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찬양하고 있으므로 더 말은 않겠다

다만 내가 본 이 엄청난 영화에 대한 나만의 느낌을 조금 남길것이다(스포주의)

 


나는 지극히 이 이야기를 생명의 탄생으로 보았다.

그래서 더 먹먹해고 더 아름답고 더 눈물이 나왔다.

처음부터 조난당해 우주에서 떠도는 장면을 기대하고 있으려니 바로 뜸들이지 않고 라이언이 패닉에 빠졌다.

그녀의 숨이 가빠지고 화면이 어지러워지고 고요하기만 하던 우주가 소음으로 채워지면서 나도 초조함 두려움 불안함에 빠져들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우주에서 자살하는 것을 상상해왔다.

시시하게 죽는 것 말고, 인간의 한계점인 우주라는 공간에 끝없는 끝을 향해 내 몸을 날아가도록 해두고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말이다. 날아가면서 토성 고리도 보고 혜성도 보고 하면서 막막한 공간 속에서 조용히 죽어가는 것이 인간 영웅의 일이라 생각했다. 아주 멋지다고.

오늘 영화로 그 꿈은 통째로 지울거다. 그건 멋진게 아니라 참을 수 없이 고독하고 슬프구나.


맷과 함께 유영하면서 지구를 추억하는 장면에서

지금 내가 지루해 미칠것 같이 느끼는 일상들이 사실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떠올렸다


그 검고 고요한 우주 속에서 감독은 이런 말을 하고싶었을 것 같다. 삶이란?


그랑블루에서 자크는 심해를, 그 고요함과 신비로움을 사랑한 나머지 삶의 끈을 놓는다.

그 모습이 그래비티의 라이언과 겹쳐보였다.

삶의 희망을 다놓은 순간 나타난 맷이 그녀에게

우주가 좋지 않냐고, 너를 다치게 하는 사람도 없고, 힘든 일도 없고 고요하게 감싸안아주고 모든 걸 떠나올 수 있어서 계속 머물고프지 않냐고 말이다.

그 전 장면에서 힘겹게 들어온 우주선 속에서 그녀를 싸고있던 우주복을 다 벗어던지고 태아의 모습으로 산소 속에서 안도하게 되는 모습이 자궁속의 태아를 연상시키도록 의도한 감독은 아마 그 다음 질문에서 이렇게 물은 것이 아닐까.

"그냥 엄마 뱃속에 있고 싶지 않니? 무섭고 너를 다치게 하는 세상에 나가지 않아도 돼. 선택은 너의 몫이야."

아마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진 듯하다. 

그러나 살아가려면 그 밖으로 나와야한다.

딸의 죽음으로 삶의 열정을 잃은 듯한 ㅡ 아무도 그녀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지도, 그녀를 위해 슬퍼하지도, 그녀를 위해 기도하지도 않고, 심지어 그녀를 생각하며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조차 없는 ㅡ 그녀는 살기로 한다. 살고 싶어한다. 

영화 초반부터 자신이 누구 인지 밝히기 전부터, 그녀는 낯선 상황들 앞에서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일념하나로 버티고 또 끙끙대고 해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딸을 만나겠다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이 슬프지만 이해 되는 것처럼, 생존에 대한 본능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나서 가장 강렬했다.

아무도 나를 생각해주지 않아도,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해주지 않아도!

나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그게 사람의 본심아닐까.


그렇게 해서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희망을 끈을 강하게 붙잡고 끌어서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바로 그 장면에서

나는 펑펑 울어버렸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삶을 향해, mother earth를 향해 날아가는 수 많은 잔해와 파편들이

노랗게 빛을 내며 장관을 이루는 것이 마치 정자가 모든 에너지를 발하면서 난자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가운데 단 하나만이 '나'를 태운 것이다.

산화되는 바깥 열기와 정신없이 흔들리는 그 속에서

이제 삶을 강하게 원하는 자신을 자각한 라이언은 말한다.

이 여행의 끝이 될 수 있는 건 딱 두가지다. 살지 아니면 죽을지.

다만 이번 여행은 아주 wonderful한 여행이었노라고.


마치 삶이란 그런 것이지 않는가.

결국 자궁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가지는 운명이란 살거나 또는 죽느거나이다.

우리는 모두 매일 살거나 또는 죽거나 하는 삶을 살아간다.

다만 이 삶이 아주 멋진 여행이었노라라고 말할 수 있다면 되지 않을까.

마치 천상병시인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가서 즐거웠노라

라고 했듯.

 

 

나를 해칠 사람들이 가득한, 나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그렇지만 내가 그토록 열망하고 염원하는

'삶'으로의 여정

자궁에서 태어나는 아이와 산모가 겪는 그 고통처럼

대기권을 통과하고

그녀는 마침내 MOTHER EARTH의 품으로 떨어진다.

삶과 생명의 근원인 우리 지구의 물로 떨어진다

그 물 속에서 다시 새로 태어난 새생명처럼 무거운 문명의 옷을 벗어던지고 자연처럼 맨 몸으로 떠올라 숨쉰다.

마침내 다다른 땅에서, 영화에서 이 마지막에서밖에 나오지 않는 어머니 자연의 흙위에서

갓태어난 아기처럼 간신히 기어올라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장면들로 채워져 나를 압도했고,

삶의 탄생, 삶에의 의지. 이 두가지가 중첩되어 내 삶이 너무나 가치있고 소중해져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맷의 말대로 그녀는 두발로 일어섰다. 마침내 그녀의 힘으로 일어서서 걸었다.

 

더 이상의 감상이나 감동이나 감성적인 말은 필요 없는 것 같다.

그냥 이 영화, 한번 더 보고 싶다.

 

3D로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덧붙여

이 모든 걸 봤음에도, 지구와 나의 삶을 사랑함에도,

우주에 나가보고 싶다.

지구의 아름다움을 더 느끼고 싶어서.

 

 

 

 

***짧은 감상 요약


결국 어떤 이야기를 지닌 사람이라도, 아무도 나를 위해 울어주지 않는다 해도,
고독하고 광활한 우주 속에서 홀로 죽으라면
네, 죽을래요 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고싶다'
삶에의 열망이 뜨겁게 타오르다 터져버리며 그 속에서 촉촉하고 따뜻한, 그런,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가는 그 모습이
정말 먹먹하고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지구와 지구의 푸르름과 생명들과 Mother Earth가,
그녀가 그토록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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