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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다이어리 다 읽으면서

싸이월드 다이어리 다시 읽으면서


(나는 예전 필력이 더 좋았다)



1. 대학 초반 때 정말 노는 것만 좋아했구나

그런데 정말 순수하게 즐거워했다. 그런 순간들이, 젊음의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이 내게 축복이라 생각한다.


2. 나는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고 감동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3. 나는 생각하고, 질문하고, 정리하고, 논리 정연하게 사고하는 것을 좋아한다.


4. 나는 생태학을 정말 재밌게 공부했다.


5. 나는 남들과는 '멋진' 인생을 살길 꿈꿨기 때문에 '취직'하기 싫어했고, 암기를 싫어해서 의/약업을 가지 않았다.


6. 내가 유럽에 워크캠프 가게 된 것은 내가 내 인생을 설계하라는 하느님의 뜻인 것 같다. 운명이다.


7. 고등학교 때는 학교가 너무 제한된 공간이라 교사가 하기 싫고 교수가 하고 싶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교수도 그냥 학교 연구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이런 저런 팀과 맡는 통계학이나 경영대가 아니라면? 그리고 세계적인 학회를 다니거나 애초에 돌아다니고 사람만나는 것이 전공인 교수들을 제외한다면! 즉, 모든 교수가 다 똑같은 건 아니다.


8. 나는, 23살의 나는 모든 것을 다 짊어질 작정으로 생태학 교수가 되고자 했었다. 비장했다. 큰 학업을 이루고자 했다. 꿈을 먹는 삶을 지향했다. 그리고 어른이란 자신의 선택의 집합체라고 했다. 지금의 나는 내 선택들의 결과이고, 이게 내 가치관들이다.휴


9. 만약에 내가 노는 것에 맛들리지 않았더라면, 조용한 소도시에서 학자로서의 기쁨만으로도 삶의 행복을 찾았을까? 욕심없이 평온한 삶에 만족했을까?


10. 대학 학부생활이 행복했던 이유는 '아기 때 처럼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11. 2009년 1월의 일기 - "새로운 해, 새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그 어느때더라도 두근거리고 기대되는 일이다/ 내가 8살 때도, 12살 때도, 18살 때도, 20살일 때도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앞으로 20살, 50살, 72살이 되더라도 그럴 것처럼/ 21살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또 어떤 가슴벅찬 일들이 나를 기다릴까"

이런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게 언제부터였을까


12. 지금의 나에게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점들은 20대 초반에도 그대로였다. ㅋㅋㅋ

-언행일치, 시간관리, 자존감, 오지랖 줄이기,


13. 첼로, 이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내 젊음에 미쳐서 즐겁게 했던 것.


14. 살아가면서 철학자의 책은 매년 한권 이상 읽자. (장 그르니에 '섬', 플라톤 '향연)

     비문학만 주구장창 읽지 말고 소설도 꼭 읽자.


15. 나는 언제나 '사는 건 재밌다'를 모토로 살아온 듯.

"솔직히 말하는 건데/ 재미없는 드라마 보느니/ 내 삶을 들여다 보는게 훨훨훨씬 재밌을 거다/.../난 이걸 코미디 로맨스 휴먼 드라마로 끝내고 싶다/ 끝마무리는 해학적인 웃음으로?ㅋ/ 응응 그랬으면 좋겠다"

-죽는 날까지 유머 잃지 말기


16.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가, 여러분이 제 인생에 온 것이, 내 생애 선물인걸요. 라고 진심으로 말했다니. 순수한 나는 어디로!


17. "무엇이 내 영혼을 위한 길일까"

-나는 2009년부터 "나를 찾고 싶다. 나를 정말 만나보고 싶다"했구나....


"지금 나는 눈앞의 부러움보다는 내 인생이라는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그 하나가 간절하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가슴 두근거린다. '나'라는 하나의 우주가 이제 막 모양새를 잡아가는 것이다"

-21살의 나에게 미안하다. 아직도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고, 그 당시에 꿈꾼 '성장한 나'는 없고, 졸부같은 나 부스래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서.



