동경이야. 너가 갖지 못했기 때문에 갖고 싶은, 그러나 너의 본성과는 거리가 멀어서 절대 될 수 없어"

"될 수 있다면 왜 지금껏 그렇게 구체화 시키지 못한건데?"

"너 자신도 꿈에 대해 말하는데 확신이 없고 가슴 두근거림이나 내가 정말 그런 미래가 오면 행복하겠다하는 마음이 안들지 않았어?"

 

중간에 다른 분이 "꿈을 일찍 정한 사람은 집중력을 분산시키지 않아서 나중에 잘못된 선택임을 깨달아도 뭔가 이뤄낸 게 있다"고 했을 때

내 대학생활 전체가, 내 현재 위치와 상태가 다 잘못된 것이 되버린 듯 해서

거의 그런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괴감 들었다.

 

나는 뭘 하고싶은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고, 내가 하고싶다고 말하는 것도 한다고 행복한 거 같지도 않은 채로 그나마 뭔가를 하고 있기는 한데 뛰어나게 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하나에 집중하지도 않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매우 안좋았다.

교육때 들은 데로 기분이 안좋아지면 해마가 일을 평소처럼 못해서 그런지, 일이 손에 안잡히고 견디기 힘들었다. 일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이다.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있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세가지에 답을 찾는 것.

아니면 내가 답을 정하고 무작정 달려가는 거.

그게 필요하다. 나는 불안해하고싶지 않고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고 싶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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