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에도 급 구토를 자주 했는데
병원도 갔지만 그냥 소화약만 주고...
오늘 오랫만에(?) 구토를 했다
여러번
친구의 임신소식을 들어선지
외국에 나갈 생각을 해선지
오늘 꾸릿꾸릿한 하늘과 회색빛 서울이 맘에 안들어선지
늦게 일어난 까닭에 자책하는 맘이 커져선지
암튼
부정적인 생각이 한가득인 상태에
추운 거리를 혼자 걸어다니다 보니까
속이 미식거렸다
급기야 우체국에서 토하고
나와서 좀 걷다가 화단에 토하고
그 뒤로 나아진줄 알았는데 몇십분뒤에 뒷골목 어두운데로 급히 들어가서 또 토했다
오늘 하루종일 한끼 뿐이 못먹었는데 그걸 다 토하고도 모자라서 위액이 계속 나왔다
불현듯 아우슈비츠에서의 삶에 대해 얘기한 빅터 플랭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우슈비츠에서 가장 먼저 죽어간 이들은
과거의 아름다운 시절이나 미래의 희망에 매달리던 이들이라고.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간 사람들이란 것.
나는 어릴 적부터 현재에 충실치 못하게 살았다.
애늙은이 소리도 많이 들었고
항상 해석하려들었고
미래나 과거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의 나, 미래가 불투명한 나는 스트레스가 사상 최고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회사다닐 때처럼 감기에 자주 걸리진 않는다)
게다가 불규칙적인 식사를 해선지 ....
아니다. 내 생각엔 무조건적으로 스트레스가 원인같다
오늘 길을 걸으면서도 조금이라도 하기 싫은 것이 있으면 속이 미식거렸다.
웃긴게 어디 카페라도 가서 앉으려니까 토할거같고
그럼 집에 가서 쉬어야지..하고 내 방을 생각하니까 속이 멀쩡해진다.
그래서 집에 와서 두시간 자고 일어나니 멀쩡.
집에 먹을만한게 행버거밖에 없어서 그런걸(?) 먹었는데도 멀쩡.
클라이막스는
이번 봉사활동으로 얻은 깜짝선물이 10시에 도착해서
아닌밤중에 제주도 특산물 황금향을 먹게 된 것이다!!! [꺄울]
선물이라는 건
공짜로 뭔가 주어진다는 건
정말정말 행복의 열쇠다
게다가 그 선물이 먹는거고
노오랗게 익은데다가
딱 까서 먹으니
전혀 시지 않고 달며 물이 많아서
하나 먹는데도 아껴먹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고
그것이 추웠던 겨울날의 따뜻한 이불 속이라면 더더더더욱 그렇다.
엄청 우중충하고 아프기만했던 스트레스 가득한 하루가
아름다운 귤과 함께 한순간에 황금빛으로 빛난다
사람은 이래서 소중하고
고맙다
나눔의 즐거움을 나는 이제 소중하게 여긴다
나누고 싶고 나눔받고 싶은 겨울이다
또 한가지 확실해진건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몸은 스트레스에 무척이나 취약하다는 것이다
나는 남들처럼 버티면서 생존하지 못한다
나는 사랑받고
따뜻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잘 자란다.
나는 나 자신을 그런 기분좋은 상태에 더 많이 노출시킬 것이고
앞으로는 더욱 의식적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나한테 스트레스를 노출하는 빈도를 줄일것이고 강도도 줄일것이다
내가 기분좋아지는 일을 되도록 자주 하고
아프지 않도록 신경써줄 것이다.
또 하나 배우는 하루다.
사람은 아파야 더 잘 배우는거같다.