"얼마전에 ㅂ언니가 나한테 지나가는 말로 '너는 삶이 즐겁니?'

내 대답이 '저는 지구가 돌아가는 게 너무 좋아요!'라고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스스로가 놀랐다

역시 나는 이 세상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그리고 그런 내 자신이 또 좋아졌다.


나는 지구가 돌아가는 게 너무나 좋다.


그 지구가 돌아서 우리모두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나와 이 글을 읽는 너와 내가 아는 모두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


두서없는 일기지만 나중에 읽을 나를 위해서 쓴다."


- 그날의 나에게 감사한다. 진심으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가슴에 눈물이 가득 차오른다. 이 시절의 나처럼 생각하는 것을 간직하고 싶다. 갑자기 내 주위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희망에 찬 듯 느껴진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이 난다. 나는 삶과 세상을 사랑해왔다. 잊지말자.



18. 어릴 때 꿈꾸던 미래의 어느 날의 나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흐를 것'이었는데, 지금의 나만 봐도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행복해서 울 것 같지 않게 메말랐다.


"희망은

없는 게 아니라 그저 보지 못한 것 뿐이라고"



19. 프로같은 어른이라면 누구나 가식적이고 남 눈치 보며 살아갈 줄 알았는데, 다르다. 진짜 어른들과 진짜 멋진 어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글같은 이 사회라는 세계에 진짜 멋진 어른들은 존재한다. 내가 속세에 머문다고 해서 비굴하게 굴어야 할 필요도, 거짓만 말할 필요도, 눈치보며 살 필요도 없다. 나 자신의 품위를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다.


20. "이 지구는 내 평생을 바칠만한 가치가 너무너무너무나 충분하다

아, 이 세상은 정말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

-당시의 나는 너무나 행복해보여서, 내가 왜 더 욕심내지않았는지, 다른 세계에 눈돌리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

내가 행복해지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아도 됐었음을.



21. 좀 더 남 눈치 보지 않고 살길. 무모하고 부끄럽다고 안하는 것보다는 한번 경험하고 씩 웃으면 삶이 더 재밌고 다채롭잖아! 지하철 좌석에서 첼로 연주하는 것. 그냥 함 해보지. ㅋㅋㅋ 아마 외국 어른들이 더 유쾌한 것은 이런 눈치를 덜 보면서 커서가 아닐까? 남 보기에 괜찮은 것만 하면 지루해. 난 괴짜 할머니가 될테다.


22. 청춘! 패기!


23. 2009년에 깨달았던 것을 계속 다시 반복하고 있었다! 바보 멍충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게 뭘까하고

며칠동안 계속 의문을 띄워봤다.


술마시면서 노는 것도 좋다

악기하는 것도 좋다

책읽거나 여행다니는 것도 좋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때까지 살아왔는데


아니야라니


그 모든게 허무하게 느껴질 줄이야

오히려 하루종일 술마시다가 그 다음날 수업 빠지고

악기하느라 손이 얼얼해져도

하루종일 졸아가면서 책을 읽어도

여행다닌답시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그런 하루가 지나면 지치고 공허할 뿐이야


그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하다가

시험기간에 좀 알았다.


..


미래를 향해 무언가를 하는 것?


뭐랄까 그건 마치 공부는 하기 싫지만 성적이 오르는 걸 보거나 머리가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거랄까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랬는데

그럼 난 대체 뭘해야하는 걸까?"

-21살의 나는 이미 지난 몇년간 나를 괴롭히던 생각의 답에 가장 가까웠구나. 하하하 웃기다.

나는 대체 무엇을, 어떤 삶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목적 없는 행위들은 다 시간낭비같다. 허무하고 정말 나 자신을 공허하게 만든다. 그 것의 중요도와 관계없이.


24. 나는 어디 살든간에 항상 나만의 '별 바라보는 자리', '산책 코스'를 가져왔다. 마치 습성처럼.


25. 엄마아빠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아빠처럼 숫자 보는 것을 직업으로 할 것 같고, 엄마처럼 '사람'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한 경비아저씨의 삶의 이야기를 적어놓은 다이어리를 보니 무척이나 내흥미진진하다. 사람들의 삶을 다 들여다 보고 싶다.


