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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투영해서 비춰지는 나

대화의 말미가 씁쓸하게 남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대화를 곱씹어보게되는데 대부분 씁쓸함의 이유는

'내가 그 말을 하면 그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했을 텐데!'하는 것이다.

 

그런 오늘을 다시 생각해보니

'말을 쓸데 없이 많이 했다'

'인정받으려고 자랑처럼 했다'

'나를 너무 과시하는 모습을 보여 오만하게 보인 것 같다'

'어린아이에서 아직 못벗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내가 성숙해졌다면

구지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말을 해서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심지어 속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러니까 내가 참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니?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에헿

근데 생각해보면 상대방은 자기도 말을 많이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다지 내 말을 귀담아 안 들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얘가 행복해하고 있구나 했을 수도 있다.

결국 모르는 거다 ㅋㅋㅋㅋㅋㅋ이제 이 사실을 아니까 이 씁쓸함은 결국 내 자신의 기준점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말은 너무 많이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내가 진심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과장되게 말했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말을 꺼냈는데 인정받았는지 몰라서 전전긍긍한 것이다.

'내'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게 결국 부끄러운 것이다.

심지어 '내'가 잘나서 지금까지 좋은 일들이 일어난 것처럼 여기고 왔었다.

 

마지막 줄은 사실 부끄럽게 여기진 않았는데,

그 '나'의 잘남을 자신감의 근본으로 삼게된다면

'내'가 낮아지게되거나 힘들거나 아픈 순간에 기둥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들 더 큰 존재에게 감사를 돌리는 것 같다.

이런 점은 나도 고쳐야할 것이라고 생각들었다.

 

보다 더 씁쓸함의 원인이었던 건

껍데기의 내가 엄청나게 동경하고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친구를 오랫만에 만나서

'나도 이만큼 컸다'고 인정받고 싶었던 내 자신이다.

 

이제 남에게 비춰지는 나를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해버렸다.

아마 친구는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고있다.

'내'가 그런 내가 싫었다.

그래서 마음에 켕긴 것이다.

너와 내가 오늘 만나서 서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면

각자 '오, 너는 행복하구나! 참 좋다!'하고 끝내면 되지

'내가 행복하다는 걸 너가 알아줬으면 해'

마치 페이스북 처럼!

............그런 것은 절대 전혀 필요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인데

그 행복이 남의 인정으로 얻게 되는 것이라면, 오늘처럼 아무 인정 못받은 나는 행복하지 않은가?

아니잖아!

절대 아니다. 행복은 내 안에만 있는거니까

그걸 다 알면서 왜 껍데기처럼 나는 남에게서 내 행복을 인정받으려 한건지

하는 생각에 씁쓸했던 거 같다.

좀더 생각하고 말하기

좀더 나 스스로의 감정과 목소리를 듣고 말하기.

그리고 기왕 말해버렸으면

그냥 그랬었구나,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

 

그리고 진짜 내가 행복하다면

저렇게 말하는데 씁쓸할리가 없다.

지금 나는 꽤 행복한데, 아직 더 갈길이 멀다.

 

오늘의 불안함은

나는 더 미루면 안된다와

나는 꿈은 큰데 세상엔 더 대단한 사람들이 많고

나는 게으른데 해야할 일이 많고

겁이 조금 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작년의 나보다는 훨씬 훠얼씬 낫다

아주 많이 좋다.

행복이 흘러넘치는 그 친구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

이 글을 쓰면서 나자신을 바라보는 이 지금이 매우 달콤하다.

 

음, 달콤쌉쌀하다. 아주 좋다.

 

언젠가 내가 꾸는 꿈이 이루어져 이 글들이 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손이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내안의 나를 바라보는 세상이 다가오기를.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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