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보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쓰는 오늘의 일기

오늘 하루를 시작할 때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지 얘기하는 강연을 듣는다. 


또는 아티클을 읽거나.




오늘 TEDx 강연을 듣는데 처음 시작이 대학생들 여러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를 수 있어요. 뭐 이런 거였는데


나는 내 대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니 나는 하고 싶은것이 나름 뚜렷했던 학생이었다.


나는 자연보호 운동을 싫어했다.

모금 운동도 싫어했고

나는 인문학과 역사와 진화심리를 좋아했다.


나는 생태학자가 되어서 전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러다니고 싶어했다.

또는 생태학을 배우면서 정말 아름답게 맞추어진 톱니바퀴 같은 자연의 신비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처음 아, 이 쪽으로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것은 수업 과제를 하면서 였다.

곤충은 일정 온도가 누적적으로 쌓이면, 그리고 총 그 '알'에 쌓인 온도가 적정점을 지나면 부화한다고 한다.


지금은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원리는 그러했고, 각 곤충마다 다른 그 온도 수치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또 요즘 일어나는 기후변화로 따뜻한 겨울과 추운 겨울에 따라 곤충들이 언제 얼마나 부화할 지 배웠었다.

그 수업의 과제는 몇 달치 기온 표를 뽑아준 뒤 그 기온표에 따라서 그 해의 곤충들이 언제 쯤 부화할 지에 대해 예측해보는 것이었다.


무척이나 신이 났다!!!

마치 내가 조물주의 영역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겨우 엑셀 표에 박힌 숫자만으로도 저 수많은 생명들의 움직임을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 

살아 있는 생명들이 마치 프로그램화 된 것처럼 움직이는 것에 내 생각이 따라 붙어 그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 후로 나는 그 쪽 학문을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 


나의 졸업논문은 온도 차이에 따른 농약의 서로다른 효과를 

점박이응애라는 아주 귀엽고 통통하지만 맨눈으로는 그 앙증맞음을 확인하기 힘든 작은 곤충 - 해충 - 을 통해

실험해 본 결과를 토대로 하였다.


웃긴 것은 온도가 그런 효과가 있대! 할 때는 재밌었는데

온도에 따라서 이건 저렇게 바뀌고 저건 이렇게 바뀌고

화학 구조가 이런 것은 어떻고 

특정 지역에 사는 종들은 어떻고

하는 식으로 세분화할수록


나는 지겨워지고 내용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이런 것 같았다.

처음 그림을 그려보는 초등학생이 짠! 하고 자신이 상상한 동물을 그렸을 때 느끼는 환희가

수채화니 유화니 데셍이니 인체구도니 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지겹고,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고 마는 것 말이다.



이타주의는 실존하는 것인가? 에 대한 팀 발표를 준비할 때도 

논리를 구조화 하는 작업은 재밌었지만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읽어야하는 두꺼움 책들은 어째선지 손이 가질 않아 결국 지금까지도 읽지 않았다.



이런 방지턱을 경험할 때마다

'이게 나랑 맞지 않아서 일까?'

하는 질문과

'내가 좀만 참고 해냈으면 천직이 되는 걸까?'

하는 물음이 교차한다.



여러 번의 실패와 시도를 거듭하고 거듭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 물음 모두가 맞다는 것이다.


그 방지턱을 경험할 때마다 내가 하기 싫어도 버티고 해내면 그것이 차차 쌓여 내 천직이 되는 것이다

천직이라는 것은 타고나거나 가슴에 깊이 박힌 사람도 있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은 누적적으로 쌓아가면서 언젠가 그걸로 인정받기 시작할 때 스스로 그 일을 맘에 들어하면 천직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버틸만한 '이유'가 있어야만 그 턱을 넘을 수 있다.

그냥 '나는 열심히 해야하니까' 하는 이유만으로는 '나'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절실함, 간절함, 책임, 헌신 


이런 것들이 있었어야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열정'어쩌고 운운 하는 건

그런 열정이 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 방지턱을 쉽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세상 만사에 그러한 관심이나 간절함이 결여되면 모든 일에 열심히 하지 못하게 되고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인생은 굴곡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계곡에 접어든 상황이다.

조종사의 의지에 따라 계속 하강할 수도 곧 상승기류를 탈수도 있겠다




조금만 더 내 안의 나에게 집중을 하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것들

그동안 내가 느낀 것들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것들과 싫어했던 것들

그동안 내가 내린 의사결정들

그동안 내가 어떻게 해서 그 결과를 만들어갔는지를 통해서.



나를 통해서.

일어서자 걷자 숨쉬자 눈 뜨자 by 테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