26. 나의 장점 발견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의미있게 잘 들어줌>


27. "내 꿈은 창공을 나는 거였는데/ 지금 나는 회색빛 도시에 주저앉아서 대체 뭘하는 걸까?"

     "호기심을 잃지마라/ 호기심을 잃는 순간 사람은 늙는다/ 세상은 우리가 보고자 하는 만큼만 보여준다/ 권태를 느끼고 하루하루가 똑같고, 시간이 슥슥 지나간다면/ 이미 당신은 살아있는 풍경일 뿐이다"

-절대 절대 네버 풍경되지 말기.



28. 강연의 일부 발췌

"외로움을 두려워 말아라.

 외로움은 감사함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혼자있지만 바깥세상에 나를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데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


외로움은 창조성이 만개하도록 해준다. 현대인들은 한순간도 쉬지않고 자극받기를 원하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 MP3를 듣거나 쉼없이 문자를 한다. 그러나 때때로 스스로의 뇌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 새로운 생각을 할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친밀함의 기본이다. 외로워서 이성친구를 만드는 사람들은 결국 각자의 삶을 인정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우선 스스로가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한다. 외로움의 반대말은


-믿음.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외로움을 견딜 수 있다."


"무조건 움직여라. 한번 해봐서 네가 잘하고 좋아하는 게 바로 네 일이다"



29. "사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강한 척하고 있지만 자신 그대로를 사랑해 줄 사람을 원하고, 그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거의 매일 드는 생각인데, 왜 우리는 그냥 사랑하지 못할까? 삶이 이렇게나 아까운데. 매일 사랑해도 모자라는 데 말이다.


30. 고인 물은 썩는다.



3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_올리버 색스 中 '길 잃은 뱃사람'

"...그는 어떤 퍼즐이든 별로 힘들이지 않고 모두 풀어버렸다. 게임을 해도 누구보다 잘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달은 그는 또 다시 침착성을 잃고 안절부절했다.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하고 벌컥 화를 내기도 했다. 게임이나 퍼즐은 아이들의 놀이인데 자신이 그런 걸 한다는 게 견딜 수 없이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그는 애타게 뭔가를 하고 싶어했다. 뭔가를 하고 싶고, 뭔가가 되고 싶고, 뭔가를 느끼고 싶어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의미나 존재 이유를 갈망했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일과 사랑'을 추구했던 것이다"


-나의 존재이유, 나의 일은 무엇일까. 찾지 못한다면 저 기억상실증환자와 다를바 없다. 슬픈 삶이다.


32. "오랜시간동안 고민하면서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내가 만약에 곧 사고가 나서 죽을 운명이라면 내가 제일하고 싶었던 일, 내가 좋아하던 일, 사람들은 다 만류하고 사회에서도 그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내 꿈이었던 그 일을 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하면서 인생을 후회할 거란 것이다. 그 생각에 미치자 더 참을 수가 없었다."

- 당시 나에겐 그것이 생태학이었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위대한 학자는 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하나에 미친 전문가는 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세상 너무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므로.


"그래도 만약 지금 내가 하지 않고 지나간다면, 시도도 해보지 않는다면 너무나 후회스러울 것 같기 때문에 내 미래를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 잘 했다. 예전의 나야. 계속 후회했을 바에야 젊음의 귀중함을 바친 것은 잘한 거야.


33. 일과 생활에 있어서 나는 생활을 절대 무시 못 한다. 반드시 존중해줘야 한다.


34. 술 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것, 특히 기존 친구들이랑 그러는 것, 재미없다.


35. 스위스 별장에서 책 쓰고 싶다.






*나는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

*나는 세계를 여행하는 탐험가가 될 것이다.

*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 음악가들, 학자들, CEO들, 봉사활동자들, 세계기구 관료들을 만나볼 것이다.

*나는 고급 호텔 파티, 크루즈선, 카지노와 남극 기지, 인도 시장, 잠수부들의 마을, 몽골 목동의 집, 영국 왕실 가든, 히말라야 고원 학교, 갈라파고스 섬, 사막 이런 곳들을 갈 것이다.

*나는 내 분야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책으로 낼 것이다.

*나는 젊은이들과, 그리고 꿈을 잊지 않은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자주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오로라나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이나 아메리카니 호주니 하는 곳의 아름다운 자연들을 다 직접 목격할 것이다.

*나는 전세계에 친구를 만들 것이다.

*나는 '내 삶 이야기'를 세상에 남길 것이다. 

*나는 돈이 많아서 뭐하고 놀까 고민하는 사람들보다는 자신이 가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수 있는지, 세상을 바꾸는 데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청년들을 만날 것이다.

*나는 나이먹어서도 쓸모있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나만의 일하는 공간이 있고 거기는 창문이 있고 창 밖 풍경이 좋다. 그 곳은 눈이 1년에 한 번 이상 오는 곳이라서 나는 일하다 잠시 클래식을 틀어놓고 창 밖 눈내리는 풍경을 보면서 커피를 내릴 것이다. 반드시.



[최재천, 정재승, 데니스홍, 김수영, 코너 우드만, 올리버 색스, 


단 한가지 이뤄야할 결심이 있다면 그 사람의 생은 남들과 다르다.

나는 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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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게 ㅋㅋㅋ

내 자신이 웃긴게


어젠가 침대에 누워 비몽사몽일 때 퍼뜩 떠오른 생각!


나는 이제껏 추상적인 인생의 목표 - 전문가가 되겠다, 인류에 남는 것을 위해 살겠다, 순수한 가치를 추구하겠다 등등 - 만 가지고 있었지 그걸 하면서 누구에게 고용되고, 어떻게 돈을 벌며 어떻게 '일상'적인 하루를 보낼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물론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걸 걱정하고 시작한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되는 건 맞긴한데


너무 내가 철이 없었구나 했다.


그 전에 갖고 있던 꿈들에 현실성을 부과해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철학자가 되고싶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그 직업으로 뭘하고 누구에게 돈을 받고 어떤 커리어를 쌓을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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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나를 자책 좀 하다가(넌 이래서 성공 못하는거야, 게으름뱅이야!)


비가 오네, 하고 오늘 아침은 왠지 어깨가 찌뿌둥하다 결린다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자소서를 쓰기 위해 하루를 시작하는데,

사실 여기 내가 메모장에 기록해둔 기업 이름들 말이다. 쭉 읽어보면 땡기는 데가 없다. 그냥 그럭저럭, 괜찮고 유명한 기업들인건 인정. 


근데 막상 버스를 타고 나오면, 나와서 바깥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저 기업들 중 하나에 뽑혀서 그곳에서 하루 왼종일을 보내야할 것이 생각나면, 대기업 취직은 전혀 내가 생각하던 '가슴 뛰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왜 관심도 없는 직무인데 삼성계열사에서 내 전공을 뽑는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거길 지원했는지 모르겠다.

이러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인사관리자도 알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도 알거다.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이라 자소서도 아주 솔직하고, 영어 점수도 낮고, 이 아이의 경력을 보자면 인사관리자들이 생각할 거다. "얘는 왜 여길 쓴 거지?"


방금도 MBC PD에 미친듯 지원하다가

이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덮어버렸다.


어제도 LF가 무슨 기업인지 처음 알고 그냥 빈칸만 채워넣다가

패션과 관련한 내 미래를 그려보라길래 바로 덮어버렸다.



취업이 정말 목표냐, 정말 돈이 급하냐, 우리나라에서 번듯한 직장가지고 사는 것이 현재의 목표냐? 그러면 죽이되든 밥이 되든 썼어야 맞다. 나도 안다. 그만 잔소리해라.




꿈에 대해서 다들 조언해주고, 다들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르라고 해줘서. 나도 해봤다.

나는 내가 원하는 미래가 아주 명확하다고 생각해왔다. 

내 아늑한 집에서, 내 아이를 안고 엄마가 얼마나 멋진 일을 하는지 설명해주는 장면이 내 머릿속에 명확히 있다.

나는 집에서도 일할 수 있고, 자유롭고, 돈 걱정 없고, 세계를 자유로이 다니면서도 내 가족을 챙기고 있다.


근데 올해 들어 자소서를 쓰면서 처음 깨달았다.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생을 살아갈 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생각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분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공부하는 것도 좋았고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았으니까. 

근데 그건 '수단'이잖는가? 무엇을 분석하고 싶은것인가? 똥을 분석해도 좋은가? DNA를 분석해도 좋은가?

아니다 아니올시다. 이미 아무거나 괜찮다고 생각해놓고는 DNA 서열 하나 따위가 내 여가 생활보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뛰쳐나온 사람이 아닌가. 젠장!



역시 카페에 앉아있으니 글이 잘써진다. 아무렴 좋다. 비도 내리고 피아노 소리가 울리고, 내 사랑 카푸치노가 함께한다. 아주 좋다.


아침에 느꼈던 병맛같은 기분이 가셨다.


사실 남에게서 연락이 하나도 안오면 처음에는 불안하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나 자신으로 온전해지는 기분이라 마음이 참으로 평화로워진다. 이게 차라리 낫다. 남들끼리 노는 것 sns로 맨날 들여다봐 봤자 나랑 같이 놀자고 불러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시간에 영어를 읽어라!!!!!



영어도 그렇다, 내 삶에 정말 필요한가? 그럼 왜 필요한가?

삶의 목적이 불명확하니까 무언가를 해도 왜하는지 모르겠다. 

목적없이도 열심히 해보려 했다. 이미 시도해봤다. 나중에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 하는 심정으로. 그랬더니 방향성이 너무나 없어서 남는 것이 없었다. 차라리 단기 목표라도 세워둘걸 쳇.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발걸음을 함께 나란히 하고 싶었다.

근데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세상을 위해 360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애초에 생각이 잘못되었다. 요즘 깨달았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상황에 대한 욕심은 많은데, 

막상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건

내가 사실은 그냥 아무거나 시켜도 할 사람이라는 걸까? 배부른 돼지가 될 수 있다면?

아니면 아직도 못찾았을 뿐인 건가? 아직 내게 잠재된 희망의 씨앗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39살에 아직도 자기 꿈을 찾겠다던 사람이 떠오른다. 그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바보처럼 '나중에', '나중에' 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자기 최면을 계속 걸었을 것이다.

멍청이!

젊음은 짧다. 아, 이 바보같은 청춘들아. God, tell us the reason why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살면서 다양한 꿈들을 우리가 죽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룰 수 있음은 안다. 

숨쉬는 한 희망이 있다고 나도 생각한다.

다만, 

꿈과 야망의 크기에 따라서 필요한 기다림의 시간은 다르다. 큰 꿈일 수록 필요한 것들이 많을 수록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오래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뤄질 수 없는 그런 수순들이 있다. 

만약 이렇게 시간을 흘러 보내버린다면, 글쎄,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것들은 한낱 몽상에서 끝나버리지 않을까?


내 버킷리스트라는 것도 별거 아니다. 이미 세상의 수십억의 인구중에서 이것들을 이뤘던 사람은 정말 수두룩 빽빽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있다. 그러니 나라고 못할건 절대절대네버절대 없다. 


그런 작은 꿈조차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인 것이 현실이다.



의미있는 삶은 무엇일까?


'내 가슴이 뛰는 삶'은?


나는 노는 것이 좋으니까 놀러가면 가슴이 뛴다. 하하.


그럼 돈많은 백수로 매일 놀면 좋을까? 의미있는 삶일까?

여행작가가 되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왜 남는게 없을 것 같을까?


남는 게 있는 삶은 그럼 뭘까?

내가 학부때 꿈꾸던 '교수'같은 삶? 


허무주의자로 돌아간다면 세상에 그럼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뒤집어 생각한다면 그 무엇도 다 의미있는 일이다. 

애초에 쓸모없는 직업이 없다는 것은, 내게 누군가 돈을 주는 이상 그 사람이 멍청이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그 일이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다.


의미란 건 애초에 사람의 가치관 마다 다른 것이라서 누구는 쓰레기라고 할 수도, 누구는 꼭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을 뿐.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은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돈, 자유, 사랑과 같이 세상에 정말로 필요한 것들 외에는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예를 들면, 미술을 위한 미술? 환경보호 운동, 속옷 디자이너 이런 것들.........정말 필요가 없다기 보다는 '나말고 다른 누군가가 할 일들'이라고 규정해버린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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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투영해서 비춰지는 나

대화의 말미가 씁쓸하게 남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대화를 곱씹어보게되는데 대부분 씁쓸함의 이유는

'내가 그 말을 하면 그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했을 텐데!'하는 것이다.

 

그런 오늘을 다시 생각해보니

'말을 쓸데 없이 많이 했다'

'인정받으려고 자랑처럼 했다'

'나를 너무 과시하는 모습을 보여 오만하게 보인 것 같다'

'어린아이에서 아직 못벗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내가 성숙해졌다면

구지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말을 해서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심지어 속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러니까 내가 참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니?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에헿

근데 생각해보면 상대방은 자기도 말을 많이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다지 내 말을 귀담아 안 들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얘가 행복해하고 있구나 했을 수도 있다.

결국 모르는 거다 ㅋㅋㅋㅋㅋㅋ이제 이 사실을 아니까 이 씁쓸함은 결국 내 자신의 기준점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말은 너무 많이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내가 진심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과장되게 말했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말을 꺼냈는데 인정받았는지 몰라서 전전긍긍한 것이다.

'내'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게 결국 부끄러운 것이다.

심지어 '내'가 잘나서 지금까지 좋은 일들이 일어난 것처럼 여기고 왔었다.

 

마지막 줄은 사실 부끄럽게 여기진 않았는데,

그 '나'의 잘남을 자신감의 근본으로 삼게된다면

'내'가 낮아지게되거나 힘들거나 아픈 순간에 기둥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들 더 큰 존재에게 감사를 돌리는 것 같다.

이런 점은 나도 고쳐야할 것이라고 생각들었다.

 

보다 더 씁쓸함의 원인이었던 건

껍데기의 내가 엄청나게 동경하고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친구를 오랫만에 만나서

'나도 이만큼 컸다'고 인정받고 싶었던 내 자신이다.

 

이제 남에게 비춰지는 나를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해버렸다.

아마 친구는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고있다.

'내'가 그런 내가 싫었다.

그래서 마음에 켕긴 것이다.

너와 내가 오늘 만나서 서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면

각자 '오, 너는 행복하구나! 참 좋다!'하고 끝내면 되지

'내가 행복하다는 걸 너가 알아줬으면 해'

마치 페이스북 처럼!

............그런 것은 절대 전혀 필요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인데

그 행복이 남의 인정으로 얻게 되는 것이라면, 오늘처럼 아무 인정 못받은 나는 행복하지 않은가?

아니잖아!

절대 아니다. 행복은 내 안에만 있는거니까

그걸 다 알면서 왜 껍데기처럼 나는 남에게서 내 행복을 인정받으려 한건지

하는 생각에 씁쓸했던 거 같다.

좀더 생각하고 말하기

좀더 나 스스로의 감정과 목소리를 듣고 말하기.

그리고 기왕 말해버렸으면

그냥 그랬었구나,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

 

그리고 진짜 내가 행복하다면

저렇게 말하는데 씁쓸할리가 없다.

지금 나는 꽤 행복한데, 아직 더 갈길이 멀다.

 

오늘의 불안함은

나는 더 미루면 안된다와

나는 꿈은 큰데 세상엔 더 대단한 사람들이 많고

나는 게으른데 해야할 일이 많고

겁이 조금 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작년의 나보다는 훨씬 훠얼씬 낫다

아주 많이 좋다.

행복이 흘러넘치는 그 친구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

이 글을 쓰면서 나자신을 바라보는 이 지금이 매우 달콤하다.

 

음, 달콤쌉쌀하다. 아주 좋다.

 

언젠가 내가 꾸는 꿈이 이루어져 이 글들이 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손이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내안의 나를 바라보는 세상이 다가오기를.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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